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천억 1000개 시대 임박, 한국 경제의 중심축으로 올라선 벤처기업매출 258조·고용 35만 명, 벤처는 더 이상 ‘도전’이 아닌 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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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벤처기업들의 송년의밤 행사 |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1998년 김대중 정부 시절 외환위기 극복을 위해 벤처확인제도가 도입된 이후 지금까지 벤처기업으로 확인된 기업은 약 13만 6000개에 달하며, 이 가운데 지난해 말 기준 매출 1000억 원을 달성하거나 이를 유지한 기업이 985개로 집계됐다. ‘벤처천억’은 2005년 첫 공식 발표 이후 벤처기업의 스케일업 성과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브랜드로 자리 잡아 왔다.
네이버, 카카오, 넥슨, 엔씨소프트, 셀트리온, 크래프톤 등 현재의 대기업급 IT·바이오 기업은 물론, 토스, 컬리, 무신사, 메가존, 버킷플레이스 등 주요 유니콘 기업 다수가 이 범주에 포함된다. 특히 주목되는 점은 벤처천억 기업의 증가 속도다. 올해 기준 벤처천억 기업 수는 전년 대비 8.5% 증가했으며, 지난해 처음으로 매출 1000억 원을 달성한 신규 기업만 115곳에 달했다.
이는 벤처기업의 성장이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반복 가능한 경로로 자리 잡고 있음을 의미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더해 매출 1조 원을 돌파한 벤처기업도 28개에 이르며, 벤처기업이 중견을 넘어 대기업 영역으로 이동하는 사례도 점차 늘고 있다.
고용 측면에서도 벤처의 존재감은 뚜렷하다. 벤처천억 기업들이 고용한 인원은 35만 6000명으로, 삼성그룹의 28만 5000명, 현대자동차그룹의 20만 4000명, LG그룹의 14만 9000명, SK그룹의 10만 8000명을 각각 웃도는 수준이다. 이는 벤처가 단순히 고부가가치 소수 인력을 중심으로 성장하는 산업이 아니라, 실질적인 일자리 창출 주체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이러한 성과는 동시에 새로운 과제를 던진다. 매출과 고용이라는 양적 지표는 벤처의 성공을 설명하지만, 그 성장이 어떤 산업 구조를 형성하고 있는지, 지역과 중소 생태계로 어떻게 확산되고 있는지는 여전히 분석의 대상이다. 전문가들은 벤처천억 기업의 다수가 IT, 플랫폼, 콘텐츠, 바이오 등 특정 산업에 집중돼 있다는 점에 주목하며, 향후 제조·에너지·지역 기반 산업으로의 확장이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또한 고용의 양적 확대를 넘어 고용의 질, 기술 축적, 장기적인 산업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다음 단계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중소벤처기업부와 주요 지원기관은 ‘천억기업 얼라이언스 퍼포먼스’를 통해 벤처 스케일업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겠다는 공동 의지를 밝혔다.
이는 창업 초기 지원 중심이던 기존 벤처 정책에서 벗어나, 일정 규모 이상으로 성장한 기업들이 안정적으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고 지속 성장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돕겠다는 방향 전환으로 해석된다. 정책의 초점 역시 이제는 ‘얼마나 많이 만들 것인가’에서 ‘어떻게 오래 가게 할 것인가’로 이동하고 있다.
벤처천억 1000개 시대는 단순한 숫자의 이정표를 넘어, 한국 경제의 구조적 전환을 상징하는 장면으로 읽힌다. 벤처가 더 이상 예외적인 성공담이 아니라 경제 질서를 설명하는 주체가 될 수 있는지, 그리고 이 성과가 산업 전반과 사회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을지가 향후 한국 경제의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