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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이 지나가면 정말 고기가 늘어날까 엘니뇨·라니뇨·기후 변동 속 어업의 역설

기후 변동은 재난인가 기회인가

풍어와 흉어를 가르는 바다의 리듬

어업의 미래는 ‘적응력’에 달려 있다

전용현 기자 | 기사입력 2026/01/08 [07:45]

태풍이 지나가면 정말 고기가 늘어날까 엘니뇨·라니뇨·기후 변동 속 어업의 역설

기후 변동은 재난인가 기회인가

풍어와 흉어를 가르는 바다의 리듬

어업의 미래는 ‘적응력’에 달려 있다

전용현 기자 | 입력 : 2026/01/08 [07:45]

[내외신문=전용현 기자] 어민들의 체감은 점점 더 분명해지고 있다. 바다는 더 이상 어제의 바다가 아니다. 엘니뇨와 라니뇨, 그리고 점점 강해지고 잦아지는 태풍은 단순한 기상 현상을 넘어 어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구조적 변수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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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니뇨와 라니뇨, 태풍 같은 기후 변화는 어업의 조건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수온 변화는 어종의 이동과 어획량을 좌우하고, 태풍은 단기적으로는 피해를 주지만 바다를 섞어 어장을 회복시키는 역할도 한다. 이제 어업은 경험이 아니라 기후를 읽는 대응력에 의해 좌우되는 시대에 들어섰다.    (사진=베트남의 양식업)

 

엘니뇨는 적도 부근과 동태평양의 해수면 온도를 평년보다 높이며 전 지구적 기후 변화를 촉발한다. 이 과정에서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분야 중 하나가 어업이다.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면 깊은 바다에서 표층으로 영양염을 끌어올리던 용승 현상이 약해지고, 플랑크톤 생산성이 급격히 떨어진다. 플랑크톤은 해양 먹이사슬의 출발점이다.

 

이 기반이 흔들리면 소형 어종, 중대형 어종, 최종 소비 대상 어종까지 연쇄적으로 감소한다. 실제로 엘니뇨 시기에는 남미 연안의 멸치와 정어리 어장이 붕괴되는 사례가 반복돼 왔고, 이는 세계 수산물 시장에도 큰 충격을 주었다. 한국 연근해 역시 예외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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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은 2015년 북극 보고서에 따르면 바렌츠해는 전 세계 평균보다 빠르게 온난화되며 어류의 북상 이동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2004~2012년 사이 온수성 어종이 북·동부로 확장된 반면, 냉수 어종은 밀려났다. 해빙 감소와 생산성 증가는 대구 등 대형 포식자에 유리하지만, 이동이 어려운 북극 어종은 경쟁과 포식 압력으로 멸종 위험에 놓이고 있다.    10년전의 사진으로 이제는 더욱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수온 상승으로 고등어, 오징어, 명태 등 전통 어종의 분포가 북상하거나 깊은 수심으로 이동하면서 어획 안정성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다만 엘니뇨가 언제나 부정적인 결과만을 낳는 것은 아니다.

 

따뜻한 해류를 따라 열대·아열대성 어종이 북상하면서 참치류나 일부 고부가가치 어종의 어획이 일시적으로 늘어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는 구조적 호재라기보다 불확실성이 큰 ‘우연의 수확’에 가깝다. 엘니뇨는 어업을 풍요롭게 하기보다는, 기존의 어장 질서와 경험 기반 어업을 무너뜨리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다.

 

라니뇨는 엘니뇨의 반대편에 서 있는 현상이다. 적도 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낮아지며 강한 용승이 발생하고, 바다는 다시 영양을 끌어올린다. 이때 플랑크톤이 증가하고, 이를 먹이로 삼는 소형 어종이 대규모로 형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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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상 가장 긴 라니냐 현상 속에서도 참치는 사라지지 않고 이동했다. 라니냐로 수온이 낮아지면 참치는 더 먼 해역으로 이동해 조업 비용은 늘지만, 자원 자체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기후가 바뀌면 참치는 그에 맞춰 움직일 뿐이며, 과학적 자원 관리가 뒷받침될 경우 참치 어획은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어민들 사이에서 라니뇨가 ‘풍어의 신호’로 불려온 이유다. 멸치, 정어리, 고등어 같은 대중성 어종의 어군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면서 연근해 어업은 비교적 예측 가능한 리듬을 되찾는다. 실제로 라니뇨 국면에서는 어획량 증가와 함께 어업 경영의 안정성이 높아지는 경향이 뚜렷하다.

