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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진단] 행정입법의 월권 현상을 원천봉쇄하라

이호연 논설위원 | 기사입력 2021/09/08 [16:32]

[대선진단] 행정입법의 월권 현상을 원천봉쇄하라

이호연 논설위원 | 입력 : 2021/09/08 [16:32]

 

PC방에서 고객에게 컵라면에 뜨거운 물을 부어주었다가 적발됐을 경우, 식품위생법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에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고 

 

PC방 업주가 사람을 죽인 중죄를 저지른 것도 아닌데, 이렇게 엄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면 관련 법령이 너무 가혹하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2011년 식품위생법이 개정되기 전까지 전국의 수많은 PC방 업주들은 이른바 식파라치들의 신고로 처벌을 받았던 것이 사실이다.

 

처벌을 받았던 법적 근거는 무엇일까 

 

식품위생법 제37조에 규정된 불법 조리행위를 위반했기 때문이다. 식품위생법상 식품위생법 시행령 218항에 따라 휴게음식점으로 등록되어 있어야 조리를 해 판매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2011년 식품위생법이 개정된 이후 이런 행위는 불법이 아니다.

 

그런데, 당시 식품위생법 및 식품위생법시행령에 어디에도 컵라면에 뜨거운 물을 부어주는 행위조리행위에 포함된다는 명문 규정은 없었고, 담당 공무원들의 유권해석이 전부였다.

 

2007년 식약청이 음식물 안정성을 강화한다는 이유로 신고포상금제도를 도입하자, ‘식파라치에 의한 신고 건수가 급증했다. 본디 이 제도는 음식물 원산지 의무를 지키지 않은 사업장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기 위해 시행되었는데, 무허가 판매, 불량식품, 이물질 등 신고포상금에 대한 항목이 추가되면서 PC방의 무허가 음식 판매 신고가 급증했었다.

 

전국의 수많은 PC방 업주들의 불만은 하늘을 찔렀다. 가혹한 처벌을 피하려고 PC방 업주들은 알바생 교육을 철저하게 해야 했고, 아예 매출 감소를 무릅쓰고 컵라면 판매를 중단하기까지도 했다. 연일 불안과 초조로 밤잠을 제대로 이룰 수도 없었다.

 

2011년 당시 PC방 업주들의 아우성을 듣고, 법률개정안을 발의해 문제를 해결해 준 국회의원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드려야 옳을까  왜 한 발 더 나가 무수하게 널려있는 유사 케이스를 조사해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생각을 하지 못했는지 의구심이 든다.

 

민초들에게 국회에서 만든 법은 무서운 공포의 대상이다. 더 무서운 것은 행정입법이다. 이보다 더 무서운 것이 일선 공무원의 유권해석이다.

 

오래전부터 행정입법이 국회에서 만든 법을 무력화시키는 이른바 행정입법사안이 너무 많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데, 행정입법의 월권(남용) 현상을 근절할 대안은 없는 것인지 살펴보자.

 

행정입법의 남용으로 추정되는 법령

지난해 930일 국회입법조사처가 발표한 행정입법에 관한 국회 통제 방안보고서에 따르면, 역대 정부에서 공포한 법률, 대통령령, 총리령· 부령의 건수는 다음과 같다.

 

 

수시로 민생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법령들이 너무 많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먹고 살기 힘든 민초들이 이렇게 많은 행정입법을 포함한 법령 개정 내용을 모두 소상하게 인지한다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앞에 예로 제시한 피씨방 조리행위 규제 등과 관련된 유권해석까지 정확하게 숙지한다는 것은 한층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 입법조사처의 행정입법 분석 평가 사례자료에 따르면, 2010~2019년 동안 개선의견을 받았던 행정입법의 연평균 건수는 다음과 같다.

 

 

 

개선의견을 받았다는 것은 행정입법이 국회가 만든 법을 무력화시킨 행정입법의 남용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뜻한다.

 

행정입법의 월권 현상 때문에 상당수의 국민은 억울하게 피해를 감수해야만 했을 것이지만, 안타깝게도 현실적으로 우리나라에는 이런 문제를 사전에 방지할 어떤 제동 장치도 작동하고 있지 않다.

 

일반 국민이 잘못된 행정입법 때문에 손해를 입었을 경우, 행정소송이나 헌법 소원을 통해 해결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이 너무 참혹하기만 하다.

 

국회법에 규정된 행정입법의 월권 통제 장치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이른바 행정입법의 월권현상을 통제하기 위해, 우리 국회법에는 여러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다.

 

국회는 지난해 228일 국회법을 개정해 행정입법 통제 절차를 한층 더 보강했다.

 

개정된 국회법과 국회의 행정입법의 분석·평가 업무 처리에 관한 규정에 규정된 행정입법의 처리 절차는 다음과 같다.

