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태 의원의 재해석..위기의 순간마다 이름 없이 일하며 판을 지켜낸 진짜 일꾼의 조건이건태의원은 대장동 사건 국면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변호인단 핵심으로 활동했으며, 구속 가능성까지 거론되던 가장 암울한 시기에 사건 전반을 책임진 실질적 책임변호사였다.
어제 우연히 지인의 강연이 있다고 해서 그리고 사회를 안진걸 소장이 본다고 해서 방문했던 강연회에서 좀 색다른 느낌을 받은 정치인이 있었다.
수많은 정치 연설을 들어왔지만, 이건태 의원의 말은 조금 달랐다.
거창한 이념이나 추상적인 구호보다, 한 장면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국회 앞, 늦은 밤, 20대 여성 시민들이 각자 자리를 깔고 앉아 밤을 새우고 있었다는 이야기였다.
이건태 의원은 그들에게 왜 여기 있느냐고 물었다고 했다.
돌아온 답은 단순하면서도 무거웠다고 한다. 혹시라도 2차 비상계엄이 발동돼 계엄군이 다시 들어오면, 그때는 몸으로 막기 위해서라는 말이었다. 국회를 지키기 위해서, 국회 안에 있는 국회의원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이었다.
그당시 받았던 느낌은 정치는 늘 국민을 위한다고 말하지만, 정작 국민이 정치인을 지키기 위해 몸을 던지겠다고 말하는 장면을 우리는 얼마나 자주 마주하는가. 이건태는 그 순간을 이렇게 표현했다. “감동과 함께 국회의원이라는 사람의 책임감을 엄청나게 크게 느꼈다”고. 그 말은 과장이 아니라고 느껴졌다.
이건태의 정치 이력은 그 장면 이후에 설명돼도 늦지 않았다. 그는 대장동 사건 당시 이건태로서, 그리고 이재명 대통령의 핵심 변호인으로서 가장 어두운 시기를 함께 통과한 인물이다.
구속설이 공공연히 떠돌던 시절, 정치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하던 때였다. 그는 그 시간을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가장 중요한 건 국민들의 절대적인 지지였다. 정치인에게 국민의 지지는 정말 못 할 게 없는 에너지다.”그 말에는 변호사의 논리보다 체험자의 언어가 담겨 있었다.
실제로 그는 국회에 들어와 법사위에서 주목받는 자리에 있었음에도, 선거법 사건 국면에서 법사위를 떠나 법률 대변인을 맡았다.
스포트라이트를 포기한 선택이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이재명 대표를 지키는 것이 결국 민주당을 지키는 길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하루 종일 회의에 묶여 있으면 언론 대응을 할 수 없고, 그 공백이 치명적이라고 판단했다는 설명이었다.
윤석열 탄핵과 구속 과정에서도 그의 말은 늘 ‘뒤에서 벌어진 일’에 가까웠다. 공수처와 국수본을 상대로 체포영장 집행을 요구하며 “100명으로는 안 된다, 1000명을 파견하라”고 했다는 대목은 정치인의 발언이라기보다 현장을 아는 사람의 요구처럼 들렸다.
결과적으로 대규모 인력 투입과 체포, 구속으로 이어진 과정을 그는 담담하게 설명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선거법 무죄 판결에 대해 이건태는 “이 판결이 민주주의를 지켰다”고 말했다. 사법부는 행정부가 반칙을 할 때 아니라고 말해줘야 하는 기관이며, 그 역할을 한 판사들이 있었다는 점을 분명히 짚었다.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를 넘어, 사법의 기능을 복원했다는 평가였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그가 가장 먼저 착수한 일은 정치검찰 조작기소 대응 특위였다.
그는 “대통령에게 잘못 채워진 보복성 조작기소는 반드시 공소 취소로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한다. 여러 차례 기자회견과 감찰 요청, 고발을 이어온 이유도 거기에 있다.
이 과정은 단순히 한 사람을 구제하는 문제가 아니라, 다시는 같은 방식의 정치 수사가 반복되지 않게 만드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에 대한 그의 입장 역시 일관돼 있다. 법을 왜곡해 출세하는 판사와 검사가 존재하는 현실에서 제도적 통제가 없으면 안 된다는 주장이다. 대법관 증원, 판결문 공개, 법원행정처 개편을 이야기하는 대목에서도, 그의 언어는 추상적 개혁 담론보다 구체적인 경험에 가까웠다.
그래서 이건태의 최고위원 출마 선언을 들으며, 나는 단순히 또 한 명의 후보가 나왔다는 느낌을 받지 않았다.
그의 말은 ‘왜 내가 이 자리에 서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긴 답변처럼 들렸다. “이재명 정부가 성공해야 지방선거가 이기고, 그래야 정권 재창출이 된다”는 그의 말은 전략이자 확신이었다.
그는 자신을 이렇게 규정했다.
“이재명을 지키는 최고위원.” 그 말이 개인 충성으로 들리지 않았던 이유는, 국회 앞에서 밤을 새운 시민들의 모습으로 이야기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정치의 출발점이 권력이 아니라 시민의 몸과 밤이었다는 점에서, 그의 말은 적어도 가볍지 않았다.
민주당 최고위원 선거는 늘 복잡한 셈법의 장이 된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묻게 된다. 누가 말을 잘하느냐보다, 누가 이 시간을 통과해왔느냐가 더 중요하지 않은가. 국회를 지키기 위해 몸을 던지겠다는 시민들 앞에서 멈춰 섰던 정치인의 고백은, 그래서 쉽게 잊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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