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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재 칼럼] 백운산, 문화와 스포츠로 광양의 미래를 연다

– 자연은 이미 완성된 관광지다, 이제는 ‘활용의 시대’로 나아가야 

이충재 (전)한국노총 부위원장 | 기사입력 2025/10/13 [11:25]

[이충재 칼럼] 백운산, 문화와 스포츠로 광양의 미래를 연다

– 자연은 이미 완성된 관광지다, 이제는 ‘활용의 시대’로 나아가야 

이충재 (전)한국노총 부위원장 | 입력 : 2025/10/13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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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충재 전 한국노총 부위원장    

 

광양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이 있다. 바로 백운산이다.

 

해발 1,222m의 백운산은 지리산 다음으로 높은 호남정맥의 제일봉으로, 사방의 산맥과 바다가 어우러진 장관을 품고 있다. 정상에 오르면 한려수도와 광양만, 지리산 주능선이 한눈에 펼쳐지는 그 풍광은 가히 ‘남도의 심장’이라 부를 만하다.

 

여름엔 성불·동곡·어치·금천 등 4대 계곡이 시원한 노래를 부르고, 가을엔 붉은 단풍이 산 전체를 감싸며, 겨울엔 설경이 산의 본래 이름처럼 ‘흰 구름의 산’을 완성한다. 또한 백운산은 서울대 남부학술림과 옥룡사 동백숲, 자연휴양림이 자리하고, 1,000종이 넘는 식물이 자생하는 생태의 보고다. 이미 자연이 만들어놓은 완벽한 관광지다.

 

그러나 그 명성에 비해 백운산은 전국적인 인지도나 관광자원으로서의 활용이 충분하지 않다. 다른 지자체들이 인공정원, 테마파크, 전망대 건설에 수백억 원을 쏟아붓는 사이, 광양은 이미 완성된 천혜의 명산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있는 것을 잘 쓰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짜 개발의 시작이다.

 

백운산의 진정한 가치는 자연경관에만 머물지 않는다. 이곳은 도선국사가 고로쇠 수액을 마셨다는 전설이 깃든 산이며, 신재 최산두 선생의 생가와 묘역이 있는 봉강면 부저리 저곡마을로 이어지는 역사적 맥이 흐른다.

 

조선시대 시인과 유학자들이 시문을 남긴 곳이자, 현대 예술가들의 창작 무대이기도 하다. 그만큼 학문과 예술, 종교가 한데 녹아 있는 문화의 산이다.

 

이제 광양은 ‘건물을 짓는 도시’가 아니라 ‘자연을 활용하는 도시’로 거듭나야 한다. 관광산업의 핵심은 인공물에 있지 않다. 경관과 공기, 그리고 이야기에 있다.

 

불필요한 시설투자는 자연을 훼손하고 세금을 낭비하는 일이 될 수 있다. 우리가 가진 자산은 이미 충분하다. 문제는 그것을 ‘어떻게 이야기하느냐’이다.

그래서 나는 백운산을 생활스포츠의 무대로 전환하자고 제안한다.

 

봉강에서 다압까지 이어지는 임도는 트레킹, 산악자전거, 마라톤 등 전국 규모의 대회를 유치하기에 손색이 없다. 섬진강 코스와 연계하면 광양은 ‘울트라마라톤의 성지’로도 성장할 수 있다. 스포츠 인구가 연중 백운산과 섬진강을 찾게 된다면, 인근 마을의 숙박·음식·카페 산업은 자연히 활성화될 것이다.

 

백운산은 더 이상 ‘조용한 명산’으로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지역경제와 문화가 만나는 플랫폼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문화관광과 생활체육을 결합한 새로운 전략은 광양을 남도의 중심도시로 이끌 것이다.

 

광양은 이미 ‘썬샤인’이라는 이름처럼 밝은 도시다. 이제 그 빛을 자연 속에서, 사람 속에서 다시 찾아야 한다. 천혜의 백운산은 그 출발점이다. 건설이 아니라 보존과 활용으로, 개발이 아니라 스토리와 체험으로 — 그것이 광양의 진정한 도약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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