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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장 비닐 먹고 죽어가는 스리랑카 코끼리들:내외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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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장 비닐 먹고 죽어가는 스리랑카 코끼리들

KBS <환경스페셜> 신년 특집 <플라스틱 코끼리>의 처절하고 충격적인 장면들 
인근 숲속에서 쉬다가 쓰레기차 도착하면 한 가족이 줄지어 내려와 먹이 활동
쓰레기 분리수거가 없고 매립장도 그대로 노출되어 있어 코끼리 ‘급식소’ 역할

김시월 대기자 | 기사입력 2023/01/20 [12:08]

쓰레기장 비닐 먹고 죽어가는 스리랑카 코끼리들

KBS <환경스페셜> 신년 특집 <플라스틱 코끼리>의 처절하고 충격적인 장면들 
인근 숲속에서 쉬다가 쓰레기차 도착하면 한 가족이 줄지어 내려와 먹이 활동
쓰레기 분리수거가 없고 매립장도 그대로 노출되어 있어 코끼리 ‘급식소’ 역할

김시월 대기자 | 입력 : 2023/01/20 [12:08]

쓰레기차가 멀리서 보이기 시작하면, 숲 언저리에서 쓰레기차가 어서 오기를 기다리고 있던 코끼리 일가족이 쓰레기차가 멈춰 선 곳으로 일제히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후각이 워낙 발달해 먼 곳에서부터 오고 있는 쓰레기차의 음식 냄새를 귀신같이 알아채고, 뛰어난 청각으로 자동차 엔진 소리를 정확히 식별하여 쓰레기 트럭을 기쁘게 마중 나가는 것이다.

 

그리고는 트럭이 쏟아낸 쓰레기 더미로 일제히 몰려들어 그 긴 코로 쓰레기 더미를 헤집기 시작한다. 사람들이 먹다 버린 음식물이던지, 음식물이 아닌데도 음식물이 묻어 있어 음식물 같기도 하고 음식물처럼 부드러워 삼키기에 좋은 비닐류를 코로 집어 입속으로 가져간다. 비닐봉지에는 음식물 쓰레기가 가득 들어있거나, 봉지가 아닌 비닐에도 음식물이 잔뜩 묻어 있어 마치 음식물인 것처럼 착각하고 뱃속으로 집어넣는 것이다.

▲ 쓰레기차가 한가득 실은 쓰레기를 쏟아붓고 떠나자 숲 언저리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줄지어 새 쓰레기 더미로 몰려든 코끼리 가족. 코끼리는 습성상 가족 단위로 활동하는데, 이때는 그야말로 코끼리 가족의 성대한 식사 시간이다.    

 KBS가 지난 1999년부터 2013년까지 14년 동안 주간 단위로 연속 방영해 호평을 받았던 지구환경 전문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환경스페셜>의 후속 프로그램 <환경스페셜 2>가 지난해 12월 초부터 10부작으로 방영되기 시작했다. 이 가운데 하나로 KBS는 지난 14(토요일) ‘불교의 나라스리랑카에서 불교의 상징코끼리가 쓰레기 매립장에서 비닐 등 플라스틱 쓰레기를 먹고 뱃속이 막혀 죽어가는 과정을 상세히 보도했다.

 

이 프로그램은 행정, 기술, 환경 등 여러 면에서 체계적으로 관리되지 못하고 있는 스리랑카 쓰레기 매립장의 일반적 여건 및 사람과 코끼리가 한데 엉켜 살아가고 있는 불교 국가 스리랑카의 특별한 환경, 그리고 사람이 버린 쓰레기 중에서 음식물과 비닐류가 뒤섞여 코끼리 입속으로 들어가는 과정, 뱃속의 비닐류를 배설하지 못해 죽어가는 코끼리의 처절한 최후 등을 그야말로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20세기 초 석유화학제품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이전까지는 지구상에 그 존재조차 없었던 플라스틱은 제2차세계대전 무렵부터 인류의 생활과 밀접하게 연결되기 시작해 이제 인류는 플라스틱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세상이 되었다. 불과 100년 남짓 만에 지구의 육지는 물론 바다까지 온통 플라스틱 쓰레기가 넘쳐나는 세상이다.

 

플라스틱은 열이나 압력으로 소성을 변형시켜 성형할 수 있는 고분자 화합물을 통틀어 이르는 말로 천연수지와 합성수지가 있는데 보통 합성수지를 이른다. 19세기 중엽부터 세계 곳곳에서 석유가 발견되면서 석유화학의 발전과 함께 다양한 고분자 화합물로 개발되어 온 플라스틱은

편리한 가공성, 낮은 가격, 내수성, 내산화성 등의 특성을 가지어서 금속, 석재, 나무, 가죽, 유리 등의 고전적 물질 재료를 빠르게 대체하고 있는 게 지금의 지구 현실이다. 이에 따라 지구는 이제 플라스틱 플래닛’(Plastic Planet. 플라스틱 행성)이라는 자조적인 말까지 등장하였다

▲ 쓰레기를 쏟아붓고 있는 덤프트럭 옆에서 코로 쓰레기 더미를 뒤지고 있는 코끼리 가족. 음식물과 일반 쓰레기가 분리 수거되지 않고 한꺼번에 모아 버려지는 바람에 음식물이 비닐에 담겨 있거나, 다른 용도의 비닐에도 음식물이 묻어 있는 까닭에 코끼리들은 어쩔 수 없이 비닐류를 음식처럼 먹는 경우가 허다하다. 배에 가득 찬 비닐이 제대로 배설되지 못하면 코끼리는 결국 죽을 수밖에 없다.    

