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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판 벽란도가 될 수 있을까? ....쥐 잘 잡는 고양이와 호랑이 수염

-중국이 원하는 새로운 교류의 항구, 실용 외교의 기회와 미중 대립의 경계

-쥐를 잡는 실용과 수염을 건드리는 위험 사이에서 시험대에 오른 한국의 선택

-교류는 열고 충돌은 피할 수 있을까, 현대판 벽란도를 둘러싼 전략 계산

-중국의 요청과 미국의 시선, 실용 외교가 감당해야 할 현실적 부담

-바다를 다시 열자는 제안, 그러나 항구는 이미 경쟁의 한가운데에 있다

전태수 기자 | 기사입력 2026/01/07 [08:39]

현대판 벽란도가 될 수 있을까? ....쥐 잘 잡는 고양이와 호랑이 수염

-중국이 원하는 새로운 교류의 항구, 실용 외교의 기회와 미중 대립의 경계

-쥐를 잡는 실용과 수염을 건드리는 위험 사이에서 시험대에 오른 한국의 선택

-교류는 열고 충돌은 피할 수 있을까, 현대판 벽란도를 둘러싼 전략 계산

-중국의 요청과 미국의 시선, 실용 외교가 감당해야 할 현실적 부담

-바다를 다시 열자는 제안, 그러나 항구는 이미 경쟁의 한가운데에 있다

전태수 기자 | 입력 : 2026/01/07 [08:39]

베이징에서 울려 퍼진 ‘교류’의 언어는 오래된 기억을 불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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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벽란도가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고려와 송나라의 시대적 이해관계가 맞물린 국제 환경이 있었다. 고려는 북방 민족의 압박 속에서 해상 교류를 전략적 선택으로 삼았고, 송나라는 상업과 해상 무역을 국가 운영의 핵심으로 삼은 문치 국가였다. 육로보다 바다가 안정적이었던 시대 조건 속에서, 벽란도는 양국의 필요가 교차하는 교류의 항구로 발전했다.    

 

고려 시대 서해의 국제무역항이었던 벽란도처럼, 다시 한 번 바다를 매개로 한 협력의 공간을 열자는 제안이다.

 

중국이 한국을 향해 던진 메시지는 분명했다.

 

갈라진 세계 속에서도 거래는 계속돼야 하고, 그 통로로 한국이 필요하다는 신호였다. 문제는 이 제안이 단순한 경제 협력의 손짓이 아니라, 미중 전략 경쟁 한복판에서 건네진 요청이라는 점이다.

 

중국이 말하는 현대판 벽란도는 과거와 닮았으면서도 다르다. 고려와 송나라가 교역하던 시기의 벽란도는 패권 경쟁의 전면이 아니라, 상호 필요가 교차하는 완충지대였다.

 

그러나 지금의 국제 질서는 다르다.

 

중국과 미국은 기술과 안보, 공급망을 둘러싸고 구조적 대립 상태에 있다. 반도체와 인공지능, 배터리와 에너지 전환 산업까지 경쟁의 범위는 확장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한국에 요청하는 ‘교류의 항구’는 중립적 공간이 아니라, 전략적 의미가 겹겹이 얹힌 장소다.

 

이 지점에서 중국은 오래된 실용주의의 언어를 꺼낸다. 쥐만 잘 잡으면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상관없다는 흑묘백묘식 사고다.

 

이 논리는 이념보다 결과를, 진영보다 효율을 앞세운다. 중국은 이를 통해 한국에 묻는다. 미국과의 동맹을 유지하되, 경제에서는 보다 유연해질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이다. 중국 시장, 중국 생산기지, 중국과의 기술 협력이 여전히 한국 경제에 중요하다는 점을 상기시키는 동시에, 선택의 폭이 남아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그러나 흑묘백묘의 유혹은 언제나 대가를 요구한다.

 

여기서 등장하는 또 하나의 비유가 있다. 호랑이 수염을 뽑는다는 표현이다. 중국 내부에서조차 극히 위험한 행동을 가리키는 말이다. 한국이 중국의 제안에 적극적으로 응답할수록, 미국의 시선은 날카로워진다.

 

반도체 장비, 첨단 공정, AI 관련 협력이 조금만 흔들려도 즉각적인 경고 신호가 온다. 고양이를 선택하는 순간, 호랑이의 수염에 손이 닿을 수 있는 구조다.

 

중국 내부 상황을 보면 이 요청의 배경이 더 선명해진다.

 

중국은 지금 고성장 시대를 마감하고 조정 국면에 들어섰다. 부동산 침체, 지방정부 부채, 내수 위축은 단기간에 해결되기 어렵다. 이런 국면에서 중국은 외부와의 교류를 통해 숨통을 틔우려 한다.

 

한국은 기술력과 신뢰, 지정학적 위치를 모두 갖춘 파트너다. 그래서 중국에게 한국은 단순한 교역 상대가 아니라, 미중 경쟁 속에서 활용 가능한 전략적 통로로 보인다.

 

반면 한국의 입장은 훨씬 복잡하다. 한국은 중국과의 교역에서 얻는 실익을 무시할 수 없지만, 동시에 미국 중심의 기술·안보 체계에서 이탈할 수도 없다. 이 균형은 선언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산업별로, 기술 단계별로, 협력의 범위를 세밀하게 나누는 정책적 계산이 필요하다. 모든 교류를 확대하거나 모든 관계를 차단하는 선택지는 이미 사라졌다.

 

이재명 대통령이 강조해 온 실용 외교는 바로 이 지점에서 시험대에 오른다. 실용은 방향이 아니라 방법이다. 흑묘백묘식 실용이 단기 성과에만 머문다면, 장기적 신뢰를 잃을 수 있다. 반대로 원칙만을 외치며 현실을 외면한다면, 경제적 손실이 누적된다. 실용의 핵심은 어디까지가 고양이를 쓰는 일이고, 어디부터가 호랑이 수염을 건드리는 일인지를 구분하는 능력이다.

 

현대판 벽란도가 가능하느냐는 질문은 결국 한국의 선택을 묻는 질문이다. 과거의 벽란도는 강대국 사이에서 고려가 바다를 통해 숨을 고르던 공간이었다. 오늘의 한국도 교류를 통해 숨을 쉴 수는 있다. 다만 그 교류는 낭만이 아니라 계산이어야 한다. 항구를 연다는 것은 배를 들이는 일만이 아니라, 폭풍을 예측하고 퇴로를 준비하는 일까지 포함한다.

 

중국이 요청하는 현대판 벽란도는 분명 매력적인 제안이다. 그러나 그 항구는 평온한 무역항이 아니라, 미중 경쟁이라는 거센 조류 위에 떠 있다. 쥐를 잘 잡는 고양이를 쓰되, 호랑이의 수염이 어디까지인지 정확히 아는 것. 그것이 지금 한국 외교와 경제 전략이 풀어야 할 가장 현실적인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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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기후변화 발행인
내외신문 대표 기자
금융감독원, 공수처 출입기자
사단법인 환경과미래연구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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