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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사법부부터 고쳐야 나라가 산다

재판이 늦어지면 정의도 늦어진다

사법개혁 없이는 한국 대개조도 없다

윤미란 시민기자 | 기사입력 2026/02/09 [08:43]

[기고] 사법부부터 고쳐야 나라가 산다

재판이 늦어지면 정의도 늦어진다

사법개혁 없이는 한국 대개조도 없다

윤미란 시민기자 | 입력 : 2026/02/09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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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2일 대법원앞에서 시위중인 촛불행동    

 

한국 사회를 바꾸자, 나라를 다시 짜야 한다는 말은 많이 나옵니다.

 

경제를 살리자, 산업을 바꾸자, 정치 개혁을 하자는 주장도 넘쳐납니다. 그런데 이 모든 이야기의 바닥에는 늘 빠져 있는 하나의 축이 있습니다.

 

바로 사법부입니다.

 

사법이 흔들리는데 경제가 바로 서고, 정치가 정상으로 돌아가고, 개혁이 끝까지 갈 수 있을까요. 현실은 정반대입니다. 사법부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어떤 개혁도 중간에서 멈추거나 비틀어집니다.

 

많은 사람들은 사법부 문제를 특정 판결이나 특정 판사의 성향 문제로 봅니다. 하지만 그건 표면입니다. 진짜 문제는 판결 하나하나가 아니라, 사법이 작동하는 구조 자체입니다. 지금의 사법 시스템은 국민이 기대하는 ‘공정한 심판자’의 모습과 너무 멀어졌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사법이 권력이 되어버렸다는 점입니다. 원래 사법은 정치와 행정,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거리를 두고 분쟁을 정리하는 역할을 맡아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누가 기소되는지, 언제 재판이 열리는지, 언제 결론이 나는지가 정치와 사회 전체를 흔드는 변수가 되어버렸습니다. 법이 정치 위에 군림하거나, 정치가 법을 이용하는 이상한 상황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첫 번째 구조적 문제는 기소권의 집중입니다. 검찰은 수사하고 기소하는 막강한 권한을 쥐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기소가 잘못됐을 때 책임은 거의 묻지 않습니다. 무죄가 나와도 “법원이 판단한 것”이라는 말로 끝납니다. 권한은 한 곳에 몰려 있는데, 책임은 아무도 지지 않는 구조입니다. 이런 시스템에서는 기소 자체가 하나의 정치적 행위가 되기 쉽습니다.

 

두 번째 문제는 재판이 수사 기록에 지나치게 의존한다는 점입니다. 이론적으로 재판은 법정에서의 공개된 다툼과 증거에 따라 판단해야 합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검찰 수사 기록이 재판의 중심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변호인의 방어권은 형식적으로 보장되지만, 실제로는 수사의 틀을 깨기 어렵습니다. 재판이 수사의 연장선처럼 느껴지는 이유입니다.

 

세 번째는 재판 지연 문제입니다. 재판이 늦어지는 것은 단순한 행정 문제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강력한 권력입니다. 몇 년씩 이어지는 재판은 그 자체로 사람을 지치게 만들고, 정치 일정과 맞물리면 결과와 상관없이 정치적 효과를 만들어냅니다. 무죄도 유죄도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시간을 끌면, 그 자체로 한 사람의 삶과 명예는 무너집니다. 정의가 늦어지면 정의가 아닌 이유입니다.

 

네 번째 문제는 사법 엘리트의 폐쇄적 순환 구조입니다. 법원, 검찰, 대형 로펌, 학계, 언론이 서로 얽힌 구조 속에서 인사와 평판이 돌고 돕니다. 이 구조 안에서는 내부 비판이 나오기 어렵고, 문제 제기는 ‘사법 불신을 조장한다’는 말로 막히기 쉽습니다. 국민의 눈높이와 사법 내부의 기준이 점점 벌어지는 이유입니다.

 

이런 사법 시스템은 국가 전체에 심각한 후유증을 남깁니다. 정치에서는 정책 경쟁 대신 고소·고발이 전략이 됩니다. 선거 결과보다 재판 일정이 더 중요한 변수가 됩니다. 경제에서는 법보다 관계와 눈치를 먼저 보게 됩니다. 투자와 혁신보다 분쟁을 피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 됩니다. 사회 전반에는 “법을 지켜도 보호받지 못한다”는 불신이 퍼집니다.

 

그래서 사법부 개혁은 어느 한 정권의 이해 문제가 아닙니다. 진보냐 보수냐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가 정상적으로 돌아가기 위한 최소 조건입니다. 사법 개혁 없이 경제 개혁을 하겠다는 것은 브레이크 고장 난 차로 고속도로를 달리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습니다.

 

사법부 대개조의 방향은 분명합니다.

 

첫째, 권한은 나누고 책임은 분명히 해야 합니다. 기소권과 수사권의 구조를 다시 짜고, 잘못된 기소에는 제도적 책임이 따르도록 해야 합니다. 둘째, 재판은 수사 기록이 아니라 법정 중심으로 돌아와야 합니다. 방어권이 실제로 작동하도록 절차를 바꿔야 합니다. 셋째, 재판 지연을 통제할 장치를 마련해야 합니다. 언제까지 판단해야 하는지, 왜 늦어지는지 국민에게 설명하도록 해야 합니다. 넷째, 사법은 국민에게 설명하는 기관이 되어야 합니다. 판결은 어려운 말이 아니라 이해 가능한 언어로 전달돼야 합니다.

 

한국 대개조의 출발점은 결국 사법입니다.

 

법이 권력의 도구가 되지 않게 하는 것, 동시에 법이 또 다른 권력이 되지 못하게 하는 것.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잡지 못하면, 어떤 개혁도 오래가지 못합니다. 사법부부터 바로 세우지 않으면, 한국 대개조는 구호로 끝날 가능성이 큽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많은 법이 아니라, 제대로 작동하는 사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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