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두 학회장, 산업은행 미래와 150조 펀드 해법제시”-정부정책펀드, 독립적 거버넌스가 핵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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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지주회사법학회 학술세미나박승두 회장이 이끌고 있다. |
정책금융과 산업은행의 역할을 둘러싼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한학술세미나가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한국지주회사법학회 주최 학술세미나에서 박승두 회장은 “정책금융의 본질은 국가가 위기에 처했을 때 최후의 안전판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IMF 외환위기 이후 산업은행이 보여온 경험과 조선·해운 구조조정, 반도체·중공업 투자 사례를 소환하며, 그는 산업은행의 존재 이유가 단순한 금융기관을 넘어 국가 전략금융의 구심점에 있음을 재확인했다.
박 회장은 IMF 사태를 직접 겪은 세대의 전문가로서, 정책금융의 정체성을 다시 짚었다.
그는 “민간 금융이 감당할 수 없는 위험을 떠안는 것이 정책금융의 임무”라며 “위기 시 구조조정과 선제적 산업개입, 평시에는 신산업 육성을 담당하는 산업은행의 역할은 그 어떤 기관도 대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조선, 해운, 반도체, 중공업 같은 전략산업에서 정책금융이 없다면 우리는 이미 산업기반을 상실했을 것”이라며 “앞으로는 AI, 우주산업, 수소경제 등 미래 분야에서도 산업은행이 책임 있는 위험수용자로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토론의 핵심 중 하나는 150조 원 규모 정책펀드 운용 문제였다.
“정책자금을 둘러싼 정치적 간섭이나 관치금융의 유혹을 차단하지 못한다면, 150조는 미래투자의 동력이 아니라 또 다른 낭비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를 위해 ▲산업경쟁력장관회의에서 정책방향을 설정하고 ▲민간 전문가가 참여하는 독립 운영위원회에서 심사·의결하며 ▲산업은행은 집행기관으로 기능하는 3단계 구조를 제안했다.
그는 “산업은행이 모든 권한을 독점하는 구조는 위험하다. 집행에 집중하되 의사결정권은 독립된 운영위원회에 두어야 한다”며 “독립성과 투명성을 담보하지 못한다면 정책금융은 결국 정권의 단기 성과 과시에 이용될 뿐”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정책펀드의 성격에 대해 “정책자금은 돈을 풀어주는 수단이 아니라, 구조조정을 선제적으로 유도하고 민간자본을 끌어들이는 마중물이 되어야 한다”며 “투자 실패를 두려워하기보다는, 실패를 제도적으로 흡수하는 세이프하버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 박승두 한국지주회사학회장겸 '힙합월드리그 추진위원장 한류가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 |
또한 흥미로운 점은 정책금융의 역할을 산업·제조업에 국한하지 않고, 지역균형발전과 문화콘텐츠 산업까지 확장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는 점이다.
박 회장은 “과거 산업은행이 영화·게임·콘텐츠 투자로 성공 사례를 만든 경험이 있다”며 “앞으로는 K-콘텐츠와 금융을 결합해 관광객 1억 명 시대, 유학생 100만 명 시대를 여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순신 서사’ 같은 국가적 문화 IP를 K-POP, 힙합 리그, OTT 콘텐츠와 연결하는 구상을 언급하며 “문화는 차세대 패권의 핵심 산업”이라고 평가했다. 이는 단순한 공연·콘텐츠 지원을 넘어, 금융이 문화산업의 성장 사다리로 기능해야 한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토론은 ESG 금융의 방향으로도 확장됐다. 박 회장은 “E(환경)만 강조되는 ESG는 반쪽짜리”라며 “S(사회)와 G(지배구조)까지 실질적으로 작동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ESG를 단순히 은행 내부 경영에 국한하지 말고, 거래처 전체에 대한 실사와 리스크 평가에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신재생에너지, 수소환원제철, 에너지 저장장치 등 미래산업은 초기 위험이 크지만 국가적 필요성이 분명하다며, 정책금융이 레버리지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발표 말미에 “한진해운 파산 이후 우리 해운력이 잃은 국가적 손실은 통계로 다 설명되지 않는다”며 정치 구호 속에서 산업은행의 전문성이 훼손되는 현실을 꼬집었다.
그는 “미국은 조선산업을 사실상 포기했고, 일본은 산업금융을 국가 전략 차원에서 유지한다”며 “산업은행은 평화시에도 전시를 대비하는 산업금융의 전략예비군”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산업은행은 어제의 구세주가 아니라 내일의 체인저여야 한다”며 “위기 때 구조조정의 칼을 들고, 평시에는 민간이 감당하지 못하는 위험을 떠안아 길을 여는 기관으로 정체성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승두 한국지주회사법학회 회장의 발언은 산업은행과 정책금융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날카로운 진단을 담고 있다.
그는 독립적 거버넌스, 합리적 절차, 세이프하버 제도, 문화금융 확장, ESG 실질화라는 키워드를 통해 “산업은행은 단순한 국책은행이 아니라 대한민국 경제의 생존전략”임을 역설했다.
그의 말은 단순한 학술적 제안이 아니라, 경제 위기를 반복 경험한 한국 사회가 앞으로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를 집약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토론2부에서는 금융권 현장에서 끊임없이 제기되는 ‘배임죄’ 논란으로 이어졌다. 많은 금융기관 임직원들이 손실 가능성 때문에 위험 산업에 대한 여신을 기피하는 현상을 두고, “형사 책임의 핵심은 결과가 아니라 절차와 과정”이라고 정리했다.
이날 2부 발제에 참여한 문한성 변호사는 대법원 판례와 금융 실무 경험을 토대로 ▲충분한 정보수집·현장 실사 ▲내부규정에 따른 절차 준수 ▲합리적 사업성 평가 ▲위험 대응계획 수립 등 기본 요건이 갖춰졌다면, 손실 발생에도 경영판단 원칙으로 보호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담보 확보도, 현장점검도 없이 신규·연장 여신을 반복하는 행위”나 “내부 규정 회피가 전제된 의사결정”은 배임에 해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PF(Project Financing)와 신산업 여신의 특수성을 고려해, 박 회장은 “표준화된 사업성 평가 매트릭스, 외부전문가 풀, 집단 의사결정의 기록화”를 감독기준과 연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통해 억울한 처벌과 무책임한 면책을 동시에 막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