 

그러나 라니뇨 역시 무조건적인 축복은 아니다. 해수가 지나치게 차가워질 경우 전복, 넙치, 굴 등 양식 생물의 성장 속도가 떨어지거나 집단 폐사가 발생할 수 있다. 또한 풍부해진 어장에 과도한 어획이 집중되면 단기간의 풍어 뒤에 자원 고갈이라는 그림자가 따라온다.

 

라니뇨는 자연이 제공하는 기회이지만, 이를 관리하지 못하면 장기적 위기로 전환될 수 있다. 결국 라니뇨의 긍정적 효과는 ‘얼마나 잡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달려 있다. 전통 어업의 경험과 과학적 자원 관리가 결합되지 않으면, 라니뇨가 남기는 것은 풍요가 아니라 소진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태풍은 엘니뇨와 라니뇨와는 또 다른 차원의 존재다. 태풍은 한순간에 삶의 터전을 무너뜨리는 재난이지만, 동시에 바다의 생태계를 뒤흔들어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내는 힘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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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풍이 지나가면 강한 바람과 파도로 표층과 심층 해수가 섞이면서 깊은 바다의 영양염이 수면으로 올라온다. 이로 인해 플랑크톤이 늘고, 일정 시차 뒤 어장이 회복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실제로 어민들은 태풍 이후 갈치·오징어·고등어 어황이 좋아졌다고 말한다. 또한 태풍은 여름철 고수온으로 인한 저산소 현상을 완화해 양식장 집단 폐사를 줄이는 효과도 있다.    

 

태풍이 지나가면 강한 바람과 파도로 표층과 심층 해수가 섞이며, 바닷속 깊은 곳에 있던 영양염이 수면 가까이 올라온다. 이 과정에서 플랑크톤이 증가하고, 일정 시간이 흐른 뒤 어장이 살아나는 현상이 관측된다.

 

실제로 많은 어민들은 태풍이 지나간 뒤 일정 시차를 두고 갈치, 오징어, 고등어 어황이 좋아진 경험을 공유해 왔다. 또한 태풍은 여름철 고수온으로 인한 저산소 문제를 일시적으로 완화해 양식장의 대규모 폐사를 막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태풍의 긍정적 효과는 어디까지나 중장기적 관점에서의 이야기다. 단기적으로 태풍은 어업에 치명적이다. 어선 파손, 양식장 유실, 항만과 어항 시설 붕괴는 곧바로 생계 위협으로 이어진다. 육상에서 유입되는 탁수와 오염물질은 산란장을 훼손하고, 어린 물고기의 생존률을 크게 떨어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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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풍이 잦아지면서 어장은 회복할 시간을 잃고 반복적 충격에 노출되고 있다. 이제 태풍은 일시적 재해가 아니라 기후위기 시대 어업 구조를 시험하는 변수다. 엘니뇨와 라니뇨, 태풍이 일상이 된 상황에서 어업의 미래는 자연을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기후를 읽고 예측하며 자원 관리와 어업 방식 전환에 얼마나 빠르게 대응하느냐에 달려 있다.    

 

문제는 태풍이 ‘가끔’이 아니라 ‘자주’ 찾아오고 있다는 점이다. 회복할 시간을 주지 않는 반복적 충격은 어장을 회복시키기보다 고갈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제 태풍은 단순한 자연재해가 아니라, 기후위기 시대 어업 구조를 시험하는 변수로 떠올랐다. 엘니뇨와 라니뇨, 태풍은 더 이상 예외적 사건이 아니다.

 

이 변화의 시대에 어업의 미래를 가르는 것은 자연을 통제하는 힘이 아니라, 자연의 리듬을 읽고 대응하는 능력이다. 기후 예측 기술, 자원 관리, 어업 방식의 전환이 결합되지 않는다면 바다가 주는 선물은 오래 남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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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포털 지원센터 대표
내외신문 광주전남 본부장
월간 기후변화 기자
사단법인 환경과미래연구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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