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서도 번진 선관위 규탄 목소리…“투표용지 부족은 명백한 선거관리 실패”연수구 선학체육관 앞 시민 100여 명 집회…참정권 침해 진상규명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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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천선관위, 제12회 인천 고등학생 토론대회 개최(사진제공=인천선관위) 기사와 관련없음 |
6·3 지방선거 본투표 당일 전국 곳곳에서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둘러싼 시민들의 분노가 인천에서도 확산되고 있다.
인천 연수구와 미추홀구, 남동구, 계양구 등 11개 투표소에서 투표용지 부족이 확인되면서 선거관리위원회의 관리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부 시민들은 이를 단순 행정 착오가 아니라 유권자의 참정권을 직접 침해한 중대한 선거관리 실패로 보고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 나아가 재선거까지 요구하고 있다.
지난 13일 오후 인천시 연수구 선학동 선학체육관 앞에서는 시민 100여 명이 모여 선관위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선학체육관은 6·3 지방선거 당시 연수구 개표소로 사용된 장소다.
집회 참가자들은 태극기와 ‘참정권 보장’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부정선거 재선거”, “당일투표 수개표”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선거 결과 자체보다 투표와 개표 절차에 대한 신뢰가 흔들렸다는 점을 문제의 핵심으로 지적했다.
선관위 집계에 따르면 이번 지방선거 본투표 당일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전국 91개 투표소에서 발생했다. 인천에서는 모두 11곳에서 문제가 확인됐다. 지역별로는 연수구 6곳, 미추홀구 2곳, 남동구 2곳, 계양구 1곳이다.
특히 연수구 일부 투표소에서는 투표가 일시 중단됐다가 재개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시민들은 선거의 가장 기본적 전제인 투표권 행사가 행정 준비 부족으로 차질을 빚었다는 점에서 선관위의 책임 있는 설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민들 “정치 성향 아닌 참정권 문제”
이번 집회는 보수 성향 청년들이 주축이 돼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현장 참가자들은 이 사안을 특정 진영의 정치적 주장으로만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집회를 주최한 한 청년은 개회사를 통해 “선학체육관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선거 관리 인력과 참관인들이 참여한 가운데 개표가 진행된 장소”라며 “선거 결과를 신뢰할 수 있는 민주주의를 되찾기 위해 시민들이 이곳에 모였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집회가 특정 개인이나 세력을 공격하기 위한 자리가 아니라 국민이 품은 의문을 해소하고 선거 제도를 바로잡기 위한 자리라고 설명했다.
현장에서는 20·30대 청년층 참가자들이 눈에 띄었다. 인하대 재학생 백승현 씨는 “선거는 국민이 권력을 위임하는 가장 기본적인 과정인데, 투표와 개표 과정에서 혼선이 발생하면서 시민들의 불신이 커졌다”고 말했다.
그는 인천 송도 일부 지역의 사전투표 득표 결과를 둘러싼 의문도 언급하며 “민주주의는 결과뿐 아니라 절차에 대한 신뢰도 중요한 만큼 선관위가 논란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고 검증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 문제를 특정 정치 이념이나 진영 논리로만 바라보지 않았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결혼을 앞둔 한 참가자는 “민주주의의 기본인 참정권이 보장되지 않는 사회에서 아이를 안심하고 키울 수 있을지 걱정돼 목소리를 내러 왔다”고 말했다.
그는 집회 참가자들이 특정 정당을 위해 나온 것이 아니라 다양한 세대와 계층이 참정권 보장을 요구하기 위해 모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녀와 함께 집회에 참석한 시민 역시 “공정한 선거와 참정권 보장은 국민 누구에게나 중요한 문제”라며 “인천에서도 이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대학가도 비판 성명…“자정 능력 기대 어렵다”
인천 지역 대학 총학생회들도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해 비판 성명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인하대학교 총학생회는 이달 5일 성명을 통해 이번 사태를 “명백한 선거관리 실패”라고 규정하고, 유권자의 참정권이 침해됐다고 밝혔다. 총학생회는 더 이상 선관위의 자정 능력만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진상규명과 책임 있는 조치를 요구했다.
인천대학교와 경인교육대학교 총학생회도 성명을 통해 선관위의 관리 부실을 비판하고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대학가의 움직임은 이번 사안이 단순히 특정 정당 지지층의 문제 제기를 넘어 청년 유권자들의 정치적 불신과 제도 개선 요구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선거권을 행사한 청년층 입장에서는 투표용지 부족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민주주의 절차의 신뢰를 흔든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대학 총학생회들이 문제 삼는 지점은 선거 결과의 유불리가 아니라 선거관리의 공정성과 안정성이다. 투표소에 도착한 유권자가 투표용지 부족으로 대기하거나 투표 중단 상황을 겪었다면, 이는 선거 행정의 기초가 흔들린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선관위가 단순한 해명에 그칠 것이 아니라 어느 지역에서, 어떤 원인으로, 어떤 판단 아래 투표용지가 부족해졌는지 구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잠실에서 인천으로 확산된 재선거 요구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 일대에서 재선거와 개표 검증을 요구하는 시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인천에서도 관련 집회와 거리 행진이 확산되고 있다.
연수구 선학체육관 앞 집회는 지난 13일부터 한 달간 매일 오후 1시부터 9시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같은 날 오후 남동구 구월동 예술회관역 일대에서도 재선거를 촉구하는 집회와 거리 행진이 진행됐다.
이번 사태는 선관위가 선거관리의 기술적 안정성과 행정적 신뢰를 어떻게 회복할 것인지 묻고 있다. 선거는 단순히 투표 결과를 집계하는 절차가 아니다. 유권자가 투표소에 도착해 차질 없이 투표하고, 그 표가 정해진 절차에 따라 개표되며, 그 과정 전체를 시민이 납득할 수 있어야 민주주의는 작동한다. 투표용지 부족은 행정 실수라는 말로만 넘기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인천 시민들의 분노는 선거 결과에 대한 불복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그 밑바닥에는 선거관리 기관에 대한 신뢰 상실, 절차적 민주주의에 대한 불안, 그리고 참정권 침해가 다시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놓여 있다.
선관위가 이 목소리를 정치적 소음으로 치부한다면 불신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추상적 사과가 아니라 구체적 경위 공개, 책임 규명, 제도 개선, 그리고 유권자가 납득할 수 있는 검증 절차다.
민주주의는 선거 결과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투표용지 한 장이 제때 준비되지 못한 순간, 유권자는 국가가 자신의 권리를 제대로 보장하고 있는지 묻게 된다. 인천에서 터져 나온 “명백한 선거관리 실패”라는 외침은 바로 그 질문의 다른 이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