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마차를 찾아서2
2024-02-07 강민숙
포장마차를 찾아서2
이영숙
자정이 넘었는지 글쎄
나는 사금이라 거니
하나님 죄송해요라 거니
하기 힘든 말들 다시 꿀꺽 삼키고
식도에 불 밝혀 들고 뛰노는 맥박을 밟고 내려가
탯줄로 칭칭 감은
복숭아 속살 같은 당신 속에
틀어 앉는 애벌레죠 나는
몽촌토성으로 잠실고수부지로
내버려두면 절로 도는 발걸음 암혈을 파고
남으로 뻗은 불륜 한 가지
누가 뚝 분질러
밭이랑에 던지길 기다렸죠
기다렸어요 선암사 뒷간에 앉았거나
오동도 동백 그늘을 거닐거나
김 서린 안경알이 말개질 때까지
적막강산이었죠
울음이 제풀에 솟구쳐
마른 지팡이에 댓잎 돋듯
저것 좀 봐, 꺾인 생나무 가지에서 팔방으로
떼까마귀 날아올랐죠
이영숙 시인
이영숙시인은 강원도 철원 출생. 1991년 《문학예술》에 시로, 2017년 《시와세계》에 평론으로 등단했다. 중앙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과 박사과정 졸업. 시집으로 『詩와 호박씨』 『히스테리 미스터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