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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두로 배네수엘라 대통령 체포에 반발하는 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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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나마와 베네수엘라는 미국에 있어 주변국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파나마는 대서양과 태평양을 잇는 운하라는 세계 물류의 핵심을 쥐고 있고, 베네수엘라는 세계 최대 수준의 석유 매장량을 보유한 에너지 국가다. 이런 전략적 공간에서 국가 권력이 마약 카르텔과 결탁해 지배구조를 부패시킬 경우, 문제는 더 이상 내부 범죄나 인권 침해에 머물지 않는다. 미국의 시각에서 이는 곧바로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위협으로 전환된다.
베네수엘라에서 이른바 ‘태양의 카르텔’로 불린 구조는 국가 기관이 공공의 이익을 위해 작동하는 체계가 아니라, 소수 권력 집단의 사익을 위해 마약 자본을 증식시키는 조직으로 변질됐음을 상징한다. 지도자가 군과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코카인 자금에 의존하는 순간, 국가는 미래 세대에게 물려줄 신뢰와 제도적 안정성을 스스로 소진하게 된다. 이는 자원의 부족이 아니라 도덕적 정당성의 상실이 국가 지속가능성을 무너뜨리는 전형적인 사례다.
마두로 정권은 혁명과 반제국주의라는 언어로 민중의 지지를 호소했지만, 실제로는 마약 자본을 통해 군부의 충성을 유지하고 사회 전반을 피폐하게 만들었다. 국정을 숲에 비유한다면, 이는 숲을 가꾸는 대신 당장의 권력 유지를 위해 숲 전체에 불을 지른 행위와 다르지 않다. 윤리라는 기초가 붕괴된 권력은 아무리 전략적 요충지를 점하고 있더라도 외부의 압박 앞에서 주권을 지탱할 힘을 잃게 된다.
이번 사태의 배경에는 이른바 ‘돈로주의’로 불리는 미국식 패권 논리가 깔려 있다. 이는 19세기 유럽의 개입을 배제했던 먼로주의에, 21세기형 실용주의와 힘의 논리를 결합한 전략이다. 미국은 마두로를 정치적 적대자가 아닌 마약 테러리스트라는 형사범으로 규정함으로써, 국제법상 주권면책의 방패를 법적으로 무력화했다. 이는 중국과 러시아와의 결탁을 통해 미국의 영향권에 도전해온 지도자에게 사법이라는 이름으로 내려진 정벌의 칼날이었다.
이러한 사법적 응징은 명분과 실리를 동시에 겨냥한다. 마약 소탕이라는 도덕적 우위를 확보하는 동시에, 베네수엘라의 석유와 중남미 전략 질서를 다시 미국의 영향권 안에 묶어두려는 계산이 겹쳐 있다. 윤리적 정당성을 상실한 지도자는 패권 국가가 ‘정의’라는 이름으로 개입할 수 있는 가장 취약한 틈을 스스로 노출시키는 셈이다.
결국 1월 3일의 이 기묘한 반복은 한 가지 질문을 던진다. 국가는 찰나의 권력 유지를 위해 운영되는가, 아니면 세대를 넘어 지속될 도덕적 기반을 축적하고 있는가. 검은 기름과 하얀 가루 위에 세워진 권력은 시간이라는 파도 앞에서 결국 형체를 유지하지 못했다. 인과응보의 원칙은 국제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지정학적 가치를 방패 삼아 윤리를 저버린 권력의 종착역이 어디인지를, 역사는 다시 한 번 1월 3일이라는 날짜에 또렷이 새겨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