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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와 미국, 200년 관계의 굴곡사- 외교 수립에서 2025년 군사 충돌까지

19세기 외교 수립과 석유 국유화, 전략적 협력에서 갈등으로

차베스·마두로 시대, 반미주의와 제재의 악순환

2025년, 제재 강화와 카리브해 군사 긴장으로 고조되는 양국 관계

전용현 기자 | 기사입력 2025/09/06 [06:02]

베네수엘라와 미국, 200년 관계의 굴곡사- 외교 수립에서 2025년 군사 충돌까지

19세기 외교 수립과 석유 국유화, 전략적 협력에서 갈등으로

차베스·마두로 시대, 반미주의와 제재의 악순환

2025년, 제재 강화와 카리브해 군사 긴장으로 고조되는 양국 관계

전용현 기자 | 입력 : 2025/09/06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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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가폭등 미국의 제재로 살기 힘든 베네수엘라    

 

베네수엘라와 미국의 관계는 19세기 초 독립을 인정받은 순간부터 시작되었지만, 양국의 관계는 단순한 외교적 수교를 넘어 석유, 냉전, 반미주의, 그리고 민주주의 갈등이라는 다양한 요인 속에서 굴곡진 길을 걸어왔다.

 

1822년 미국은 콜롬비아 연방을 승인하며베네수엘라와 간접적인 외교 관계를 시작했고, 1835년 베네수엘라 독립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면서 본격적인 양자 관계가 열렸다. 이듬해인 1836년 체결된 우정·항해·상업 조약은 무역을 통한 초기 협력의 상징이었고, 이후 1978년 체결된 해양 경계 조약은 카리브해를 둘러싼 영토 분쟁을 최소화하는 틀을 마련했다.

 

그러나 이와 같은 협력의 시기에도 잠재적 갈등의 불씨는 늘 존재했다. 특히 20세기 중반, 베네수엘라는 제2차 세계대전 동안 연합국을 지원하며 미국과 전략적 협력 관계를 맺었지만, 1976년 카를로스 안드레스 페레스 정부가 석유 산업을 국유화하면서 미국의 주요 석유 기업들이 철수하게 되었고, 이는 이후 양국 관계가 ‘석유’를 둘러싸고 요동치게 되는 출발점이 되었다.

 

1999년 우고 차베스가 집권하면서 베네수엘라의 대미 관계는 근본적인 변화를 맞이했다. 차베스는 반미주의를 국가 정체성으로 삼으며 조지 W. 부시 행정부와 정면으로 대립했고, 2002년 쿠데타 시도 당시 미국이 암묵적으로 쿠데타 세력을 지지했다는 의혹은 양국 간 불신을 극대화시켰다.

 

차베스는 석유 자원을 무기화하며 러시아, 중국과의 협력을 강화했고, 이는 미국의 남미 전략에 커다란 균열을 만들었다. 미국은 차베스 정부의 권위주의적 통치를 비판했지만, 차베스는 이를 ‘미 제국주의의 간섭’으로 규정하며 대중적 지지를 동원했다. 이 시기 베네수엘라는 반미 전선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고, 라틴아메리카 좌파 세력의 중심국가로 부상했다.

 

2013년 차베스의 사망 이후 니콜라스 마두로가 권력을 이어받으면서 양국 관계는 더욱 악화됐다. 2015년 미국은 베네수엘라 국영석유회사 PDVSA의 부패를 본격적으로 조사하기 시작했고, 2017년부터는 금융 제재를 대대적으로 확대했다.

 

PDVSA 자산 동결, 미국 내 자본 거래 차단, 국제 채권 거래 제한 등이 잇따르면서 베네수엘라 경제는 급속히 붕괴의 길로 접어들었다. 2019년 미국은 마두로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국회 의장 후안 과이도를 임시 대통령으로 승인했으며, 이는 사실상 양국 간 외교 단절로 이어졌다.

 

같은 해 3월 미국 대사관은 카라카스에서 철수했고, 이후 보고타 주재 대사관 내에 ‘베네수엘라 업무부’를 설치해 제한적인 관계만을 유지했다. 베네수엘라 내부에서는 초인플레이션과 식량·의약품 부족이 심화되었고, 수백만 명이 국외로 탈출하는 대규모 난민 사태가 발생했다.

