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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비아반도와 소말리아, 기후 재앙의 최전선

사막 위의 불지옥, 아라비아반도에서 벌어지는 열의 전쟁

예외적 폭우와 가뭄의 공존, 무너지는 기후 균형

소말리아, 기후난민의 땅이 되다

유경남 기자 | 기사입력 2025/10/20 [10:32]

아라비아반도와 소말리아, 기후 재앙의 최전선

사막 위의 불지옥, 아라비아반도에서 벌어지는 열의 전쟁

예외적 폭우와 가뭄의 공존, 무너지는 기후 균형

소말리아, 기후난민의 땅이 되다

유경남 기자 | 입력 : 2025/10/20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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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이미지(픽사베이)    

 

아라비아반도와 소말리아는 지구 기후위기의 상징이 되고 있다. 한쪽은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지역이 되었고, 다른 한쪽은 극심한 가뭄과 홍수가 교차하는 생존의 땅이 되었다. 두 지역은 서로 다른 문화와 종교, 경제 구조를 가졌지만, 지금은 하나의 공통된 운명을 공유한다. 그것은 바로 기후 붕괴의 현실이다.

 

 

최근 국제 기후 연구기관과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아라비아반도는 연평균 기온이 50도를 넘나드는 ‘극열지대(Extreme Heat Zone)’로 진입했다. 두바이, 도하, 리야드 등 주요 도시에서는 폭염으로 인해 도로가 녹아내리고 항공 운항이 취소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세계의 부(富)’를 상징하던 오일머니 도시들이 이제는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현실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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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은 해수담수화로 풍족한 물을 쓰지만 도시지역 이외에서는 물부족을 겪고 있다. (사진=스톡이미)    

 

사막화와 물 부족은 더 큰 문제다.

 

국제기구 카네기 연구소는 “중동·북아프리카 지역의 물 수요가 2040년까지 60% 이상 증가하지만, 실제 공급은 절반에도 못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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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후위기에 가장 어려운 층은 어린이들이라는 통계가 나와있다. 인도와 동남아가 뜨거워지는 모습    

 

아라비아반도 대부분은 지하수 고갈과 해수 담수화 비용 폭등으로 ‘물 전쟁’의 초입에 서 있다. 일부 국가는 사막 위에 대규모 인공호수를 조성하거나 하늘에서 인공비를 뿌리는 ‘기후공학(Geoengineering)’까지 시도하고 있지만, 이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그런데 모순적이게도, 최근에는 기록적인 폭우가 사막을 덮쳤다.

 

2024년 4월 아랍에미리트에서는 하루 동안 연간 강수량의 1.5배가 쏟아져 도심이 침수되고 고속도로가 마비됐다. 기후 과학자들은 “따뜻해진 대기와 해수면 상승이 사막의 비구름 형성 가능성을 높였다”며, 이 현상이 ‘엘니뇨-라니냐’의 불안정한 전이와 연관돼 있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가뭄과 폭우가 동시에 존재하는 모순의 기후는 사막 생태계를 붕괴시키고 있다. 전통 유목민들은 물을 찾아 수백 킬로미터를 이동해야 하고, 정부는 냉방비와 식수 확보에 천문학적 비용을 쏟고 있다. 한때 오일이 미래였던 땅이 이제는 ‘물’이 새로운 금(Gold)으로 바뀌었다.

 

한편, 아프리카의 동쪽 끝, 소말리아 역시 지속적 재앙의 현장이다. 유엔인도주의사무국(OCHA)에 따르면, 소말리아는 지난 5년간 다섯 번의 강우기 실패와 세 번의 대규모 홍수를 겪었다. 2022년 한 해에만 약 43,000명이 기후로 인한 ‘초과 사망’에 이르렀고, 300만 명이 기후 난민이 되었다.

 

 

소말리아의 비극은 단순한 자연재해를 넘어 사회 구조 붕괴와 안보 위기로 확산되고 있다. 가뭄으로 농경지가 사라지자 주민들은 식량을 찾아 도시로 몰려들고, 그 빈틈을 극단주의 세력이 채운다. 식량·물·전기 같은 기본 자원 확보가 국가의 생존을 결정하는 상황이다. 기후위기가 곧 분쟁의 뇌관이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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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우디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하수 자원을 활용한 혁신적인 농업 기술을 도입했다. 지하 대수층이라는 자원을 통해 사막 한가운데서도 농사를 지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대수층은 수만 년간 지하에 저장된 물로, 사우디는 이를 상수도로 활용하고 농업용수로도 이용하고 있다    

 

 

아라비아반도와 소말리아, 두 지역은 서로 다른 경로로 같은 결론에 다다르고 있다. 인간이 만든 산업문명은 사막을 더 뜨겁게 만들었고, 강우 패턴을 왜곡시켰다. 과잉 소비와 화석연료 중심 경제가 불러온 대가가 바로 이 지역의 현실이다.

 

전문가들은 이 지역의 기후위기가 단지 지역 문제가 아니라 인류의 미래 거울이라고 경고한다. 섭씨 2도 상승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면, 걸프 지역의 일부 국가는 여름철 “야외 생존 불가능 지역”이 될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소말리아는 폭우에 따른 농경지 파괴로 기근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제 필요한 것은 기술적 해법을 넘어선 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이다. 부유한 석유국가들이 재생에너지 전환과 기후기금 확대에 앞장서야 하며, 빈곤국은 국제사회의 기후적응 지원이 절실하다. 기후는 국경을 모른다. 사막의 열기와 아프리카의 메마름은 결국 지구 전체의 경고음이다.

 

 

아라비아반도와 소말리아의 하늘은 다르지만, 그 위를 덮고 있는 것은 같은 절망의 구름이다. 인류가 지금 결단하지 않는다면, 다음 세대는 물 한 모금과 그늘 한 조각조차 사치가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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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시민신문 대표
시민포털 전남 지부장
man90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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