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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면 아래 가라앉는 나라들과 도시들 : ②남태평양 섬나라들:내외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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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면 아래 가라앉는 나라들과 도시들 : ②남태평양 섬나라들

‘태평세월’ 누리던 남태평양 섬나라들 ‘세계기후대전’의 최전선으로 내몰려
산업화에 따른 온실가스가 촉발한 ‘지구온난화’에 얼음 녹아 점차 해수면 상승 
해발 1~3m의 저지대 생활터전이 대부분이어서 ‘더 높은 땅’을 찾아야 할 운명 

김시월 대기자 | 기사입력 2023/03/19 [17:27]

해수면 아래 가라앉는 나라들과 도시들 : ②남태평양 섬나라들

‘태평세월’ 누리던 남태평양 섬나라들 ‘세계기후대전’의 최전선으로 내몰려
산업화에 따른 온실가스가 촉발한 ‘지구온난화’에 얼음 녹아 점차 해수면 상승 
해발 1~3m의 저지대 생활터전이 대부분이어서 ‘더 높은 땅’을 찾아야 할 운명 

김시월 대기자 | 입력 : 2023/03/19 [17:27]

1492년 콜럼버스가 남북미대륙의 한 가운데 있는 카리브해의 서인도제도에 첫발을 디딘 시점부터 시작된 이른바 대항해시대에 유럽인들은 대서양을 건너 서쪽으로, 서쪽으로 신천지를 찾아 항해를 거듭하였다. 그러다가 15199월 에스파냐를 출발한 마젤란의 탐험대 선단(船團)은 대서양 폭풍의 바다와 식량 부족, 질병, 그리고 내부 폭동 등 그야말로 천신만고 끝에 남미 대륙 끝 파타고니아를 돌아 드디어 태평양에 들어섰다.

▲ 북동쪽 하외이제도와 남서쪽 호주 대륙사이 남태평양에 점점이 박혀 있는 섬나러들. 산호초가 죽어서 쌓인 산호섬이거나 화산섬으로 이루어졌다가 지반 침하중인 섬들이 대부분이다. 워낙 섬들의 크기 자체가 작은데다 대부분 수m 이내의 저지대여서 지구온난화의 나쁜 결과물인 해수면 상승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브리태니카 백과사전>    

 그런데 남미 대륙과 남극 대륙 사이 좁은 해협을 통과하여 북서쪽으로 항해를 거듭한 끝에 대항해 16개월만인 152136일 서태평양 마리아나제도의 섬에 상륙할 때까지 마젤란의 선단은 처음 가 보는 태평양 항로에서 한 번도 태풍을 만나지 않고 2의 태평양 항해 길을 말 그대로 순항(順航)하였다. 이때의 탐험대 기록에 의해 지구상에서 가장 큰 바다는 잔잔한 바다라는 뜻으로 ‘Mare Pacificum’(태평양 太平洋)이라고 이름 지어졌다.

 

그 뒤로 남태평양의 섬들이 하나씩 하나씩 발견되면서 유럽인들에게 남태평양의 여러 섬들은 그야말로 지상 낙원또는 이상향으로 여겨질 정도로 날씨가 온화하고 풍광이 아름다웠다. 전쟁과 기아, 질병 등으로 얼룩진 유럽대륙의 유럽인들이 보기에는 태평세월을 즐기기에 딱 좋은 태평천국의 섬들이었다.

 

물론 남태평양의 태평세월(?)은 마젤란의 항해 이후 5백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럭저럭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남태평양의 섬나라들은 어쩌면 그리 머지않은 미래에 지도상에서 아예 사라지거나, 아니면 바짝 쪼그라든 모습으로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 18세기 후반부터 시작된 산업혁명의 결과로 탄소 등 온실가스 배출이 날로 늘어나면서 지구온난화가 가속화되고, 급기야는 지구의 기온을 적절하게 유지해주는 얼음이 녹아내려 해수면이 갈수록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 해수면 상승과 지반 침하 현상이 겹쳐 수몰 중인 솔로몬제도의 어느 주택가. 집채보다 두어 곱절 큰 배가 집들에 바짝 붙어 정박중인 모습이 가라앉는 섬나라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호주 Oxfam 제공>    

 2023년 현재 마셜제도, 북마리아나제도, 팔라우, 미크로네시아, 나우루, 키리바시,솔로몬제도, 바누아투, 누벨칼레도니, 투발루, 피지, 토켈라우, 사모아, 통가, 쿡제도, 프랑스령 폴리네시아, 아메리칸사모아, 퀼리스푸투나, 나우에 등이 남태평양의 독립국가 또는 미국 프랑스 뉴질랜드 등의 자치령으로 존속하고 있다.

 

이들 남태평양의 섬나라들은 대체로 태평양 한가운데 하와이제도에서부터 서쪽 시계 반대 방향으로 미국령 괌, 필리핀, 파푸아뉴기니, 호주, 뉴질랜드 등으로 둘러싸인 작고 작은 섬으로 이루어진 나라들이다. 이 섬들은 대부분 산호초로 이루어졌거나 화산섬으로 만들어졌다가 다시 땅이 내려앉은 지형이어서 그렇지 않아도 해발 수m 이내의 저지대가 태반이었는데, 해수면 상승 위기까지 겹쳐 대부분의 섬들이 수몰될 지경에까지 이른 것이다.

