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지금 광주·전남 광역연합인가행정구역을 넘지 못한 지방 분권의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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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극 3특을 위한 광주-전남의 선택 |
광주와 전남은 하나의 노동시장과 소비권, 교육·의료 이용권을 공유하면서도 정책은 각자 따로 설계해야 하는 모순적 상황에 놓여 있었다. 이로 인해 중복 투자와 비효율이 누적됐고, 대규모 국가사업이나 민간 투자 유치에서는 수도권에 비해 구조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머물렀다.
광역연합이 필요한 첫 번째 이유는 규모의 문제다. 오늘날 국가 경쟁력과 지역 성장의 단위는 더 이상 개별 시·군이나 단일 광역자치단체가 아니다. 교통망, 관광벨트, 산업 클러스터, 에너지 전환 정책은 모두 생활권과 경제권 단위에서 설계돼야 한다.
광주와 전남이 각자 정책을 만들 경우, 하나의 프로젝트를 두 개의 행정 절차와 두 개의 정치 일정으로 소화해야 하는 비효율이 반복된다. 광역연합은 이 분절을 제거하고, 하나의 계획과 하나의 예산으로 움직일 수 있는 최소한의 행정 단위를 제공한다.
특별광역연합은 단순한 합의 기구가 아니라, 독자적인 예산 편성과 인력 운영이 가능한 특수 목적 지방자치단체다. 이는 곧 중앙정부와 직접 협상할 수 있는 주체가 하나 더 생긴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국가 단위의 균형발전 정책이나 초광역 사업에서 광주와 전남은 더 이상 개별 지자체로 흩어져 목소리를 내지 않아도 된다.
세 번째 이유는 지방소멸의 속도다. 인구 감소는 이미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시간의 문제로 전환됐다. 청년층 유출, 고령화, 산업 공동화는 광역시와 도의 경계를 가리지 않고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이 상황에서 각 지자체가 경쟁적으로 예산과 인구를 끌어오는 방식은 제로섬에 가깝다. 광역연합은 경쟁 대신 역할 분담과 기능 재배치를 가능하게 한다. 예컨대 특정 산업은 한 지역에 집중하고, 주거·교육·문화 기능은 다른 지역과 연결하는 방식으로 생존 전략을 설계할 수 있다.
네 번째 이유는 국가 균형발전 전략의 변화다. 정부가 제시한 5극3특 모델은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지만, 이를 실행할 주체가 없다면 선언에 그칠 수밖에 없다.
광주·전남 광역연합은 이 모델이 실제로 작동 가능한지 시험하는 첫 사례 중 하나다. 중앙정부의 정책 방향과 지방의 실행 역량이 맞물릴 경우, 초광역 단위가 새로운 성장 축으로 기능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실험장이 되는 셈이다.
마지막으로, 광역연합은 지방자치의 후퇴가 아니라 진화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일부에서는 광역연합이 기존 지자체의 권한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지만, 실상은 그 반대다.
개별 지자체가 감당할 수 없는 영역을 공동으로 처리함으로써, 오히려 기초·광역 단위의 자율성을 실질적으로 보완하는 구조다. 행정구역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 맞게 연결하는 방식이다.
광주·전남 특별광역연합의 출범은 그래서 한 지역의 협력 모델을 넘어선다. 이것은 지방이 중앙을 설득하기 전에, 먼저 서로를 설득하는 과정이며, 더 이상 쪼개진 행정 단위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냉정한 자기 진단의 결과다.
광역연합은 선택지가 아니라, 현재의 구조를 유지할 경우 도달하게 될 미래를 피하기 위한 불가피한 대응이다. 이 연합이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에 따라, 한국 지방자치의 다음 단계가 결정될 가능성도 함께 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