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변호 경력” 논란에 흔들린 경선 승자… 강북구청장 후보 박탈 논란의 본질은 무엇인가당 지도부 전략공천 결정에 반발 확산… “주권자 선택 무시한 민주주의 역행” 비판 제기
[내외신문/전태수 기자] 더불어민주당 강북구청장 후보 경선에서 승리한 이승훈 변호사가 후보 자격 박탈 위기에 놓이면서 정치권 안팎에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당 지도부가 강북구를 전략지역구로 지정하면서 사실상 경선 결과를 무력화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당원 민주주의 훼손이라는 비판과 함께, 특정 사건의 변호 이력을 이유로 후보를 배제하는 것은 위험한 선례라는 우려가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이번 논란은 단순한 공천 갈등을 넘어 “정당 민주주의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던지고 있다. 특히 이미 경선을 통해 당원과 지역 유권자의 선택을 받은 후보를 사후적으로 배제하는 방식이 과연 정당한가를 둘러싸고 정치적 충돌이 격화되는 양상이다.
김철관 기자는 9일 시론을 통해 강북구청장 경선 승자인 이승훈 변호사에 대한 당 지도부의 전략공천 결정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주권자인 구민과 당원이 직접 선택한 후보를 중앙당 지도부가 뒤집는 것은 민주주의 원칙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논란의 출발점은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가 지난 7일 강북구를 전략지역구로 지정하면서부터다. 전략지역구 지정은 당이 특정 후보를 우선 공천하거나 별도의 정치적 판단에 따라 후보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이미 당내 경선이 진행됐고, 이승훈 변호사가 승리한 상황에서 이러한 결정이 내려졌다는 점이다.
비판 여론은 “이미 끝난 경선을 사후적으로 뒤집는 것은 절차적 정당성을 훼손한다”는 데 집중된다. 경선이라는 제도는 당원과 지역 주민의 정치적 의사를 반영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인데, 지도부가 전략공천이라는 이름으로 이를 무효화하면 경선 자체의 의미가 사라진다는 주장이다.
김철관 기자 역시 이 부분을 정면으로 지적했다. 그는 “후보에게 문제가 있었다면 경선 이전 검증 과정에서 걸러냈어야 했다”며 “모든 절차를 통과한 뒤 전략지역구 지정으로 후보 자격을 박탈하는 것은 투표에 참여한 당원과 구민의 의사를 무시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번 사안에서 가장 뜨거운 쟁점은 이승훈 변호사의 과거 변호 이력이다. 일부 보수언론은 이승훈 변호사가 성범죄 사건 변호를 맡았다는 점을 문제 삼아 집중 보도했고, 이것이 당 지도부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법조계 안팎에서는 “변호사의 직업적 역할과 정치적 자격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형사사건 변호는 헌법상 보장된 피고인의 방어권과 직결되는 문제이며, 변호사는 법률에 따라 의뢰인을 변론하는 역할을 수행할 뿐이라는 것이다.
실제 형사사건 변호는 범죄의 유형과 관계없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라는 헌법 원칙 위에서 운영된다.
만약 특정 범죄 피의자를 변호했다는 이유만으로 공직 후보 자격을 문제 삼는다면, 상당수 형사 전문 변호사들 역시 정치 참여에 제약을 받을 가능성이 생긴다.
김철관 기자는 이 부분에 대해 “성범죄자를 변호했다는 이유로 후보 자격을 박탈한다면 변호사 중 과연 누가 정치에 참여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변호사의 직업 선택 자유 자체를 부정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안을 둘러싸고 보수언론의 역할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일부 언론은 이승훈 변호사의 사건 수임 이력을 집중 부각하며 정치적 공세를 이어갔고, 민주당 지도부가 전국 선거에 미칠 파장을 우려해 전략공천 카드를 꺼낸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김철관 기자는 “보수언론의 공격적 보도에 당이 흔들린 것이라면 이는 정치적 소신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언론의 비판이 두렵다고 이미 선출된 후보를 제거한다면 이는 민주주의가 아니라 지도부 독선”이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논쟁은 최근 정당 정치가 점점 중앙당 지도부 중심으로 재편되는 흐름과도 연결된다. 과거에도 전략공천은 여러 차례 논란이 됐지만, 특히 경선 이후 결과를 뒤집는 방식은 당내 갈등을 극대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해왔다.
정치권에서는 “경선은 보여주기용 절차에 불과한가”라는 냉소적 반응도 나온다. 실제 당원들이 참여해 후보를 선택했음에도 지도부 판단 하나로 결과가 번복될 수 있다면, 정당 민주주의의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다.
반면 지도부 입장에서는 지방선거 전체 판세와 전국 단위 정치 영향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론도 존재한다. 특정 후보 관련 논란이 전국 선거 프레임으로 확대될 경우 전체 선거 전략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다만 이 경우에도 “정치적 유불리가 민주적 절차를 압도해도 되는가”라는 질문은 여전히 남는다. 민주주의는 때로 비효율적이고 불편한 절차를 감수하면서 유지되는 체계이기 때문이다.
강북구 지역사회에서도 반응은 엇갈린다. 일부는 “후보 검증이 부족했다”고 지적하는 반면, 또 다른 쪽에서는 “이미 경선을 통해 판단이 끝난 사안을 지도부가 다시 뒤집는 것은 부당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승훈 변호사는 현재 전략지역구 지정 효력을 막기 위한 법적 대응에도 나선 상태다. 그는 8일 서울남부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략지역구 지정 정지 가처분 신청 입장을 밝히며 “정당한 경선 결과를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지방선거 후보 논란이 아니라 한국 정당정치의 구조적 문제를 다시 드러낸 사건으로 평가된다. 당원 참여 확대를 강조하면서도 실제 중요한 순간에는 중앙 지도부 판단이 우선되는 구조, 정치적 리스크 관리가 민주적 절차를 압도하는 현실, 그리고 언론 프레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정당 문화가 복합적으로 충돌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번 논란이 향후 공천 제도 개혁 논의로 이어질 가능성도 주목하고 있다. 경선의 실질적 효력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 전략공천 권한의 범위를 어디까지 제한할 것인지, 후보 검증 시점과 기준을 어떻게 명확히 할 것인지가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논쟁의 중심에는 “누가 후보를 결정하는가”라는 민주주의의 오래된 질문이 자리하고 있다. 당원과 주민의 선택인가, 아니면 중앙당의 전략적 판단인가. 강북구청장 후보 논란은 지방선거 한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정치 전체가 직면한 구조적 딜레마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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