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가 우리를 버리기 전에, 우리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기후위기는 이미 시작됐다 — 더 이상 ‘변화’가 아닌 ‘붕괴’의 시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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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후위기에 불타는 지구 (나무위키 사진 캡쳐)서울의 한낮 기온이 35도를 넘나드는 날이 늘었고, 새벽에도 28도 밑으로 떨어지지 않는 ‘열대야’가 몇 주씩 이어진다. |
한반도의 하늘이 달라졌다.
예전에는 남쪽 먼 바다에서 발생하던 태풍이 이제는 동해 남쪽, 제주 근해에서 태어나 한반도를 곧장 때린다. 기상학자들은 “태풍의 발원지가 북상했다”는 냉정한 보고서를 내놓고 있다. 기후위기는 더 이상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 이 땅, 우리가 사는 곳에서 현실이 되고 있다.
기온은 오르고 있다.
서울의 한낮 기온이 35도를 넘나드는 날이 늘었고, 새벽에도 28도 밑으로 떨어지지 않는 ‘열대야’가 몇 주씩 이어진다. 농민들은 작물이 타들어가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가뭄과 폭우가 교차하고, 물이 넘쳐나는데도 정작 마실 물이 부족하다. 전문가들은 “한반도의 기후가 점점 열대화되고 있다”고 진단한다. 봄과 가을이 사라지고, 여름은 길어지고 겨울은 짧아진다.
![]() ▲ 러시아 산불은 심각한 기후위기를 몰고 오고 있다. |
기후위기의 근본 원인은 인간이다. 산업화 이후 불과 200년 동안, 인류는 수천만 년 동안 쌓인 탄소를 단숨에 태워버렸다.
화석연료는 문명의 엔진이었지만, 동시에 지구의 폐를 조용히 조여왔다. 이산화탄소, 메탄, 아산화질소 등 온실가스는 대기를 덮어 지구의 열을 가두고, 해류의 흐름과 대기의 순환을 왜곡시켰다.
지구의 평균 기온은 이미 산업화 이전보다 1.1도 상승했다. 단 1도의 변화지만, 북극의 얼음은 70% 이상 줄었고, 그린란드 빙상이 녹아내리며 해수면 상승을 가속하고 있다.
지금처럼 온실가스 배출이 지속되면, 2050년에는 전 세계 인구의 3분의 1이 ‘살기에 부적합한 지역’에서 살아야 한다는 연구도 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폭염과 집중호우, 태풍이 동시에 겹치며 ‘기후재난 복합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한반도는 더 이상 온대성 기후의 안정된 지역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서울과 부산이 2040년이면 지금의 방콕이나 하노이와 유사한 기후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한다.
올여름, 일본 남쪽에서 발생한 태풍은 하루 만에 ‘중형급’으로 성장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태풍은 적도 근처에서 서서히 발달해 일본 남쪽을 지나 북상했지만, 이제는 한국 해역 바로 앞에서 만들어진다. 해수 온도가 28도 이상 유지되기 때문이다.
![]() ▲ 태풍보다 열로 인한 사망자가 많다는 통계 태풍베릴의 영향으로 나무가 뿌리째 뽑힌 미국상황 |
해수면 온도는 지난 30년간 평균 1.2도 상승했다.
그 결과, 태풍의 강도와 속도가 모두 증가했다. 태풍의 발생 시기가 6월에서 10월로 넓어졌고, 한 해에 2~3개의 ‘초강력 태풍’이 한반도를 스쳐 간다. 제주도와 남해안은 이미 아열대 작물 재배지가 되었다. 망고와 바나나, 파파야가 자라는 한국의 남쪽 농장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문제는 단순한 날씨의 변화가 아니다. 생태계의 순환, 농업의 구조, 그리고 인간의 생존 방식이 통째로 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모내기 시기가 달라지고, 장마는 짧아지지만 폭우의 강도는 높아진다. 도시의 하천은 한순간에 범람하고, 하수 시스템은 폭우를 감당하지 못한다.
![]() ▲ 4월, 필리핀, 태국, 방글라데시, 인도 등 동남아시아 여러 국가에서 기록적인 폭염 작년 태풍으로 인한 피해보고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
유엔은 2030년 이후 매년 2억 명 이상의 ‘기후난민’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한다. 아프리카와 남아시아, 남미 일부 지역에서는 이미 사람이 살 수 없는 ‘열지옥’이 현실화되고 있다. 섭씨 50도 이상의 폭염이 며칠씩 이어지면, 인간의 체온 조절 시스템이 붕괴된다.
