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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특집] 달리기, 최고의 항암제

– 과학이 증명한 유산소 운동의 암 예방·치유 효과
- 달리기가 ‘움직이는 면역치료제’가 되는 순간

김누리 기자 | 기사입력 2025/08/11 [09:06]

[건강특집] 달리기, 최고의 항암제

– 과학이 증명한 유산소 운동의 암 예방·치유 효과
- 달리기가 ‘움직이는 면역치료제’가 되는 순간

김누리 기자 | 입력 : 2025/08/11 [09:06]

의학계는 오래전부터 운동이 건강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을 주목해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달리기와 같은 유산소 운동이 단순한 체력 강화 차원을 넘어, 암의 예방과 치료 과정에 깊숙이 관여한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밝혀지고 있다.

 

면역학자들은 달리기를 ‘움직이는 면역치료제’라 부른다. 달리기를 하면 심박수와 호흡이 빨라지면서 혈액 순환이 촉진되고, 면역세포들이 온몸을 순찰하듯 이동하며 암세포를 감시한다. 특히 암세포를 직접 파괴하는 NK세포(Natural Killer Cell)와 T세포의 활동성이 크게 증가해, 암세포가 증식할 시간을 주지 않는다.


최근 미국 국립암연구소(NCI)와 호주 시드니대학교 공동 연구팀은 주 150분 이상의 중등도 달리기를 하는 사람들의 암 발생 위험이 평균 27% 낮아진다는 장기 추적 결과를 발표했다. 암이 이미 진행된 환자라 해도 규칙적인 달리기는 면역체계의 효율성을 높여 치료 반응률을 개선시키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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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리기가 항암효과가 뛰어나다는 연구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    

 

염증을 잠재우고, 호르몬 균형을 바로잡다

 

암은 ‘만성 염증’과 ‘호르몬 불균형’이라는 토양 위에서 싹트는 경우가 많다. 체내 염증 수치가 높으면 DNA 손상이 쉽게 발생하고, 손상된 세포가 암세포로 변이할 확률도 커진다. 특히 비만과 잘못된 식습관, 스트레스는 인슐린과 에스트로겐 같은 암 촉진 호르몬을 과잉 분비하게 만든다.


달리기는 이 두 가지 위험 요인을 동시에 조절한다. 운동 중 분비되는 항염증성 사이토카인(Interleukin-10 등)은 몸속의 불필요한 염증 반응을 억제하고, 혈당을 안정화시켜 인슐린 저항성을 낮춘다. 여기에 지방이 줄어들면 에스트로겐 수치가 정상 범위로 돌아오면서 암세포 성장의 연료 공급이 차단된다. 국내 한 대형병원 가정의학과 연구팀도 달리기를 6개월 이상 지속한 그룹에서 C-반응성 단백(CRP) 수치가 평균 30% 감소했다는 데이터를 발표한 바 있다.

 

 체중 관리와 지방 감소, 암의 ‘연료’를 줄인다

 

암 연구자들은 종종 “지방은 암의 연료”라고 말한다. 특히 복부 비만은 대장암, 유방암, 췌장암 등 여러 암의 주요 위험인자로 꼽힌다. 과도한 지방은 단순히 체형의 문제가 아니라, 호르몬과 성장인자의 비정상적인 분비를 유발해 암세포가 자라기 좋은 환경을 만든다.


달리기는 지방을 태우고 근육을 늘리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 중 하나다. 30분간의 조깅은 평균 250~300kcal를 소모시키며, 지속적으로 하면 내장지방이 현저히 감소한다. 근육량이 늘면 기초대사량이 올라가고, 이는 장기적으로 체중 유지와 재발 방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실제로 미국 하버드 공중보건대학 연구에 따르면, 암 수술 후 정상 체중을 유지한 환자 그룹이 과체중 그룹에 비해 5년 생존율이 약 25% 높았다.

 

항암 치료 부작용을 완화하고, 회복 속도를 높인다

 

항암 치료는 환자의 신체와 정신에 큰 부담을 준다. 극심한 피로, 근육 소실, 우울감, 불면증 등은 치료 후에도 오랫동안 남아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그러나 가벼운 달리기나 빠른 걷기를 꾸준히 하면 이 부작용이 완화될 수 있다.


혈류가 개선되면 항암제와 면역세포가 종양 부위까지 더 효과적으로 도달할 수 있다. 또한 심폐 기능이 유지되면 치료 도중에도 체력이 버텨주어 치료 중단 가능성을 낮춘다. 영국 맨체스터대학교 암센터의 보고에 따르면, 항암 치료 중 주 3회 이상 20분간 조깅을 한 환자들이 그렇지 않은 환자에 비해 피로감 점수가 평균 15% 낮았고, 치료 후 회복 속도도 빨랐다. 심리적 측면에서도 달리기는 엔도르핀 분비를 촉진해 우울감을 완화시키고, 환자의 자기 효능감을 높인다.

 

 재발을 막는 ‘달리기 습관’의 힘

 

미국암학회(ACS)는 암 생존자에게 주당 최소 150분의 중등도 유산소 운동을 권고한다. 이는 단순히 체력을 유지하라는 의미가 아니라,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한 ‘재발 방지 전략’이다.


유방암, 대장암, 전립선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다수의 연구에서, 규칙적인 달리기나 빠른 걷기를 지속한 그룹은 재발 위험이 20~40% 낮았다. 운동은 암세포의 대사 환경을 불리하게 만들고, 혈당과 호르몬을 안정적으로 유지해 재발 가능성을 줄인다. 무엇보다 달리기는 장비나 장소에 크게 구애받지 않아 실천 장벽이 낮다.


암 생존자 모임에서 달리기 프로그램을 도입한 사례도 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암센터는 암 환자와 가족이 함께하는 ‘5km 달리기 모임’을 운영하고 있는데, 참가자들의 체력 지표와 심리 안정도가 눈에 띄게 개선되었다는 보고가 나왔다.

 

 

달리기는 단순한 취미가 아니다. 과학적 근거 위에 선 ‘움직이는 항암제’이자, 평생 복용할 수 있는 가장 안전한 보조 치료제다. 물론 암을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데 있어 달리기가 의학적 치료를 대체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의학적 치료와 병행될 때, 달리기는 암 발생 위험을 줄이고, 치료 성공률을 높이며, 재발을 방지하는 데 강력한 동맹이 된다.
우리 몸은 움직일 때 살아있음을 느낀다. 그리고 그 움직임 속에서 면역은 강화되고, 호르몬은 균형을 찾으며, 생명력은 되살아난다. ‘최고의 항암제’는 약국이 아니라, 매일 발걸음을 내딛는 길 위에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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