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보수는 나라 살림을 책임지는 한 축이었다.
경제를 키우고, 안보를 지키며, 국가 시스템을 운영하는 데 중심 역할을 해왔다. 정책과 비전으로 경쟁하던 정치 세력이었고, 국민은 보수에게 안정과 책임을 기대했다. 그러나 지금의 보수는 더 이상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정책은 보이지 않고, 자극적인 말과 프레임만 남았다.
보수가 가장 자주 사용하는 방식은 안보 불안 프레임이다.
정부가 개혁 정책이나 외교 변화를 이야기하면 곧바로 “종북이다”, “안보가 무너진다”, “나라가 위험하다”는 말부터 나온다. 남북 대화나 외교 협력을 추진하면 내용과 성과를 따지기보다 “퍼주기”라는 낙인이 먼저 붙는다. 안보는 전략과 국익의 문제인데, 공포를 자극하는 구호로만 소비되고 있다.
경제 문제도 마찬가지다.
물가가 오르거나 경기가 어려워지면 “IMF 온다”, “나라 망한다”, “베네수엘라 된다”는 말이 반복된다. 그러나 왜 어려운지,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은 잘 보이지 않는다. 불안을 키우는 말은 넘치지만, 책임지는 정책은 부족하다.
공정이라는 가치도 정치적 무기로 변질됐다.
취업, 주거, 교육 같은 구조적 불공정 문제에는 침묵하면서 상대 진영 인사의 도덕성 논란만 집요하게 파고든다. 정책 경쟁 대신 흠집내기 경쟁이 전면에 나선 것이다. 여기에 “진정성이 없다”, “쇼 정치다”라는 말로 상대의 의도를 재단하는 정치까지 더해진다. 하지만 정치에서 중요한 것은 마음이 아니라 행동이고, 말이 아니라 결과다.
보수는 또 스스로를 피해자로 포장하는 데 익숙하다.
권력을 쥐고 있을 때조차 “탄압받고 있다”는 말을 반복하며 책임을 회피한다. 여기에 극우 유튜브 정치가 결합하면서 정치가 하나의 장사가 되어버렸다. 자극적인 말과 음모론, 분노를 팔아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정치는 감정 싸움이 아니라 책임의 문제다.
국민은 싸우는 정치가 아니라 삶을 바꾸는 정치를 원한다. 보수가 망하는 이유는 외부에 있지 않다. 스스로 정책을 버리고 프레임을 택했기 때문이다. 설명 대신 선동을, 책임 대신 분노를 택한 정치의 끝은 결국 쇠퇴와 몰락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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