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광활한 우주 2화] 소행성 충돌 지구방어 실험 첫 성공
-지구에서 1100만㎞ 밖 160m 소행성에 지구 위성이 정확하게 충돌
-소행성 파괴가 아닌 궤도변경으로 충돌을 막아보자는 우주 작전 첫 실험
- 크고 작은 소행성과의 충돌은 결코 피할 수 없는 지구의 운명
[내외신문/김시월 대기자] 가까운 미래에, 또는 아주 멀고 먼 훗날 언젠가 지구와 충돌하여 지구를 파멸로 이끌지도 모를 우주 천체인 소행성으로부터 지구를 방어하기 위한 인류의 첫 실험이 정확한 성공을 거두었다. 이로써 인류의 소행성 충돌 대비 지구방어 전략이 연구실과 실험실을 떠나 현실적 단계에 접어들 전망이다.
이 실험의 주역인 NASA(미국항공우주국) 핵심 관계자는 “우리가 이겼다.”라는 짧은 말로 감격을 토로했고, 주요 외신들도 “역사적 순간”이라거나 “인류의 우주 과학은 이제 막 시작되고 있다”는 표현 등으로 깊은 의미를 부여했다.
NASA가 지난해 11월 쏘아 올린 다트(DART) 우주선이 10개월의 항해 끝에 9월 27일 오전 8시 14분(한국시간) 지구에서 1100만㎞ 떨어진 우주에서 소행성 ‘다이모르포스’(Dimorphos)에 정확히 충돌했다고 NASA가 공식 발표했다. 이때 다이모르포스는 지구와 달의 거리 38만㎞보다 약 30배 먼 우주에 자리 잡고 있었다.
이 다트 우주선은 언젠가 지구를 향해 다가올 소행성의 궤도를 변경시켜 지구와의 충돌을 예방할 것을 목적으로 하는 우주훈련계획에 따라 발사된 것으로서 이날 다이모르포스 소행성의 목표점에 거의 일치하게 충돌했다.
인류가 소행성 충돌로부터 지구를 방어하기 위한 전략을 세워 실제 소행성을 대상으로 실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그 첫 시도에 성공함으로써 지구방어 전략이 연구실과 실험실을 떠나 우주 현장에서 현실화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이날 지구에서 발사된 우주선에 충돌 당한 다이모르포스는 지름 약 160m에 무게 500만 톤의 보통 규모 소행성으로서 자신보다 지름이 5배나 더 큰 디디모스(지름 780m)와 짝을 이루는 ‘쌍둥이 소행성’이다. 다이모르포스가 디디모스를 축으로 하여 11시시간 55분 주기로 공전하면서, 둘이 함께 태양을 770일 주기로 공전한다.
지구를 떠난 10개월 동안 1100만㎞의 우주 공간을 비행하여 지름 160m에 불과한 우주 물체의 목표 과녁에 정확히 충돌한 다트 우주선은 가로와 세로 길이가 각각 1.8m와 1.9m에 무게 620㎏의 아주 작은 물체로서 시속 2만2천㎞(초속 6.1㎞)의 엄청난 속도로 날아가 목표에 명중했다. NASA는 이날 충돌 과정을 인터넷 동영상으로 생중계했는데 다트가 소행성에 가깝게 다가갈수록 럭비공 같은 형체가 점점 선명하여지더니, 어느새 바윗돌 같은 것들의 모습까지 또렷하게 잡히다가 어느 순간 화면이 캄캄해지면서 결국 충돌해 성공하였음을 그대로 입증하였다.
NASA는 이번 충돌의 목표는 소행성의 ‘폭파’가 아니라 ‘궤도 변경’이라고 밝혔다. ‘동생’ 다이모르포스의 궤도를 ‘형님’ 디디모스 쪽으로 좀더 가깝게 밀어 넣어 둘 사이의 공전 궤도를 수정하면서, 결국은 두 소행성의 태양 공전 궤도까지 변경시켜 지구와의 충돌 가능성을 없앤다는 작전이다.
이번 충돌로 인한 궤도 변경 결과는 앞으로 수 주 동안 면밀한 관측을 거쳐 나오게 된다. 충돌 열흘 전 다트 우주선에서 분리된 관측 장비 ‘리차 큐브’(LICIA Cube)와 우주 공간에 떠있는 허블 및 제임스웹 우주망원경, 그리고 지구에서의 관측 장비 등에 의해 종합적으로 관측된다.