 

정부가 행정입법을 제정ㆍ개정 또는 폐지했을 경우, 10일 이내에 이를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제출하여야 한다. 해당 기간 내에 제출하지 못한 경우에는 그 이유를 소관 상임위원회에 통지하여야 한다.

- 수석전문위원은 행정입법의 분석·평가를 국회 법제실장에게 의뢰

 

상임위원회는 위원회 또는 상설소위원회를 정기적으로 개회하여 정부가 행정입법의 법률 위반 여부 등을 검토하여야 한다.

 

상임위원회는 검토 결과 행정입법이 법률의 취지 또는 내용에 합치되지 아니한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검토의 경과와 처리의견 등을 기재한 검토결과보고서를 의장에게 제출하여야 한다.

 

의장은 제출된 검토결과보고서를 본회의에 보고하고, 국회는 본회의 의결로 이를 처리하고 정부에 송부한다.

 

정부는 송부받은 검토결과에 대한 처리 여부를 검토하고 그 처리결과(송부받은 검토결과에 따르지 못하는 경우 그 사유를 포함한다)를 국회에 제출하여야 한다. 상임위원회는 검토 결과 부령이 법률의 취지 또는 내용에 합치되지 아니한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소관 중앙행정기관의 장에게 그 내용을 통보할 수 있다.

 

검토내용을 통보받은 정부는 통보받은 내용에 대한 처리계획과 그 결과를 지체없이 소관 상임위원회에 보고하여야 한다.

 

일견 행정입법의 월권현상을 통제하기 위한 국회법 규정이 촘촘한 것처럼 보인다.

 

행정입법 통제 장치의 오작동실태

(1) 행정부의 국회법 위반 의혹

얼마 전 국회는 자영업 손실보상법 개정 과정에서, 코로나19 사태 발생 이후 법 개정 시점까지의 과거 손실보상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논란이 뜨거웠다.

 

법 개정 이후 발생한 손실에 대해서는 개정법에 규정된 절차에 따라 정부가 보상하도록 규정했다. 하지만, 과거에 발생한 손실에 대해서는 현실적으로 자영업 손실 추계가 어렵다는 이유로, 정부가 지원할 수 있다는 내용이 부칙에 규정됐다.

 

소상공인업계에서는 정부가 자영업자가 누구를 지칭하는 것인지, 몇 명인지도 모르는 상황인데, 자영업의 과거 손실금액을 추계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정부가 소상공인 분야에 대해 단 한 차례도 전수조사 방식으로 조사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정부의 통계가 부실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현행 통계법 제6에 따르면, ‘경제총조사는 총조사(전수조사)를 실시하여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임의규정이 아닌 강행규정이다.

 

그런데, 지난해 1223일 기획재정부는 경제총조사 규칙을 변경해 경제총조사 조사방식을 전수조사 또는 표본조사로 할 수 있도록 변경했다.

 

국회가 통계법을 개정해 경제총조사를 전수조사 방식으로 하도록 강행규정으로 정한 것은 분명 마땅한 입법 취지가 있었을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변경된 법대로 행정처리를 하면 그만인 것이지, 국회의 입법권을 철저하게 무시할 권한은 없다. 하지만, 기획재정부는 시행규칙을 변경해 상위법을 깔아뭉개 버리는 이른바 행정입법의 월권을 감행했다. 간 큰 엿 장사 마음이 따로 없을 것이다.

 

통계법에 경제총조사는 2011년부터 매 5년 단위로 실시하도록 규정돼 있다. 올해 세 번째 경제총조사가 종료됐지만, 과거처럼 소상공인에 대한 경제총조사는 표본조사 방식으로 진행됐다. 기획재정부는 통계청의 불법행위에 대해 징계는 하지 못할망정 면죄부를 씌워주었다. 가재는 게 편이요, 그 나물에 그 밥이라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해 국회 법제실과 기재위, 그리고, 통계청, 기획재정부 경제분석과 등에 전화 취재를 시도했다. 예상했던 바처럼, 모두 전화를 받지 않거나 뺑뺑이 돌리기 작전에 휘둘렸다. 어렵사리 전화 통화가 성공되면, 알아보고 전화를 주겠다고 했지만 함흥차사였다.

 

오랜 통화 노력 끝에, 국회 법제실로부터 기재위로부터 해당 사안에 대한 분석·평가 의뢰를 받은 바가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사실 확인을 위해 기재부와의 추가 통화를 시도했지만, 리턴콜 약속 불이행으로 통화를 하지 못했다. 국회 기재위 담당자로부터는 정보공개요청을 하라는 무성의한 답변을 들었을 뿐이다.

 

어쨌든 기재부가 국회 기재위에 보고하지 않았거나, 국회 기재가 법제실에 의뢰하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 둘 중 어느 하나는 국회법을 위반한 것이다. 그런데, 한심한 점은 국회법에 법령 위반과 관련해 처벌규정이 없어 위법 행위자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것이다. 공무원들은 일반 국민과 달리 법 위반을 해도 처벌받지 않아도 되는 다른 세상 사람들이란 생각이 들었다.