 그러면 이 시점에서 왜 유독 스리랑카 코끼리와 플라스틱의 문제가 지구환경 파괴의 한 단면으로 첨예하게 등장하고 있는 것일까? 코끼리는 아시아와 아프리카 대륙 여기저기에 널리 퍼져 살아가고 있는데 왜 특별나게 스리랑카 코끼리는 사람들이 버린 플라스틱 쓰레기를 먹고 죽어가는 것일까?

 

여기에는 스리랑카의 독특한 환경이 도사리고 있다. 우선 코끼리는 오늘날 사하라사막 이남의 아프리카 대륙과 인도, 운남성 등 중국 서남부, 인도차이나반도의 태국 미얀마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대륙 여기저기에 널리 퍼져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인도 아대륙(亞大陸) 남부의 인도양에 홀로 떨어져 있는 섬나라 스리랑카에는 1만 수천 년 전 마지막 빙하기 이후 해수면이 상승하기 이전까지는 인도 아대륙과 붙어 있었다. 지금도 가까운 곳은 인도와 60가량의 거리 밖에 안된다. 두 곳의 땅이 붙어 있던 시절 스리랑카에 남아 있던 코끼리가 해수면 상승 이후 섬나라에 고립되어 독특한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스리랑카의 국토 면적은 65,000로 우리나라 남한 면적의 3분지 2밖에 안 되는데, 이 작은 나라에 무려 6,000 마리 이상의 코끼리가 번성하고 있다. 지구상에서 코끼리 서식 밀도가 가장 높은 곳이다.

 

이런 데는 스리랑카와 불교와 코끼리의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 스리랑카는 국민 70% 이상이 불교를 믿는 불교 국가이고, 불교를 창시한 석가모니가 전생 언젠가에 코끼리였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코끼리는 석가모니의 화신(化神)으로 숭배된다. 따라서 코끼리를 사람 맘대로 함부로 할 수 없다. 그래서 좁은 땅에서 사람과 코끼리가 한데 어울려 공존해왔다.

▲ 쓰레기장 옆 빈터에 쓰러져 숨을 헐떡거리는 코끼리를 수의사들이 달려들어 살려보려 애썼으나 결국 쓰러진 지 사흘 만에 숨을 거둔 코끼리. 죽음의 원인을 밝히고자 부검한 결과 비닐 뭉텅이들이 놀라울 만치 많이 쏟아져 나왔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사람과 코끼리 사이에 긴장 국면이 점점 커지고, 이따금씩 서로 죽이는 비극적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사람들로 인해 점차 숲속 서식지가 줄어든 코끼리는 먹을 것을 찾아 사람들의 농경지를 휘젓고 다녔다. 이에 사람들은 코끼리가 자주 출몰하는 농경지에는 전깃줄 울타리를 치어 코끼리가 감전사하는 일도 빈발했다. 사람 때문에 성난 코끼리들은 사람을 코로 쳐 죽이고 발로 밟아 죽이기도 했다.

그러다가 좁은 나라에 사람이 부쩍 늘어나면서 배출되는 쓰레기의 양도 많아졌고, 그에 따라 음식물 쓰레기의 양도 점점 늘어갔다. 그 결과 냄새 맡는 실력이 뛰어난 코끼리들이 사람 음식을 찾아 숲속을 벗어나 사람들의 쓰레기 매립장으로 몰려들기 시작한 것이다.

 

이처럼 사람들의 쓰레기 매립장이 코끼리들의 접근에 그대로 방치되면서 코끼리의 비극이 간간히 발생하고 있다. 우선 스리랑카에서는 쓰레기 분리수거가 이루어지지 않아 모든 쓰레기가 한데 모아져 정해진 매립장에 버려진다. 그러나 도시 주변마다 매립장이 소규모로 운영되다 보니, 코끼리의 접근을 막을 울타리도 없고 그때그때 흙으로 덮어 쓰레기를 감추는 체계적 운영방식도 없다. 게다가 코끼리를 쫓아내는 경비원도 없다. 가끔씩 찾아오는 쓰레기 트럭이 가고 나면 쓰레기장은 온전히 코끼리들의 급식소로 변하고 만다.

▲ 사흘 밤낮의 처절한 고통 끝에 숨진 코끼리의 배를 사람들이 갈라 위와 장을 들여다보자 소화되지 않은 음식물과 뒤엉킨 비닐 덩어리들이 가득 차 있었다. 덩어리진 비닐을 배설하지 못해 코끼리는 결국 위와 장이 막혀 배가 터져 죽은 것이다.    

 코끼리는 엄청난 대식가(大食家). 다 컸을 때 몸의 높이 평균 2.7m, 길이 5~7m, 몸무게 3~6t이나 되는 스리랑카 코끼리는 하루 평균 120~160의 먹이를 필요로 한다. 그런데 좁은 나라에 코끼리 서식 밀도는 세계 최고여서 코끼리는 먹을 것을 찾아 숲을 벗어나 도시 주변으로 몰려들게 됐다.

 

자연환경이 아름다워 인도양의 진주라고 불리기도 하고, 땅 모양새가 눈물방울처럼 생긴데다 종족 분쟁이 얼룩져 인도대륙의 눈물이라고도 불리는 스리랑카에서 식구를 잃은 코끼리 가족들의 눈물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고나 해야 할 듯하다.

 

사람들로부터 석가모니의 화신(化身)으로 추앙받으며 유유자적(悠悠自適)하게 살아왔던 스리랑카 코끼리는 인구팽창과 문명발달의 결과 점차 비극적 환경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스리랑카 땅은 코끼리의 눈물로 얼룩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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