 

2022년 이후 상황은 또 다른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자, 미국은 전략적 필요에 따라 베네수엘라 제재 일부를 완화했다.

 

2022년 11월 미국은 Chevron 등 일부 기업의 베네수엘라 내 활동을 허용했고, 이는 석유 공급망 위기를 완화하려는 조치였다.

 

2023년 10월에는 베네수엘라 정부와 야권이 선거 로드맵에 합의하면서 관계 정상화 가능성이 엿보였지만, 2024년 4월 미국은 합의 불이행을 이유로 다시 제재를 강화했다. 이렇게 제재 완화와 재부과가 반복되는 가운데 베네수엘라의 정치 위기와 경제 불안은 해소되지 않았고, 마두로 정권은 러시아, 이란 등 반미 국가들과의 연대를 강화하며 버텨왔다.

 

2025년 들어 미국과 베네수엘라 관계는 다시 한 번 극도의 긴장 상태로 치달았다. 트럼프 행정부가 복귀한 이후, 미국은 바이든 행정부 시절 허용했던 Chevron의 베네수엘라 석유 사업 허가를 철회했고, 이어 3월에는 베네수엘라산 석유를 수입하는 국가에 25%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이는 베네수엘라 경제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히는 조치였고, 마두로 정부는 이를 ‘경제전쟁’이라 규정하며 강력 반발했다. 그러나 갈등은 경제 제재에만 그치지 않았다.

 

2025년 8월 말, 미국은 해군 함정과 핵잠수함을 포함한 대규모 해군 전력을 카리브해에 배치했다. 공식적으로는 ‘마약 밀수 차단’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베네수엘라를 겨냥한 군사적 압박으로 해석됐다. 긴장은 곧 현실적 충돌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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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2일, 미국은 남부 카리브해에서 베네수엘라와 연계된 것으로 의심되는 마약 운반선을 공습해 11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    

 

9월 2일, 미국은 남부 카리브해에서 베네수엘라와 연계된 것으로 의심되는 마약 운반선을 공습해 11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세력을 ‘narco-terrorist’로 규정하며 강경한 입장을 보였지만, 국제사회에서는 이 공습의 합법성을 둘러싼 논쟁이 거세게 일었다. 국제법 전문가들은 미국의 일방적 무력 사용이 불법적 선제공격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경고했고, 라틴아메리카 각국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충돌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9월 4일, 베네수엘라 F-16 전투기 2대가 카리브해 상공에서 미 해군 군함에 ‘위협적 비행’을 감행했다. 미 국방부는 이를 ‘고도의 도발 행위’로 규정하며 베네수엘라가 마약 카르텔 조직과 연결된 미군 작전을 방해하려 한다고 비난했다.

 

양국은 군사적 맞대응 수위를 놓고 팽팽히 대립했고, 미국 내부에서도 이 사태가 ‘재앙적 개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일부 전직 외교·안보 관리들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의 교훈을 망각한 또 다른 군사 모험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처럼 베네수엘라와 미국의 관계는 단순한 외교적 불화가 아니라 석유와 경제 제재, 민주주의 가치와 권위주의 체제의 충돌, 그리고 최근에는 군사적 긴장까지 뒤섞이며 세계 질서 속 주요 변수가 되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여전히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한 나라이고, 미국은 세계 경제와 안보를 주도하는 초강대국이다. 두 나라의 관계 악화는 단순히 양국 문제에 그치지 않고, 카리브해와 남미 전역, 나아가 글로벌 에너지 시장과 국제 정치 질서에 파급력을 미친다.

 

 

역사적으로 보면, 19세기 초의 수교와 상업 협력에서 시작된 베네수엘라-미국 관계는 20세기 중반까지 전략적 동맹의 성격을 띠었지만, 차베스 이후 반미주의가 체제 정당성의 핵심이 되면서 완전히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

 

이제 2025년 현재, 양국은 다시 한 번 군사적 충돌 직전의 상황에 서 있으며, 이 긴장이 단순한 외교적 설전으로 끝날지, 아니면 라틴아메리카에서 새로운 분쟁으로 비화할지는 국제사회의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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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외신문 인천본부 기자
월간 기후변화 기자
사단법인 환경과미래연구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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