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 최미란 시인

2014-07-29     조기홍


비 / 최미란

 

비가 내린다

음산한 잿빛 군단에 짓눌려 ...
흐릿한 허공을 헤맨 구름은
신음 소리 더 높이다


언제부터였을까?
풀석 풀석 각질 같은
대지의 목마름
움츠려진 피돌기에 숨을 불어
화해를 시도하고 끝내 찾아 안긴 지가

잊고 있었던 젊은 날의 푸르름이
더러는 아린 상처 위를 덧칠하고
땅 위로 터져 오르는 여린 잎사귀
벙글거림이 그리워
내리고 싶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어둠이 걸린 눈꺼풀의 피로함을
채 잊기도 전 헝클어진 바람결에
묻어 창백한 창을 두드리고
오래도록 찾았노라 말하지 않았다

단지
창살에 그리움 하나 메어 두고
함소(含笑) 지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