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는 약 6만 개에 달하는 교회가 존재한다.
이는 전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울 만큼 촘촘한 종교 네트워크이며, 동시에 민주주의와 시민사회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기반이기도 하다.
문제는 이 방대한 공동체 중 일부가 선거철만 되면 정치 세력의 손쉬운 동원 공간으로 변질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대형 교단뿐 아니라 중소형 교회에서도 찬양과 예배, 기도문 속에 정치적 암시나 특정 세력의 구호를 은밀히 삽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음악과 감정, 신앙적 언어를 결합해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은 매우 은밀하면서도 효과적이어서 교회 내부의 분별력을 무너뜨리고 있다.
예배는 하나님과 공동체가 만나는 가장 신성한 시간이며, 찬양은 그 신성함을 표현하는 가장 순수한 도구다.
그러나 이 순수함이 특정 정권이나 정치인을 미화하는 수단으로 이용될 때, 교회는 더 이상 종교 공동체가 아니라 정치 선전의 플랫폼이 된다.
이는 예배의 목적을 하나님 중심에서 인간 중심으로 바꾸는 심각한 신학적 왜곡이며, 민주사회가 지켜야 할 정교분리의 기본 원칙에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정치적 입장이 다르다는 이유로 같은 신앙 공동체가 갈라지고, 교회가 교회다움을 잃어버리는 일이 이토록 쉽게 반복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교회의 정치화를 변론하는 이들은 "정치는 국민의 삶이므로 교회가 말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물론 사회적 정의와 공공의 선을 위해 교회가 목소리를 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문제의 핵심은 정치적 의견 표명이 아니라, 예배와 찬양이라는 신성한 행위에 정치적 메시지를 끼워 넣는 방식이다.
예배 중 특정 후보를 암시하는 기도, 찬양대가 국가 위기론을 정치적 선동과 연결하는 멘트, 설교 속에서 특정 후보의 이미지를 성경 인물에 비유하는 표현 등은 더 이상 개인의 정치적 견해가 아니다.
그것은 종교의 권위를 이용해 신자들의 선택권을 침해하는 행위이며, 신앙적 자유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구조적 선거 개입이다.
한국의 교회 수가 지나치게 많다는 사실은 정치적 유혹을 더 키우는 요소다. 교회가 많을수록 정치권이 접근하기 쉬워지고, 권력은 종교의 영향력을 선거에 이용하려는 강한 유혹을 느낀다.
수만 개 교회가 단 하나의 정치적 메시지로 움직이면 그 파급력은 국가 전체를 흔들 수 있다. 실제로 지난 수십 년간 일부 정치 세력이 교회를 조직적인 투표 창구로 활용하려 했고, 그 과정에서 신앙의 순수성이 훼손되는 일들이 반복돼 왔다. 종교가 정치와 결합할 때 가장 먼저 무너지는 것은 신앙의 진정성이다.
지금 한국 교회가 해야 할 일은 단순한 중립 선언이 아니다. 교회가 정치적 발언을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예배와 찬양이라는 위대한 신앙 행위가 정치적 도구로 오염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교회가 정치에서 자유로울 때, 교회는 오히려 사회의 부정의와 폭주하는 권력에 대해 더 단단하게 목소리를 낼 수 있다. 정치의 하위 조직이 되지 않는 것이야말로 종교가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가장 기본이자 가장 강력한 독립성의 근거다.
교회는 국가보다 오래가고, 정권보다 깊다. 그러므로 교회는 어떤 정치 세력의 편이 아니라, 진실과 양심과 정의의 편이어야 한다. 찬양과 예배를 정치로 오염시키지 않는 일, 그 시작이 교회의 영성과 공동체의 미래를 지키는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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