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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봄 그리고 꽃샘바람 / 김선욱 시인:내외신문

초봄 그리고 꽃샘바람 / 김선욱 시인

2015-03-12     조기홍


초봄 그리고 꽃샘바람 / 김선욱 시인

바람에게 덜미 잡혀
옴짝도 못한 채 논두렁 밑에 잔뜩 웅크렸던 햇살
졸졸졸 유혹하는 도랑물 소리에 바람이 먼눈파는 새...
천지사방으로 내려앉으며
온땅에 온기 한껏 불어 넣는다

큰개불알꽃
이제야 내 세상이다, 며
굳게 닫아뒀던 몽우리 활짝 펼치고
후생은 하늘정원에서 피어나리라, 꿈도 꾸고
잠시 헛눈팔아 억하심정이 된 바람
먼 강 살얼음 깨지는 소리로 치달려오고
웅덩이에 넙죽 엎드렸던 고요도
슬몃슬몃 도망가고

애먼 꽃이 된
큰개불알꽃
바람의 포살로 찰카닥
모가지 끊어지며 바닥에 나뒹군다

우리네 인생사도
가끔은 이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