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외신문/전용현 기자] 중동발 지정학 리스크가 글로벌 해상 물류를 뒤흔들면서 인천항 컨테이너 물동량이 감소세로 전환됐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유가 급등과 해상운임 상승이 직격탄으로 작용하면서 단순한 일시적 둔화를 넘어 공급망 구조 전반의 재편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인천항만공사에 따르면 지난 3월 인천항 컨테이너 물동량은 26만9천TEU로 집계돼 전년 동월 대비 5.6% 감소했다. 올해 초 증가세로 돌아섰던 흐름이 중동 사태 이후 다시 꺾인 것이다. 항만 업계는 이를 단순 경기 요인이 아닌 중동발 리스크가 본격적으로 반영된 결과로 보고 있다.
이번 물동량 감소의 핵심 배경은 해상운임 급등이다. 호르무즈 해협 통항 차질로 국제 유가가 급등했고, 이는 곧바로 컨테이너 운임 상승으로 이어졌다. 실제 중국 상하이해운거래소 자료에 따르면 동아시아에서 베트남 호찌민으로 향하는 운임 지수는 불과 일주일 사이 236에서 385로 급등했다. 중국과 한국을 잇는 노선 역시 16% 이상 상승하며 전반적인 운송 비용 부담이 커졌다.
문제는 인천항 물동량의 약 80%가 중국과 베트남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이들 핵심 노선의 운임이 급등하면서 긴급성이 낮은 화물은 출하 자체가 지연되고 있다. 현장에서는 선적을 미루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으며, 단기적으로 물동량 감소는 불가피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여기에 동남아 주요 항만의 혼잡까지 겹치며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을 회피한 선박들이 싱가포르, 인도, 태국, 베트남 등 인근 항만으로 몰리면서 체선율과 터미널 적체가 심화됐다. 이로 인해 선박 입출항 지연과 화물 처리 지체가 이어지며 인천항 물동량에도 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인천항만공사는 긴급 대응에 나섰다. 컨테이너 터미널 운영사들과 비상 점검회의를 열고 중동 사태가 항만 운영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한편, 현장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단기 대응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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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항 컨테이너 부두 (사진=인천광역시) 내외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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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공급망 구조 자체를 재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선 단기적으로는 긴급·고부가 화물 중심으로 선적 우선순위를 재조정하고, 중소 수출기업을 위한 공동 물류 체계를 구축해 운임 부담을 분산할 필요가 있다. 선사와의 협의를 통해 일부 노선에 대한 운임 안정화 장치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중기적으로는 항로 다변화가 핵심 과제로 꼽힌다. 중동 경유 비중을 줄이고 동남아 직항, 일본·북미 환적 노선을 확대하는 등 리스크 분산 전략이 요구된다. 동시에 중국과 베트남 중심의 교역 구조에서 벗어나 인도, 인도네시아, 중남미 등으로 시장을 확대하는 움직임도 필요하다.
항만 운영 전략의 전환도 중요하다. 동남아 항만 혼잡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인천항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물류 거점으로 자리매김할 경우 오히려 대체 허브로서의 기회를 확보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야드 회전율을 높이고 디지털 기반 물류 관리 시스템을 강화해 항만 효율성을 극대화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물류와 에너지, 금융이 결합된 종합 전략이 요구된다. 운임 변동성을 관리할 수 있는 헤지 수단 도입, 국적선사 경쟁력 강화, 전략 물류 비축 시스템 구축 등 보다 구조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이번 사태는 항만이 단순한 물류 거점을 넘어 국가 경제 안정성을 좌우하는 핵심 인프라라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