지구의 얼음은 거의 대부분 남북극과 그린란드, 캐나다 북부. 시베리아 북부, 스칸디나비아반도 북부 및 히말라야산맥 안데스산맥 등 고산지대에 몰려 있는데, 땅 위의 얼음이 녹아내리면 결국 바다로 흘러가는 것이 필연이어서 해수면 위 수m 이내의 남태평양 섬들은 그야말로 거센 파도 몰아치는 망망대해(茫茫大海)의 일엽편주(一葉片舟) 같은 처량한 신세에 처해졌다.

 

남태평양의 섬나라들이 수몰 위기에 처할 상황에 이르면 뭄바이, 자카르타, 광저우, 방콕, 홍콩, 호치민, 뉴욕, 뉴올리언스, 도쿄, 베네치아, 암스테르담 등 각 대륙의 저지대 대도시 역시 수몰 위기를 피할 수는 없다. 그러나 대륙의 연안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더 높은 내륙으로 피난 갈 길이 있는데 비해 탐태평양의 섬나라 사람들은 마땅히 후퇴할 땅이 없다는 것이 더욱 절박한 상황이다.

▲ 미국 하와이제도와 호주대륙 및 뉴질랜드 북섬의 한 가운데에 있는 남태평야 섬나라 투발루는 9개의 산호섬으로 이루어진 국가로 전 세계에서 4번째로 작은 나라이다. 그나마도 국토의 제일 높은 곳이 해발 4.5m 정도이고, 나머지 대부분은 해수면보다 고작 1m 가량 높을 뿐이다. 사진은 국토 9개 섬 가운데 수도인 푸나푸티 섬. 투발루 인구 1만2천여 명 가운데 6천여 명이 여기에 몰려 있다. 섬 한가운데는 산호초와 모래가 바다를 막아 생긴 작은 호수인 석호(潟湖)이다.    

 18세기 후반부터 시작된 산업혁명 이래 지구의 평균온도는 250여 년 동안 1.5도 상승하여 이미 심각한 지구온난화상황에 들어가 기후변화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데,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혁명 이전보다 2도 이상 올라가게 되면 인류의 통제 범위를 벗어나는 티핑포인트’(Tipping Point)에 내몰린다는 게 전문가들의 정설로 굳어져 있다.

 

실제로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회의온실가스 배출의 결정적 책임이 있는 선진국들이 당장 기후 위기에 대응하지 않으면 머지않아 10억 명 이상의 기후난민이 발생할 것이라고 이미 경고한 바 있다. 세계 인구 80억 명 가운데 8분지 1 이상의 사람들이 정든 땅을 떠나 더 높은 땅을 찾아가야만 한다는 얘기다. 그런데 남태평양의 섬나라 사람들은 찾아가야 할 더 높은 땅이 없어 자칫하면 비극적 상황에 그대로 맞딱뜨릴 수 밖에 없는 형국이다.

 

호주 대륙의 북동쪽, 파푸아뉴기니의 동쪽에 위치한 900여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솔로몬제도는 대부분의 섬에서 툭하면 바닷물이 집 앞마당과 마을길까지 차고 올라와 수중 생활이 거의 일상화되다시피 했다. 16세기 후반 스페인 정복자들이 이 섬들에 첫발을 디딘 이래, 스페인과 영국의 식민지를 거쳐 2차대전 후 독립했으나 지금은 미국을 등에 업은 호주와 남태평양 패권을 노리는 중국이 첨예하고 대립하고 있어 인구 74만명의 작은 나라이지만 어느덧 세계 양강의 대결장으로 등장했다.

 

이같은 상황 속에서 지난해 소가바레 총리는 기후변화의 결과로 태평양 섬나라들이 점차 물에 잠기어가는 동안 남태평양의 패권과 이권을 노리는 강대국들은 도대체 뭘 했느냐. 남태평양을 패권다툼 뒷마당정도로 알고 있느냐고 일갈하기도 했다.

▲ 900여개 섬으로 이루어진 솔로몬제도의 수도가 있는 과달카날섬에서 한 소녀가 동네 교회 앞마당까지 차오른 바닷물 속에서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고 있다. 과달카날섬은 제2차 세계대전 태평양전쟁에서 1942년 미국 영국 호주 등 연합군이 일본군에게 첫 숭리를 거둔 ‘과달카날 전투’로 유명하다. <호주 Oxfam 제공>    

 

  국토를 이루고 있는 33개의 섬 대부분이 지구 동반구와 서반구를 가르는 동경 180날짜변경선주변에 위치해 있어 세상에서 해가 가장 먼저 뜨는 나라로 유명한 키리바시에서는 음력 보름과 그믐 무렵 달의 영향력이 최고로 커지는 킹 타이드(King Tide : 대조. 大潮) 때에는 거의 어김없이 바닷물이 거세게 밀려들어 마을을 할퀴고 지나간다. 이 때문에 키리바시 정부는 수도가 있는 타라와 섬 저지대를 메꾸어 해발고도를 2~5m 높이겠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서구 열강과 중국 인도 일본 등 인구대국들이 지구를 상대로 일으킨 세계기후대전의 최전선 중 하나로 남태평양 섬나라들이 있다. 해발 고도가 대부분 1~3m에 불과한 이들 섬나라들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에 책임이 거의 없다. 그런데도 남태평양 섬나라 사람들은 이제껏 살던 땅을 떠나 앞으로 살아가야 할 땅을 찾아야할 절체절명의 위기에 내몰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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