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치지 못한 편지

2023-06-17     강민숙

부치지 못한 편지

서홍관

 

골육종에 걸릴 확률은 십만분의 일인데

복권에는 그렇게 당첨이 안 되더니

어떻게 이런 희귀질환에 걸렸는지 모르겠다고

너스레를 떨던 너.

 

항암제 아드리아마이신이 마치

어느 오페라 여주인공 이름 같지 않느냐고

짐짓 딴전을 피우기도 하고

빨간색 병에 담긴 게 여간 예쁘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지만

 

항암제 주사 부작용 때문에

빨간색만 봐도 구역질이 나서

사실은 토마토주스도 못 마신다고 고백했다.

 

문학소년이던 너는

투병문학상에 당선되어

심사위원장인 박완서 선생님을 만나 뵙고

뛸 듯이 기뻐하며 책에 사인까지 받았는데

 

몇달 뒤

상인이가 세상 떠났다고 통곡하는

엄마의 편지가 왔고

나는 편지 첫줄부터 막혀 답장을 보내지 못했다.

 

 

 



서홍관 시인/ 국립암센터 원장. 전북 완주 출생.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1985년 창작과 비평사로 등단. 저서. 어여쁜 꽃씨 하나》 《지금은 깊은 밤인가》 《이세상에 의사로 태어나》 《전염병을 물리친 뽜스뙤르》 《어머니의알통》 《아버지 새가 되시던 날》 《우산이 없어도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