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수능영어를 용암영어라고 하는 데 왜?1등급 3.11%의 충격이 말해주는 절대평가의 구조적 취약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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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주광역시교육청 |
광주·전남 지역의 일부 학교에서는 “전교생 중 한 명도 1등급이 없다”는 보고가 이어졌다. “1등급 기준이 원점수 90점 이상”이라는 절대평가 구조는, 난도가 조금만 흔들려도 등급 전체가 출렁일 수밖에 없는 취약성을 갖고 있다. 올해 그 취약성은 현실이 됐다.
현장의 불안은 수치보다 먼저 움직였다. 6월 모의고사에서 1등급을 받았던 학생들이 실제 수능에서는 2~3등급으로 떨어지는 일이 빈번해졌고, 대학 입시의 ‘최저학력기준’을 맞추지 못한 수험생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공교육의 ‘예측 가능한 대비’라는 절대평가 원칙은 올해 시험 앞에서 무너졌고, 그 빈틈으로 사교육의 조짐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학부모들의 불안은 더욱 직접적이다. “영어는 안심해도 된다”는 말만 믿었던 부모들은, 갑작스러운 최저 미충족 소식 앞에서 자책과 혼란을 토로한다.
딸이 가고 싶던 대학을 포기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는 한 학부모는 “절대평가라서 사교육이 필요 없을 줄 알았는데, 되레 영어에 투자했어야 하는 건가 싶다”고 말했다. 절대평가가 애초에 의도한 ‘사교육 경감’은 정반대의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는 셈이다.
학원가는 이미 움직이기 시작했다. 평소 영어에 자신 있던 상위권 학생들조차 예상보다 낮은 등급을 받으면서, 광주 학원가에는 “영어도 다시 관리해야 한다”는 전화와 상담이 쇄도하고 있다.
지방의 영어 강사들은 “절대평가에 안도하며 영어 학습을 최소화한 결과가 올해처럼 난도가 높아지면 그대로 등급 하락으로 나타난다”고 지적한다. 절대평가 체제에서 난도는 조금만 흔들려도 파급력이 기하급수적으로 확대된다.
교육청과 현장 전문가들은 이 지점에서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절대평가는 모든 학생이 일정 수준의 학업 성취에 도달하도록 공교육 체계를 강화하는 데 목적이 있다.
그러나 학생 간 사교육 접근성에 큰 차이가 있는 영어 과목에서 난도가 급격히 높아지면, ‘예측 가능한 학습’을 전제로 설계된 절대평가의 기반 자체가 흔들린다. 특히 비수도권·농어촌 학생들의 격차는 돌이킬 수 없는 수준까지 벌어질 수도 있다.
교육과정평가원은 “의도한 난이도에 미치지 못했다”고 해명하며 6~10% 수준의 1등급 비율을 목표치로 삼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또 다른 불안을 낳는다. ‘목표 비율을 맞추기 위한 출제’는 절대평가가 지향하던 방향과도 어긋나기 때문이다. 등급 비율을 조정하겠다는 말 자체가 상대평가의 그림자를 떠올리게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절대평가가 처음 도입된 이유는 분명하다. 학생들의 학습 부담을 줄이고, 과도한 경쟁 대신 일정 수준의 성취를 보장하며, 공교육만으로도 대비가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올해 수능 영어는 그 약속과 다른 길을 보여주었다. 영어는 여전히 사회경제적 격차의 영향을 가장 민감하게 받는 과목이고, 난도 조절의 실패는 그 격차를 고스란히 확대시켰다.
이번 사태가 남기는 질문은 단순히 “시험이 어려웠다”가 아니다. 절대평가가 공교육 신뢰 회복의 장치로 설계된 만큼, 난도 조절 실패는 곧 제도 전체에 대한 신뢰 추락으로 이어진다. 학교는 지금도 “절대평가의 취지”를 설명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고, 학생들은 다시 영어 사교육의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