이런 현상은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다. 한반도 역시 여름철 체감온도가 45도에 이르는 날이 늘고 있다. 서울 한복판에서조차 ‘열섬 현상’이 극대화되어, 밤에도 도시의 콘크리트가 열을 내뿜는다.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농촌에서는 노년층의 야외 작업이 불가능해지고, 도시에서는 에어컨 없이는 생존이 어려워졌다.
기후난민은 국경을 넘어오는 사람들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우리 사회 내부에서도 이미 ‘기후 취약계층’이 생겨났다. 전기요금 부담으로 냉방을 켜지 못하는 가정, 농작물 피해로 생계를 잃은 농민들, 폭우에 침수된 지하 주거 지역의 주민들 — 모두 기후위기의 희생자다.
![]() ▲ 한국남동발전의 후원과 비영리 NGO 단체 온해피 주관으로 인천 중구 영종하늘도시 10호 근린공원에서 19일 탄소중립 실천을 위한 나무심기 행사가 성황리에 개최됐다. |
지금의 위기는 단순히 기후의 문제가 아니다. 문명의 구조적 중독이다. 우리는 편리함을 위해 탄소에 의존하는 삶을 만들었다. 석탄 발전으로 불을 켜고, 석유로 이동하며, 플라스틱으로 포장된 세상에서 산다. 문제는 이 체제가 스스로를 유지하기 위해 더 많은 에너지를 요구한다는 점이다.
과학자들은 “현 상태를 유지한다면, 2100년에는 지구의 평균기온이 최대 4도 상승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는 빙하기와 간빙기 사이의 온도 차에 버금가는 변화다.
인간 문명이 유지될 수 있는 범위는 2도 이내지만, 이미 그 경계선이 희미해지고 있다.
국제사회는 파리협정 이후 1.5도 목표를 세웠지만, 현실은 정반대의 방향으로 가고 있다. 2024년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한국 또한 탄소중립을 선언했지만, 석탄발전소 20기 이상이 여전히 가동 중이다.
한반도의 계절은 이미 흐트러졌다. 봄꽃은 2주 일찍 피고, 가을은 일찍 사라진다. 겨울은 짧고 불안정하다. 강원도의 스키장은 인공눈에 의존하고, 제주도의 여름은 동남아시아와 거의 다르지 않다. 서울은 여름철 30일 이상 ‘열대야’를 기록했다.
기후 변화로 인한 피해는 생태계 전체로 확산되고 있다. 벚꽃과 매화의 개화 시기가 겹치고, 철새의 이동 패턴이 바뀌며, 산림병해충이 북상하고 있다. 인간이 익숙하던 ‘사계절의 아름다움’은 이제 과거의 기억이 되고 있다.
이제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대응하지 않으면, 다음 세대는 이 땅을 버리고 떠나야 한다. “한국의 일부 지역은 2080년 무렵 여름철 체감온도 50도에 이를 가능성이 있다”는 학계의 예측은 과장이 아니다. 이미 동남아에서 나타난 현상이 우리 눈앞까지 다가왔다.
![]() ▲ 지난 29일 인천연구원 대강당에서 '2025 인천광역시 탄소중립 청년 서포터스' 발대식에서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제공=인천시청) |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거대한 기술보다 ‘삶의 전환’이다. 소비를 줄이고, 에너지 효율을 높이며, 자연을 회복시키는 실질적 행동이 필요하다. 탄소중립은 구호가 아니라 생존의 조건이다.
![]() ▲ 7일 쉐라톤 그랜드 인천 호텔에서 인천 모빌리티 분야의 탄소중립 추진을 위한 ‘지역산업 혁신성장 포럼’을 개최했다(단체사진제공=중진공 인천지역본부) |
정부는 재생에너지 확대, 산업 전환, 녹색도시 설계 등 구조적 개혁을 서둘러야 한다. 동시에 시민의 행동 변화 없이는 어떤 정책도 효과를 낼 수 없다. 분리배출, 대중교통 이용, 지역 농산물 소비 같은 작은 실천이 모여 문명을 구한다.
기후위기는 인간이 만든 위기이지만, 동시에 인간만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이대로 가면,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은 점점 줄어들 것이다. 그러나 방향을 바꾸면, 아직 늦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