박찬대 인천시장 당선자가 민선 9기 핵심 비전으로 제시한 ‘ABC+E’ 전략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인공지능, 바이오, K-문화·콘텐츠, 해상풍력 에너지를 결합한 이 전략은 인천의 미래 산업 지도를 새로 그리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핵심 공약 가운데 상당수는 인천 내부의 의지만으로 완성되기 어렵다. 중앙정부의 입지 검토, 국가 공모, 다른 지방자치단체와의 경쟁을 통과해야 하는 과제이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주목되는 분야는 ‘유엔 글로벌 AI 허브’ 유치다. 글로벌 AI 허브는 기후 변화, 전염병, 식량 위기, 재난 대응 등 세계적 복합 위기에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하기 위한 국제 협력 플랫폼으로 추진되고 있다. 정부가 국제기구들과 협력 비전을 선포하면서 국내 유치 경쟁도 본격화되는 흐름이다.
박 당선자는 송도국제도시를 글로벌 AI 허브의 최적지로 내세우고 있다. 송도는 이미 국제기구와 글로벌 바이오 기업, 대학·연구기관, 국제업무 기능이 집적된 공간이다.
녹색기후기금 등 국제 협력 경험을 갖춘 도시라는 점도 인천이 내세울 수 있는 강점이다. 인천이 단순히 “유치하고 싶다”는 수준을 넘어, 국제기구 협력과 바이오·AI 융합, 데이터 기반 도시 운영 모델을 함께 제시한다면 다른 지자체와 차별화할 수 있다.
다만 경쟁은 만만치 않다. 부산과 충남 역시 글로벌 AI 허브 유치를 공약으로 제시했다. 민선 9기 출범 이후 정부 차원의 입지 검토가 시작되면, 각 지자체는 저마다의 산업 기반과 정치적 네트워크를 앞세워 경쟁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인천으로서는 송도의 국제도시 브랜드를 실제 실행 전략으로 전환하는 일이 중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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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의 k-컬쳐는 성공 서사였다. 노래가 히트했고, 드라마가 팔렸고, 영화가 상을 받았다. 이 흐름은 분명 눈부셨지만, 구조는 단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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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K-컬처 스타디움, 공연장 하나가 아니라 원도심 재생 전략이어야 한다
문화·콘텐츠 분야에서는 ‘문학 K-컬처 스타디움’ 조성이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박 당선자가 제시한 구상은 문학경기장 일대를 K-콘텐츠 집적지로 재편하고, 이를 K-팝 전용 대형 공연장 및 문화산업 인프라와 연결하겠다는 내용이다. 이는 단순한 공연장 건립을 넘어 인천의 원도심 활성화 전략인 ‘제문부 프로젝트’와 맞닿아 있다.
제물포, 문학, 부평을 연결하는 구도심 재생 축에 K-컬처 인프라를 배치할 경우 인천은 공항, 항만, 철도, 수도권 배후 수요를 동시에 활용할 수 있다. 영종 인스파이어 아레나가 민간 복합리조트 기반의 공연 인프라라면, 문학 K-컬처 스타디움은 도심형 대중문화 거점이 될 수 있다. 두 시설이 경쟁하는 구조가 아니라, 인천 전체를 글로벌 공연·관광·콘텐츠 도시로 확장하는 양축이 되어야 한다.
문제는 정부 차원에서 추진되는 5만석 이상 K-팝 전용 공연장, 이른바 K-컬처 아레나 후보지 검토에서 인천이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는 점이다. 대구, 충남, 경기 고양 등도 유치 의지를 드러내고 있어 인천이 뒤늦게 뛰어든다면 불리한 출발선에 설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인천은 “문학경기장에 공연장을 짓자”는 단순 논리에서 벗어나야 한다. 공항 접근성, 수도권 관객 수요, 한류 관광 동선, 지역 상권 활성화, 청년 창작자 생태계, 글로벌 오디션·K-팝 리그·힙합 월드리그와 같은 프로그램을 한 묶음으로 제안해야 한다. 시설보다 운영 전략이 먼저 나와야 하고, 건축보다 콘텐츠 생태계가 먼저 설계돼야 한다.
중앙정부 설득과 인천형 패키지 전략, 민선 9기 첫 시험대
이번 유치전의 핵심은 중앙정부와의 소통 역량이다. 글로벌 AI 허브와 K-컬처 스타디움은 모두 국가 차원의 전략 사업과 연결돼 있다. 지방정부가 부지를 제공하고 의지를 밝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정부가 왜 인천을 선택해야 하는지, 다른 지역보다 어떤 국가적 효과가 큰지, 국제사회와 산업계에 어떤 메시지를 줄 수 있는지를 설득해야 한다.
인천이 내세울 수 있는 전략은 비교적 분명하다. AI 분야에서는 송도국제도시의 국제기구 네트워크, 바이오 클러스터, 인천공항을 통한 글로벌 접근성, 데이터 기반 스마트시티 경험을 결합해야 한다. 문화 분야에서는 문학경기장과 부평 음악도시 자산, 제물포 원도심 재생, 영종 관광 인프라, 인천공항의 외국인 유입 기능을 하나의 패키지로 묶을 필요가 있다.
특히 인천은 AI와 K-컬처를 별개의 사업으로 다룰 것이 아니라, ABC+E 전략 안에서 통합 산업 모델로 제시해야 한다. AI 기반 콘텐츠 제작, 글로벌 오디션 플랫폼, 공연 데이터 산업, 관광·숙박·교통 연계, 바이오·웰니스 산업과의 결합까지 포함하면 인천만의 독자성이 생긴다. 다른 지자체가 공연장이나 산업단지를 각각 제시할 때, 인천은 국제도시형 융합 플랫폼을 내세워야 한다.
인천시장직 인수위원회 단계에서부터 이 같은 전략을 구체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첫 업무보고에서 관련 현안이 논의될 것으로 알려진 만큼, 민선 9기 인천시는 단순 공약 관리가 아니라 국가사업 유치 전략본부 수준의 대응 체계를 갖춰야 한다.
박찬대 당선자의 공약은 인천의 미래 성장판을 열 수 있는 구상이다. 그러나 같은 목표를 향해 뛰는 도시는 인천만이 아니다. 부산은 해양·금융·글로벌 도시 전략을, 충남은 산업단지와 행정 네트워크를, 대구와 고양은 문화 인프라와 접근성을 앞세울 수 있다. 인천이 경쟁에서 앞서려면 “수도권에 있다”는 안일한 논리가 아니라 “대한민국이 세계와 연결되는 관문도시”라는 전략적 설계가 필요하다.
민선 9기 인천의 과제는 분명하다. 송도는 글로벌 AI 허브의 국제협력 거점으로, 문학은 K-컬처 스타디움의 도심형 콘텐츠 거점으로, 제물포와 부평은 원도심 재생과 창작 생태계의 기반으로 묶어야 한다. 인천이 이 세 축을 하나의 도시전략으로 완성할 때, 유치전은 단순한 지역 경쟁을 넘어 대한민국 미래산업의 관문을 어디에 둘 것인가의 문제로 확장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