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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의 몰락과 ‘포스트 시진핑 시대’?

-“가족 안전을 조건으로 퇴진 수용”…권력 핵심에서 쫓겨난 중국의 황제
-전승절 이전에 지도부 전면 교체? 중난하이를 뒤흔든 피의 정적 청산
-왕양 vs 후춘화, 온건파 복귀와 공청단의 귀환이 의미하는 것

전용현 기자 | 기사입력 2025/06/09 [13:13]

시진핑의 몰락과 ‘포스트 시진핑 시대’?

-“가족 안전을 조건으로 퇴진 수용”…권력 핵심에서 쫓겨난 중국의 황제
-전승절 이전에 지도부 전면 교체? 중난하이를 뒤흔든 피의 정적 청산
-왕양 vs 후춘화, 온건파 복귀와 공청단의 귀환이 의미하는 것

전용현 기자 | 입력 : 2025/06/09 [13:13]

2025년 여름, 중국 정치권은 전례 없는 격랑 속에 빠져 있다. 10년 넘게 국가주석, 당 총서기, 군사위원회 주석이라는 3대 권력을 쥐고 ‘현대의 황제’로 군림해 온 시진핑의 실각설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유력 경제지 <니케이 아시아>는 물론, 홍콩과 대만의 유수 언론, 그리고 싱가포르 전문가들의 분석까지 잇따르며, 이는 단순한 추측을 넘어 중국 권력 내부에서 실제로 퇴진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는 관측으로 이어지고 있다.

 

시진핑은 최근 중난하이 비공개 회의에서 자신의 퇴진을 사실상 수용했고, 이 과정에서 다음과 같은 조건을 내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부인 리위안, 딸 시밍저우, 형과 동생 등 가족의 신변 보장, 자신이 총애했던 간부들의 명예 보존, 아버지 시중쉰의 묘역과 기념관 보전, 그리고 본인의 명예로운 퇴진 선언 등이다.

 

‘가족 안전’이라는 요구는 시진핑이 퇴진 이후 정치적 보복이나 법적 처벌, 심지어 물리적 위해 가능성을 심각하게 염두에 두고 있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중국 현대 정치사에서 권력투쟁의 패배자는 대부분 가족 전체가 함께 타격을 받았으며, 보시라이, 저우융캉, 링지화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시진핑은 자신의 후계자로 왕양 전 전국정치협상회의 주석을 직접 지명했다. 왕양은 시진핑과 마찰을 빚지 않으면서도 비교적 온건한 개혁 노선을 걷는 정치인으로 평가된다. 그는 당내 권력투쟁에 휘말리지 않고도 실무를 중시하는 성향을 보여왔으며, 시진핑이 믿을 수 있는 유일한 인물로 여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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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 지도부 후보로는 왕양을 비롯해 장유샤(군사위), 장샘민(기율위), 석태봉(전인대), 신헨(정협) 등이 거론    

 

반면 후춘화 전 부총리는 완전히 배제되었다. 후춘화는 공청단 계열로, 원자바오와 후진타오 체제에서 성장한 인물이다. 그는 시진핑 집권 이후 지속적으로 소외되었고, 시진핑은 그가 권력을 잡으면 반드시 자신에게 보복할 것으로 우려해 정치국 상무위원 진입은커녕, 중앙위원직조차 주지 않았다.

 

이번 퇴진 협상 과정에서도 시진핑은 후춘화의 이름이 나오자 단호하게 반대했다고 알려졌다. 이는 공청단 계열이 다시 중앙 권력에 진입할 경우 시진핑 체제를 부정하고 그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두려움이 반영된 조치로 해석된다.

 

시진핑의 친위 세력은 군과 당 양측에서 동시에 제거되고 있다. 중국 인민해방군 내부에서는 시진핑 체제에서 중용된 장쥔하, 리상푸 등의 고위 간부들이 잇달아 조사받고 있으며, 당내 핵심 간부들도 교체 또는 ‘실각’이라는 형식으로 자리에서 밀려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단순한 인사 이동이 아니라, 본격적인 숙청이자 ‘시진핑 흔적 지우기’ 작업으로 평가된다. 그동안 시진핑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심어놓았던 충성파들이 하나둘씩 제거되며, 그는 점차 고립 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특히 싱가포르 전 총리 리센룽의 부인 호칭이 SNS를 통해 시진핑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기사를 두 편 연이어 공유한 사건은 국제사회에서도 시진핑의 권위가 무너졌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이는 아시아의 중도적 외교 허브 역할을 해온 싱가포르조차 그와 거리두기에 나섰다는 뜻이다.

 

오는 9월 3일 열릴 전승절 열병식은 중국 정치 변동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과거 이 열병식은 최고지도자의 권위를 대내외에 과시하는 무대였지만, 올해는 시진핑의 참석 여부조차 불투명하다. 실제로 이미 시진핑이 주석석에서 사라진 상태로 열병식이 준비되고 있다는 소문이 돈다.

 

일각에서는 전승절을 기점으로 완전한 권력 교체가 단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전승절은 공산당의 정통성과 중화민족의 우월성을 상징하는 행사이기 때문에, 이 시기를 이용해 새로운 지도부의 등장을 대외적으로 공표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사중전(제4차 중앙위원회 전체회의) 역시 예정보다 앞당겨 개최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시진핑의 권력 공백을 빠르게 메우고, 새 체제의 정통성을 당내외에 인정받기 위한 전략적 조치다. 이 자리에서 왕양 혹은 다른 온건파 인사의 총서기 임명이 논의될 수 있다.

 

새로운 지도부 후보로는 왕양을 비롯해 장유샤(군사위), 장샘민(기율위), 석태봉(전인대), 신헨(정협)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들은 시진핑의 1인 권력 체제를 종식하고, 집단지도체제 또는 합의 정치로의 회귀를 상징하는 인물들로 평가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중국이 민주주의로 전환하거나 권위주의를 완전히 탈피할 것이라는 기대는 시기상조다. 여전히 중국 공산당 일당체제는 건재하며, 대내외 통제 역시 유지될 것이다. 다만 절대 권력의 균열과 이에 따른 정책 유연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시진핑은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아니라, 고립 속에서 밀려나고 있다. 그는 헌법을 바꾸며 3연임을 강행했고, 홍콩 탄압과 신장 위구르 문제,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국제사회의 비판을 자초했다. ‘포스트 시진핑 시대’는 이제 시작이며, 중국과 세계는 그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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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포털 지원센터 대표
내외신문 광주전남 본부장
월간 기후변화 기자
사단법인 환경과미래연구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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