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미안하다는 말은 장성들에게, 사과는 국민에게 없었다계엄의 책임은 흐리면서 무엇을 노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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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오후 구속된지 52일 만에 서울 구치소를 나와 지지자들에 허리 굽혀 인사를 하고 있다, |
그러나 이 ‘미안함’은 비상계엄이라는 결정 자체로는 확장되지 않았다. 계엄 선포에 대한 책임 인식이나 사과는 끝내 나오지 않았다.
대신 그는 기존의 설명을 다시 꺼내 들었다. 국회 독재, 줄탄핵, 입법 폭거. 그리고 “국민에게 북을 쳤다”는 표현. 계엄은 통치가 아니라 메시지였고, 강경한 군사행동이 아니라 ‘연성’의 경고였다는 주장이다.
윤 전 대통령은 계엄을 “아무리 길어도 반나절이나 하루를 못 갈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정치에 무관심해진 국민들에게 경각심을 주기 위한 선택이었고, 타락한 대의제를 더 이상 믿지 말라는 호소였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 설명은 12월 3일 밤 실제로 벌어진 장면들과 충돌한다. 군 병력이 국회와 선관위로 이동했고, 무장한 병사들이 민주주의의 상징적 공간을 점거했다. 메시지라는 말로 감당하기엔 현실은 지나치게 물리적이었다.
체포조 명단 논란에서도 태도는 같았다.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을 포함한 14인 체포조 명단에 대해 그는 “뒤늦게 보도를 보고 알았다”고 말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동향 파악 차원에서 소재 확인을 지시했다는 설명을 전하며, 자신은 오히려 “불필요하고 쓸데없는 짓”이라고 질책했다고 주장했다. 핵심 결정의 중심에 있으면서도, 결정의 가장 위험한 결과에 대해서는 한 발 물러서는 화법이다.
법정 공방은 거칠었다. 윤 전 대통령은 재판 초반부터 증언 거부를 선언했다. 위증 기소를 남발하고 있다며 군검찰을 정면으로 비판했고, 특검이 자신을 엮으려 한다는 주장도 꺼냈다. “내가 내란 우두머리로 기소된 사람이지, 내란의 우두머리인가”라는 반문은 자신의 처지를 피해자 서사로 전환하려는 시도로 읽혔다.
이날 증인신문은 예정보다 일찍 끝났다. 변호인 접견 일정을 이유로 한 조기 퇴정이었다. 재판은 30일 다시 이어진다.
같은 날 공개된 ‘청년 여러분께 드리는 성탄 메시지’는 또 다른 서사를 덧붙였다. 자녀가 없는 자신에게 청년들은 자녀와 같고, 올바른 나라를 물려주기 위해 모든 것을 내려놓고 비상사태를 선포했다는 주장. 옥중의 고난 속에서도 대한민국은 청년의 희망을 얻었다는 말, 청년들을 “이 시대 예수의 제자들”에 비유하는 표현까지 이어졌다.
이날 법정과 메시지를 관통하는 핵심은 하나다. 윤 전 대통령은 여전히 계엄을 ‘잘못’이 아니라 ‘의미’의 문제로 설명하고 있다. 책임의 언어 대신 서사의 언어가 반복된다. 사과는 개인에게, 설명은 국민에게, 그러나 책임은 끝내 말해지지 않았다.
용산으로 돌아온 그는 과거의 공간에 서 있었지만, 시간은 앞으로 나아가지 않았다. 계엄 이후 1년, 변한 것은 자리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