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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새기는 민족 비극사 제1, 2권
박원희 시인은 등단 30년이 된 중견시인으로 그동안 작고 여린 생명과 삶에 대해 관심을 갖고 시를 써왔다. 이번 출간된 <시로 새기는 민족비극사> 서사시집은 1945년 해방 이후부터 한국전쟁 전후에 있었던 민족의 비극사(학살사)를 정면으로 응시하고 그 아픔을 시로 노래하고 있다. 박 시인의 탄식은 그저 감정적 호소에 그치지 않고, 역사적 교훈을 사실에 근거하여 독자는 물론 동료 문학인에게 민족역사의 재인식을 요청하고 있다. 90여편에 흐르는 일관된 정신은 어떤 이념도 어떤 우방도, 어떤 정치 권력도 양민을 학살하는 것을 정당화할 수 없으며, 더욱이 분단의 비극을 악용하여 민초들을 억압하는 정치문화를 질타하는 냉철한 자세였다. 우리가 잘 아는 제주 4.3희생은 물론 그동안 일반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학살의 현장을 다시 소환하여 우리의 안일함을 다시 깨워준다. 시인이란 어떤 시대에 살든 인간의 억울한 희생을 외면할 수 없듯이 박원희 시인이 비극적 역사로 인해 희생된 많은 영혼을 끌어안은 이번 시집에서는 시인의 심성이 진정 어디까지 닿아야 하는지 깨닫게 된다.
비극을 대면하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전쟁과 학살 같은 용어에는 인류사를 관통하는 총체적이고 원형적인 참상이 날것으로 피를 튀기고 있기 때문이다. 범주를 좁히더라도 『시로 새기는 민족비극사』는 그 민족사적 참상의 현장에 입주하여 피를 덮어쓰고, 피 냄새를 맡으며 피 냄새를 형상화할 수 있어야 비로소 쓸 수 있는 서사시이다. 회피하고 싶은 욕망이 그인들 없었을까. 그러나 시인의 책무는 인류의 공유재이기도 해서 양심이 가리키는 길을 그는 외면할 수 없었을 것이다. 1945년 해방 이후부터 한국전쟁 전후에 있었던 민족의 비극사 중에서 그는 특히 학살에 주목한다. 학살 주체가 정부와 외세, 우익과 좌익, 한국군과 미군과 인민군이었다는 것에 대비해 그 피해자는 오로지 비무장 민초였다는 사실은 이 비극의 본질에 분노할 수밖에 없는 당위성을 부여한다. “아는 것은 솥단지 / 전쟁을 몰라 / 평화를 몰라 / 이승만이 버리고 간 땅도 사람도 몰라 / 빨갱이도”(「노근리 평화공원」) 모르던 이들이 “굴비처럼 엮여 / 구덩이나 동굴 앞에”(「침묵의 노래」) 서서 죽음을 기다리던 순간들이 소환된다. 전쟁의 포성과 학살이 멈추지 않는 세계에 대한 은유가 차고 넘치는 이 시집은 모든 과거사는 곧 현대사라는 사실에 대한 증언이다. ㅡ이영숙 시인ㆍ문학평론가
박원희 시인은 청주에서 태어나 자랐다. 1995년 『한민족문학』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현재 한국작가회의 충북지회 회원, 민족문학연구회 회원, 엽서시동인, 충북민예총 부이사장이다. 시집으로 『나를 떠나면 그대가 보인다』 『아버지의 귀』 『몸짓』 『방아쇠증후군』 『아내』 『고양이의 저녁』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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