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혜숙 시인, 첫 시집 '궤적, 그 해 그 겨울' 펴내

2023-04-14     조기홍
 



[내외신문] 조기홍 기자 = 시인이며 시낭송가로 수차례 대상을 수상하였으며 시극, 낭독극, 낭송심사, 개인지도로 바쁜 중에도 열정으로 첫시집을 낸 한혜숙 시인. 4월 23일 4시 대학로 이음센터에서 지인들과 조용히 출간기념식을 갖는다.

 



■ 궤적의 한 자락

 

시와 접한 지 20여 년이 흘렀다. 2017년 등단하고 열정이 넘쳐 써둔 시와 남편이 떠난 이후 울분으로 써 내려간 몇 편의 시들을 이제야 하나하나 퇴고하고 다림질하고 있다. 그러고 보니 나의 시에는 서정적인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건강한 시 또한 찾아보기 힘들다. 시를 지배했던 키워드는 생의 본질과 나의 유약한 본성, 진실과 맞선 인간의 고뇌, 본능, 아픔의 흑백사진이다. 나의 인생의 궤적이라고 볼 수 있는 시의 흐름을, 1 부 「그해 그 겨울」은 황망히 남편을 떠나보내야만 했던 몸부림을 ‘분노’, ‘그리움’, ‘인정’, ‘의지’로 전이되는 비애를 담았으며, 2부 「절구통을 잃어버린 절구」에서는 평생 숨죽여 살아오신 어머니에 대한 가슴 저린 슬픈 사유를 담은 ‘기억의 시간’, 가정을 돌보지 않은 아버지에 대한 원망을 담은 ‘염증의 시간’으로 얼룩진 마음을 표현했다. 3부 「테두리」는 시인이라는 인생의 궤적을 이어주는 가족의 이야기와 영감의 원천인 커피, 산, 예술 등 내재된 감성의 테두리, 획일화된 세상의 프레임을 벗어나고자 하는 욕망의 시적 진술이다. 4부 「불청객」에서는 내 삶을 침범한 사고와 병으로 붕괴된 육신과 영혼의 아픔을 불청객으로 형상화했다. 5부 「시인의 세레나데」는 시를 쓰며 시어와 씨름 하고, 고뇌하는 나의 모습이 투영되어 있다. 할머니를 닮은 것일까? 하나뿐인 손자가 9살 때 쓴 시적 통찰력이 느껴지는 동시 세 편도 실었다. 6부 「나 그리고 타인」에서는 사랑의 기억, 존재의 이유 그리고 타인의 모습을 내게 투영하며 존재의 궁극을 탐구하는 과정이 그려져 있다.

 

나의 인생 궤적을 송두리째 담았기에 자칫 방대한 주제로 난삽해질 수 있는 프레임을 탈피할 수 있었 던 건 자칭 ‘송단 시인의 1호 팬’인 딸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내 시의 발원부터 철학적 사유를 거시적인 관점에서 도출하고 다층적이고 흩어져있던 시들을 주제 영역과 각 장으로, 구조적으로 형상화하여 더욱 더 빛날 수 있도록 생기를 불어넣어 준 딸과 깊은 창의력으로 작품의 가치를 높여 표지 디자인을 해준 아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표하고 싶다. 남편이 잠든 현충탑을 다녀오는 길, 솔 향기 그윽한 양양 ‘카페 로그’에서

 

송단 한혜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