 

얼마나 많은 행정입법 사안이 국회에 보고되지 않거나 행정입법 검토절차도 없이 시행되고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저 국민만 불쌍할 뿐이다.

 

(2) 국회사무처 위원회의 국회법 위반

국회 각 상임위원회 홈페이지를 검색해보면, 위원회별로 최종적으로 행정입법검토보고서가 작성된 연도는 다음과 같이 나타나 있다.

 

운영위원회

-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2011

기획재정위원회

2011

환경노동위원회

-

외교통일위원회

2011

여성가족위원회

2013

문화체육관광위원회

-

정무위원회

2011

보건복지위원회

2007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2011

정보위원회

-

행정안전위원회

-

법제사법위원회

-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2010

교육위원회

-

국토교통위원회

2010

국방위원회

2006

예산결산특별위원회

-

 

위원회 속기록을 찾아봐도 행정입법 검토보고서 관련 내용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국회사무처 소속 위원회가 스스로 국회법에 규정된 행정입법 검토 관련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명백한 직무유기에 해당할 것이다.

 

사실 확인을 위해 몇몇 상임위에 전화를 걸어 보았다. 어떤 직원은 행정입법이라는 법률용어의 개념조차 모르고 있었다. 어떤 위원회 직원은 바빠서 못 했다며 가볍게 웃음으로 흘려 넘겨버렸다. 기가 찰 노릇이었다.

 

민의의 전당이라 불리는 국회의 행정 실태가 이 정도밖에 되지 않는지 울화통이 치밀어 오른다. 국회의원들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부끄러워할 줄도 모르면서 입으로는 맨날 민생을 외쳐대지만, 실상은 맨날 패거리 싸움이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한 행동으로 일관하는 것이 측은해 보인다. 국회의원의 의정 활동 실태가 이렇게 수준 미달이니, 의원들의 의정활동을 보좌해야 할 국회사무처 직원들이 한술 더 뜨는 것은 아닌지 한숨만 나올 뿐이다.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방안

대한민국 헌법은 삼권분립의 원칙에 기반을 두고 있다. 삼권분립(三權分立, Separation of Powers)이란 국가의 권력을 입법·사법·행정의 삼권으로 나누어 서로 견제하게 함으로써, 권력의 남용을 막고, 국민의 권리와 자유를 보장하는 국가 조직의 원리를 뜻한다. 삼권분립이 제대로 유지되려면 입법부·사법부·행정부 간의 견제와 균형이 조화롭게 이루어져야 한다.

 

대한민국 법치국가이고, 국회는 대한민국 헌법 규정에 따라 국회에 입법권을 부여했다.

 

엄밀한 의미에서 국회가 입법권을 행사할 때, 행정 재량의 소지가 있는 사항과 관련해 행정기관의 해석 여지가 없을 정도로 행정기관의 행위 요건과 그 효과를 명확하게 규정하는 것이 이상적일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처음부터 모든 법령이 입법 후의 모든 경우를 예상해 빠짐없이 규정한다는 것은 입법 기술적으로 어려울 것이다.

 

포괄위임 금지의 원칙이란 법률이 위임하는 사항과 범위를 구체적으로 한정하지 않고, 특정 행정기관에 입법권을 일반적·포괄적으로 위임하는 것은 금지된다는 원칙을 뜻한다. 구체적으로 법률에 하위법령(대통령령 · 총리령 · 부령 · 훈령 · 예규 · 고시· 규칙)으로 규정될 내용·범위의 기본적인 사항들을 가능하면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규정해, 누구라도 그 법률로부터 하위법령에 규정될 내용의 대강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한민국 헌법 제75조와 제95조 규정에 따라, 대통령·국무총리·장관에게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 및 법률 집행과 관련해 필요한 사항에 대한 행정입법 권한을 부여받았다.

 

하지만, 행정부의 행정입법 권한이 국회의 입법권을 훼손시켜서는 곤란할 것이다. 왜냐하면, 삼권분립 정신을 훼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대다수 국가는 기본적으로 행정부가 주도하는 행정국가화 되는 양상을 띠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복지가 중요한 시대적 과제로 떠오르면서 적극적인 행정 개입이 보편화 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우리의 행정부가 입법부의 견제기능을 무력화시키는 수준은 금도를 넘어섰다는 생각이다.

 

법만 그럴듯하게 만들어 놓고 지켜지지 않는다면, 대한민국은 더 이상 법치국가라 할 수 없을 것이다.

 

국회의 대대적인 개혁과 행정부 공무원들의 철저한 마인드리뉴얼이 필요할 것이다.

 

대선후보들의 각성을 촉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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