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안 상괭이의 죽음...서해안은 그들에 죽음의 미로였다.-혼획이라는 이름의 죽음…그물에 걸린 채 질식하는 토종 돌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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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웃는얼굴을 하는 상괭이(사진/구독자 페이스북 사진) |
[내외신문/유향연 기자] ‘웃는 돌고래’라는 별칭을 가진 상괭이는 우리나라 서해를 중심으로 오랜 시간 살아온 토종 해양 포유류다. 온화한 인상과 달리, 이들의 삶은 점점 더 위태로워지고 있다.
혼획, 즉 어업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그물에 걸리는 사고가 반복되며 개체 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2016년 상괭이를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했지만, 보호의 시간은 기대만큼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인천과 경기, 충청을 포함한 서해안은 상괭이의 주요 서식지이지만 동시에 가장 위험한 해역이기도 하다. 어업 활동이 밀집된 이 바다는 상괭이에게 생존의 공간이 아니라 생존을 위협하는 공간으로 변하고 있다.
![]() ▲ 상괭이 해부하는 학생들(사진=플랜오션 홈페이지 화면 캡쳐) |
지난 3월, 건국대학교 수의과대학 부검실에는 한 마리의 어린 상괭이가 놓여 있었다. 길이 105cm, 나이는 한 살을 조금 넘긴 것으로 추정됐다. 태안에서 좌초된 채 발견된 이 개체는 오랜 시간 냉동 보관된 뒤 뒤늦게 부검이 진행됐다.
부검을 진행한 플랜오션 측은 올해 들어 세 번째 사례라고 밝혔다. 앞서 발견된 개체들 역시 비슷한 경로를 거쳐 부검대 위에 올랐다. 이는 단순한 개별 사건이 아니라 반복되는 패턴임을 보여준다.
외형 조사에서부터 상괭이의 고통은 드러났다. 턱 주변에는 길게 패인 상처가 있었고, 입 안에서는 이빨이 빠지거나 흔들린 흔적이 확인됐다. 이는 그물에 걸린 상태에서 탈출을 시도하며 생긴 손상으로 추정된다.
해부가 진행되자 사인은 더욱 명확해졌다.
기관지 내부에는 하얀 거품이 가득 차 있었다. 이는 질식사의 전형적인 징후다. 상괭이는 사람과 같은 포유류로, 일정 시간마다 수면 위로 올라와 숨을 쉬어야 한다. 그러나 그물에 걸린 상태에서는 그 기본적인 생리조차 수행할 수 없다.
위에서는 먹이 활동의 흔적이 일부 발견됐지만, 더 주목할 점은 함께 발견된 그물 조각이었다. 잘게 찢긴 이 조각들은 상괭이가 필사적으로 탈출을 시도했음을 보여준다. 이빨로 물어뜯고, 몸을 비틀며 빠져나오려 했던 흔적이다.
부검을 담당한 연구진은 이 상괭이가 단순히 즉각적으로 죽은 것이 아니라, 일정 시간 동안 고통을 겪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작은 몸으로 바닷속에서 몸부림치며 숨을 찾으려 했던 시간은, 짧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생존의 투쟁이었다.
![]() ▲ 해안에서 죽어가는 상괭이(사진/위키트리) |
문제는 이러한 죽음이 드물지 않다는 점이다. 혼획은 여전히 주요 사망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으며, 이를 줄이기 위한 기술적·제도적 대응은 충분히 확산되지 못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탈출 장치나 어구 개선이 시도되고 있지만, 전체 해역으로 확대되기에는 한계가 있다.
상괭이는 우리 바다의 생태적 균형을 보여주는 지표종이기도 하다. 이들이 사라진다는 것은 단순히 한 종의 멸종을 넘어, 해양 생태계 전체의 변화 신호일 수 있다.
바다는 여전히 넓고 깊지만, 상괭이에게 그 공간은 점점 좁아지고 있다. 인간의 그물이 만든 경계 안에서, 숨을 쉴 수 없는 생명들이 조용히 사라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