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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산불, 줄어든 피해 속에 남은 경고음

450만 헥타르 불길 삼켜…지난해보다 감소했지만 구조적 위험 여전

시베리아·극동 지역 집중 피해, 비상사태 선포 이어져

‘좀비 화재’와 기후변화 겹쳐 내년 더 큰 불길 우려

전용현 기자 | 기사입력 2025/09/24 [09:20]

러시아 산불, 줄어든 피해 속에 남은 경고음

450만 헥타르 불길 삼켜…지난해보다 감소했지만 구조적 위험 여전

시베리아·극동 지역 집중 피해, 비상사태 선포 이어져

‘좀비 화재’와 기후변화 겹쳐 내년 더 큰 불길 우려

전용현 기자 | 입력 : 2025/09/24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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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 산불은 심각한 기후위기를 몰고 오고 있다.    

 

2025년 러시아의 산불 시즌은 지난해에 비해 전체 피해 규모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지만, 전문가들은 방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경고한다.

 

러시아 정부 발표와 지역 보고서를 종합하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전국적으로 발생한 산불 건수는 약 6천5백여 건이며, 피해 면적은 약 450만 헥타르에 달했다.

 

이는 2024년 동기간 대비 약 30% 감소한 수치로, 당국이 설정한 연간 피해 목표치 468만 헥타르에 근접한 수준이다.

 

일견 긍정적인 결과로 보이지만, 전문가들은 “우천량 증가와 예상보다 낮은 기온 덕분에 피해가 줄어든 것일 뿐 근본적 해결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며 구조적 취약성을 지적했다.

 

러시아의 산불은 주로 동부 시베리아와 극동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한다. 자바이칼스크리(Transbaikal, Zabaykalsky Krai)와 부랴티야 공화국(Buryatia) 등은 눈이 적게 쌓이고 겨울이 건조하며 봄철 해빙이 빨라 산불이 번지기 쉬운 환경을 갖추고 있다.

 

실제로 5월 중순 기준 자바이칼스크리에서는 약 57만6천 헥타르, 부랴티야에서는 약 5만3천 헥타르가 이미 잿더미로 변했다.

 

화재 원인으로는 인간의 농경지 태우기와 무분별한 불씨 관리가 주요하게 꼽히며, 현지 정부는 잦은 화재를 막기 위해 산림 입산 금지, 농업용 소각 제한, 불씨 사용 규제 등 긴급 대책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들은 일시적 봉합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올해는 특히 남부 시베리아의 Tyva 공화국에서도 산불 피해가 집중됐다. 이 지역은 몇 건의 활성 산불이 빠르게 번져 약 300헥타르에 달하는 면적이 불탔고, 지역 정부는 결국 비상사태를 선포하며 연방 정부에 지원을 요청했다.

 

주민들에게는 숲길 통행 금지령이 내려졌으며, 버섯 채취나 캠핑 같은 야외활동도 모두 금지됐다. 산불이 마을과 교통로 인근까지 접근하면서 주민 불안이 고조되자 지방 당국은 군 헬리콥터와 진화 장비를 투입해 확산 차단에 총력을 기울였다.

 

자바이칼스크리와 부랴티야 역시 주민들의 불필요한 입산을 막고 지역 감시망을 강화했지만, 현장 인력과 장비 부족은 여전히 심각한 문제로 남아 있다. 러시아 소방 당국은 연일 혹사당하고 있으며, 장비 노후화와 숙련 인력 부족은 진화 활동을 지연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이번 시즌의 사망자 규모는 지난해보다 줄었으나, 인명 피해는 여전히 발생했다. 동부 러시아의 산불 현장에서 소방관 3명이 진화 작업 중 사망했으며, 여러 명이 부상을 입었다.

 

마을 인근까지 불길이 번지는 사례가 적지 않아 주민 대피가 긴급히 이뤄졌고, 일부 지역에서는 교통망이 차단되기도 했다. 다만 피해 규모가 상대적으로 줄어든 것은 다행이지만, 러시아의 산불은 여전히 국가적 차원의 재난으로 자리잡고 있다.

 

특히 이번 시즌이 상대적으로 온화하게 지나갔다고 해서 내년과 이후의 위협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 전역에 퍼진 이른바 ‘좀비 화재(zombie fires)’ 현상을 지목한다.

 

토탄층이나 동토층 속에 남아 있는 불씨가 눈이나 얼음 아래에서 완전히 꺼지지 않고 잠복하다가 건조한 바람과 맞물려 봄철 재발화하는 경우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한 진화 활동만으로는 완벽히 막을 수 없는 성격을 지니며, 기후 변화로 인한 고온·건조화가 겹치면 해마다 반복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다.

 

러시아 정부는 산불 시즌 후반에 대비해 예산과 인력을 확충하고, 조기 경보 시스템을 강화하는 한편 지역 주민들에 대한 경각심 제고에도 나서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러한 대응이 임시방편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산림 관리 체계는 여전히 허술하고, 예방적 산불 방재를 위한 도로망 확보나 잔해 제거 같은 기초 작업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또한 지방정부와 연방정부 간 협력 체계도 원활하지 않아 지원과 대응이 늦어지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여기에 기후 변화라는 전 지구적 요인이 겹치면서 러시아 산불은 단순한 자연재해가 아니라 구조적 재난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결국 2025년 러시아 산불은 “지난해보다는 나아졌다”는 평가가 가능하지만, 그 속내는 기후와 날씨가 일시적으로 도와준 결과일 뿐이다. 불길을 키우는 근본적 요인들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고, 소방 역량은 한계에 직면해 있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가장 큰 위험은 바로 방심이다. 피해가 줄어든 올해를 성공으로 착각한다면, 내년 혹은 향후 더 큰 불길이 닥쳤을 때 치명적인 대가를 치를 수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 산불은 단지 러시아만의 문제가 아니라 기후 위기에 직면한 인류 전체의 경고음으로 읽어야 한다. 숲은 단순히 나무와 땅만이 아니라, 지역 공동체와 생태계, 지구의 기후 균형을 지탱하는 기반이기 때문이다. 이 불길을 끄는 것은 단순한 소방 활동이 아니라, 국제적 협력과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더 큰 과제를 풀어내는 과정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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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포털 지원센터 대표
내외신문 광주전남 본부장
월간 기후변화 기자
사단법인 환경과미래연구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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