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변화의 그림자 속 러시아.. 다가오는 재난과 적응의 길극심한 폭염의 위협과 러시아의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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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더위, 점점 더 빈번해지는 폭염
2010년 러시아의 여름은 모스크바를 포함한 여러 지역에서 56,000명의 목숨을 앗아간 폭염으로 악명 높았다. 당시의 산불로 인한 스모그는 수도를 뒤덮었고, 기후 변화는 실질적인 위협으로 떠올랐다. 그 후 13년이 지난 지금, 비정상적으로 높은 기온의 시기가 더욱 빈번해지고 있으며, 이는 러시아 전역에 걸쳐 위험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연구진은 앞으로 러시아에서 최고 기온이 섭씨 35도를 초과하는 극도로 더운 날들이 더 많이 발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특히 유럽 러시아 중앙과 남부, 우랄 산맥 남부, 시베리아 서부 지역의 도시들은 이와 같은 폭염에 가장 큰 위협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만약 온실가스 배출이 현 상태로 유지된다면, 러시아 남부 지역은 금세기 중반까지 평균적으로 매년 13일에서 26일 정도 추가로 극심한 더위를 겪을 수 있다고 연구진은 경고한다.
기온 상승으로 인해 위험이 증가하는 것은 폭염만이 아니다. 러시아의 기후 변화는 산불 위험도 급증시킬 수 있다. 이미 여러 해 동안 러시아 중부와 시베리아 남서부에서는 산불이 더 자주 발생하고 있으며, 이로 인한 연기는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경제적 손실과 불가피한 변화
기후 변화로 인해 러시아는 연간 수천억 루블의 경제적 손실을 감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최대 은행인 스베르방크는 기후 변화로 인한 경제적 피해가 2023년부터 2027년까지 최대 5,800억 루블에 달할 수 있다고 추산한다. 이는 한 해 평균 약 67억 달러로, 2023년 모로코 지진 피해와 맞먹는 수치다. 더욱이, 기후 변화로 인해 2030년까지 러시아 GDP의 1~2%가 손실될 가능성도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총 생산의 5~6%에 달하는 잠재적 손실이 예상된다.
특히, 농업 분야에서의 타격이 심각하다. 2023년, 추바시아와 타타르스탄 공화국, 옴스크 지역은 가뭄으로 인해 농작물이 파괴되면서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물 부족 문제는 러시아의 가장 비옥한 지역인 체르노젬을 포함한 중부와 남부 지역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연구진은 이러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러시아의 식량 안보가 심각한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적응의 필요성과 늦은 대응
러시아의 많은 지역은 기후 변화에 대비하기 위한 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고 있다. 이는 단순한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로 점차 다가오고 있다.
특히 러시아 북부 지역에서는 영구 동토층의 해빙으로 인해 건물 구조물이 붕괴하는 등의 피해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으며, 이를 막기 위한 대책이 절실하다. 예를 들어, 야말-네네츠 자치구의 지방 당국은 토양 해빙으로 인한 건물 붕괴를 막기 위해 연간 수천만 루블을 지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지역에서는 기후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이 부족하다. 일부 지역에서는 단순히 회의나 데이터 업데이트에만 그치는 경우가 많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특히 영구 동토층 지역에서는 지역마다 적응 프로그램의 질에 큰 차이가 있는 상황이다.
러시아는 최근 기후 변화를 국가 안보에 대한 위협으로 인식하고, 이에 적응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하는 정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 정책의 실행력은 여전히 의문이다. 연구진은 기후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러시아의 많은 지역에서 경제적 손실과 인구 감소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기후 변화와 미래
러시아는 광대한 영토와 풍부한 자원을 바탕으로 기후 변화에 따른 일부 긍정적인 측면을 기대하고 있지만, 이미 많은 지역에서 기후 위기의 경고 신호를 보고 있다. 농업부터 도시 생활, 인프라에 이르기까지 러시아 전역이 기후 변화에 대한 적응이 필요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기후 변화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며, 이는 단순히 미래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러시아가 직면한 생존의 문제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