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기차 시장의 선두주자 BYD의 딜러들이 줄줄이 파산하고 있다. 산둥 챙청홀딩스와 천천그룹 등 핵심 유통망의 붕괴는 단순한 경영 실패가 아니라 제조사 본사의 정책과 시스템 자체의 구조적 한계를 드러낸 사건으로 해석된다. 해당 딜러사들은 과도한 재고를 떠안은 채 본사의 판매 지침을 따라야 했고, 결국 현금 흐름이 마비되며 문을 닫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딜러 파산은 단지 유통 단계의 문제를 넘어선다. 이것은 BYD라는 중국 최대 전기차 제조사가 내부적으로 얼마나 위태로운 구조 위에 서 있는지를 보여주는 징후다. 파산은 한두 곳의 문제가 아니며, 전국적으로 대리점 폐점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제조사 본사가 주장하는 ‘일관된 유통정책’은 오히려 유통망에 부담을 떠넘기는 방식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과도한 재고 확보 강요는 딜러들이 스스로 영업망을 유지할 수 없게 만드는 주된 원인이 되었다. 본사는 목표 수치를 채우기 위해 공급을 강제했고, 이를 감당하지 못한 현지 딜러들은 대출과 외상거래에 의존해 매장을 운영하다가 결국 부도를 맞이했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의 피해도 확산되고 있다.
딜러 네트워크의 붕괴는 곧 브랜드 이미지의 타격으로 이어진다. 신뢰를 잃은 소비자는 구매를 망설이게 되고, 이는 다시 판매 부진으로 연결되는 악순환을 유발한다. 대리점 폐쇄 이후 차량 인도 지연, 환불 거절 등의 민원이 속출하며 소비자 보호 장치의 미비함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과잉 생산, 가격 전쟁, 그림자 부채
중국 전기차 산업 전반이 생산과잉이라는 치명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2024년 중국 자동차 산업 전체의 공장 평균 가동률은 49.5%에 그쳤고, 이는 절반 이상이 놀고 있다는 뜻이다. 수요를 고려하지 않은 공급 중심 전략이 초래한 결과다.
BYD는 한 해 세 차례에 걸쳐 가격을 인하하며 점유율 확보에 나섰지만, 이는 장기적인 시장 건전성을 갉아먹는 자해적 행위로 평가된다. 지나치게 낮은 가격은 시장 전체의 마진을 무너뜨리고, 결국 중소 제조사들이 대거 도산하거나 인수합병을 강요받는 구조로 전개되고 있다.
특히 가격 전쟁은 생존을 위한 필사적인 전략이 아니라 지속 불가능한 포퓰리즘적 전술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기업들이 마진을 희생하면서까지 가격을 낮추는 이유는 투자자와 정부에 시장 점유율을 성과로 보여주기 위한 단기 전시효과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와 동시에 BYD의 재무 건전성에도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GMT 리서치 등은 BYD가 공급망 금융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으며, 매출 채권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장부상 부채를 숨기고 있다는 지적을 내놓았다. 이른바 ‘그림자 부채’가 실제로는 공식 수치를 훨씬 초과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만약 시장 상황이 급변하거나 협력업체가 현금 결제를 요구하는 시점이 온다면, BYD의 유동성 위기는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드러날 가능성이 있다. 이는 기업 단위의 문제가 아닌, 전기차 산업 전체의 금융시스템 안정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
수출의 벽, 글로벌 충격 가능성
중국 전기차 산업의 성장 전략은 내수 확대와 더불어 수출 주도형 모델에 기반했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연합의 고율 관세 부과는 이 전략을 차단하고 있다. 주요 선진국 시장에서의 진입이 제한되면서 과잉 생산된 물량은 신흥시장으로 몰리거나 내수에 강제 흡수되고 있다.
수출 길이 막힌 중국 전기차들은 국내 시장에서 다시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하고, 이로 인해 브랜드 간 감가상각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특히 중국 브랜드 차량의 중고차 가치 하락 속도는 일본, 한국보다 훨씬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 신뢰의 붕괴는 장기적 수요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파산한 딜러 및 제조사의 자산은 헐값에 매각되며 중고차 시장을 더욱 저가화시키고 있다. 이는 결국 생존한 제조사들에게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시장 전반의 가격 왜곡과 수익성 악화를 동반한다. 가격 하락은 필연적으로 품질 저하와 고장률 상승으로 이어지고, 이는 브랜드 전체의 이미지 실추로 귀결된다.
한편 산업 구조조정은 전기차 산업 전반에 인력감축과 실업 문제를 동반한다. 딜러들의 대규모 해고, 협력업체의 도산, 지역 경제 위축 등 연쇄 효과는 이미 일부 지방정부의 재정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이는 사회 불안 요소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지방정부는 이미 산업 유지를 위한 보조금 지급, 구제금융 등으로 재정 부담이 늘어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 이러한 구조가 지속되기는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보조금 경제에 기댄 전기차 산업은 자생적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채 붕괴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궁극적으로 BYD 딜러의 연쇄 파산은 단순한 개별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중국 전기차 산업이 지속 불가능한 성장 모델 위에 구축돼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다. 수직 계열화, 공급망 통제, 공격적 가격 전략 등 중국식 확장 모델의 한계가 명확히 드러나고 있으며, 이 위기는 결국 세계 자동차 산업의 구조 재편을 앞당기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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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과미래연구소 이사
시민포털지원센터 이사 월간 기후변화 기자 내외신문 전북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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