한편 지구와 소행성의 충돌을 피하기 위한 전략으로는 소행성 자체를 파괴하는 방법과 소행성의 궤도를 변경시키는 방법 등이 있다. 파괴의 방법으로는 핵폭탄을 터뜨리는 수단이 연구되었으나,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 상당수 소행성이 빠른 속도로 자전하거나 공전하므로 핵폭탄 설치 자체가 어렵고, 현재 국제적으로 우주에서의 포괄적 핵실험이 금지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번의 충돌 실험처럼, 소행성의 궤도 변경 방법이 더 현실적이다.
소행성은 약 46억 년 전 태양계가 수성 금성 지구 화성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 등의 행성을 형성할 때 쓰고 남은 암석 부스러기가 뭉쳐 있는 것으로서 그 크기나 모양, 성분 등이 제각각이다. 대부분은 화성과 목성 사이의 소행성대(帶)에 몰려 있으면서 태양 궤도를 돌지만, 중력작용으로 서로 충돌해 지구 금성 수성 등 내행성 쪽으로 밀려들기도 하고 다시 목성 등 외행성 쪽으로 밀려나기도 한다. 그래서 지구에서 ‘소행성 충돌’의 위험이 발생하는 것이다.
우주과학자들은 지구에 5천만㎞ 이내로 접근하는 지구근접천체와 와 지구 공전 궤도와 교차하는 궤도를 가진 소행성들의 위험성을 주목하고 있다. 지구근접천체 가운데 충돌했을 때 도시 하나를 초토화할 수 있는 크기로서 지름 140m 이상의 소행성은 2만5천여 개나 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현재 확인된 것은 1만여 개에 이른다.
약 100년에 한 지구와 충돌할 수 있는 지름 25m 이상 소행성은 약 500만 개, 지름 4m 이상 소행성은 약 5억 개에 이르는 것으로 짐작된다. 이처럼 많은 소행성이 우주에서 지구 근처에 얼씬거리고 있지만, 규모가 작은 소행성들은 지구에 무섭게 달려들더라도 대기권에 진입하면서 타버리기 때문에 별걱정이 없다. 다만 지름이 클수록 그만큼 위협적이므로, 이번과 같은 ‘지구방어훈련’이 필요한 것이다.
지구근접소행성의 지구 충돌 위험은 늘 도사리고 있는 게 자명한 현실이다. 지난 2019년 7월에는 지름 50~130m로 추정되는 ‘2019 OK’ 소행성이 지구에서 7만3천㎞ 떨어진 곳을 스치듯 통과했는데, 달과 지구의 거리가 38만㎞이니 얼마나 가까이 왔었는지 알 수 있다.
실제로 2013년 2월 러시아 시베리아 지역 젤라빈스크 상공에서 대기권에 진입하며 폭발해 1500여 명의 부상자를 낸 소행성은 지름이 20m에 불과했는데도, 이렇게 큰 피해를 줬다. 1908년 지름 50m 크기의 소행성이 시베리아에 떨어졌을 때 서울 면적의 3배가 넘는 2000여㎢의 삼림이 초토화되었고, 수천㎞ 밖 영국 런던에서도 폭발음이 들릴 정도였다. 다행히 사람이 없는 지역이어서 인명피해는 없었다.
인류의 역사가 기록된 것이 불과 수천 년이니, 그 이전에 소행성 충돌이 얼마나 자주 있었는지, 얼마나 심각했는지는 제대로 알 수가 없다. 그러나 6600만 년 전 멕시코 동쪽 유카탄반도 카리브해 연안에 충돌한 지름 10㎞의 소행성은 공룡을 멸종시켰고, 당시 생물 종의 70%를 멸종시켰다. 전 지구를 덮은 화염과 열기와 태양광 차단의 결과였다.
그러나 매우 역설적으로 이 엄청난 비극은 인류의 출현이라는 희극으로 반전되었다. 인류의 먼 조상은 불과 수백만 년 전에 지구에 출현하였는데, 6600만 년 전에 공룡이 멸종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인류문명은 과연 가능했었던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