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Undefined index: HTTP_ACCEPT_ENCODING in /home/inswave/ins_news-UTF8-PHP7/sub_read.html on line 3
(공연리뷰)순수하고 잔혹한 특별한 사랑 이야기, 연극 <렛 미인>:내외신문
로고

(공연리뷰)순수하고 잔혹한 특별한 사랑 이야기, 연극 <렛 미인>

편집부 | 기사입력 2016/02/19 [21:26]

(공연리뷰)순수하고 잔혹한 특별한 사랑 이야기, 연극 <렛 미인>

편집부 | 입력 : 2016/02/19 [21:26]


: : 사진 : 연극의 일라이 박소담 배우 / 제공 :유슬기
[내외신문=김미령 기자] 사랑을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는가??사랑을 위해 어디까지 갈 수 있는가?평생 함께 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사랑을 위해 많은 시간을 포기할 수 있는가?연극이 물어본다. 인간이 붙잡아야하는 가장 눈부신 희망, ‘사랑’을. 연극 은 동명의 스웨덴 영화를 원작으로 제작, 영화는 미국에서 리메이크 되어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게 된 작품이다. 스코틀랜드 국립극단 (National Theatre of Scotland)이 연극으로 제작, 토니상, 올리비에상을 수상한 존 티파니가 연출을 맡아 2013년 스코틀랜드에서 초연되었다. 이어 영국에서 공연되어 2014년 South Bank Sky Arts Award 를 수상했으며 2015년 미국 뉴욕에서 공연, 2016년 비영어권 최초로 한국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작품은 연극으로는 국내 최초로 레플리카 프로덕션(원작 무대를 그대로 가져오는 것)으로 선보이고 있으며 공포를 기반으로 하는 호러물이면서도 서늘하게 아름답다. 외톨이인 소년과 유일한 존재인 소녀가 서로에게 충실한 친구가 되는, 끝이 보일지라도 계속 지켜보고 싶은 예쁜이야기이다.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소년 오스카, 어느 날 익숙하던 숲에서 신비로운 소녀 일라이를 만난다. 알고 보니 옆집에 아빠와 함께 이사 온 아이다. 마을에선 자꾸 흉흉한 살인 사건이 일어나는데.......그런 일들과는 상관없이 소년과 소녀는 서로에게 헌신적인 친구가 된다.
하얀 눈이 수북한 자작나무 숲, 친근한 삶의 일부였으나 사건이 계속 되자 숲은 공포의 무대가 되어버린다. 하지만 오스카는 여전히 숲에서 혼자 논다. 그 숲에서 소년은 소녀를 만난다. 친구들의 비열한 괴롭힘에도 아직 비굴해지지 않은 소년의 순수함과 오랫동안 10대로 살아온 소녀의 천진함은 서로에게 온기가 된다. 늘 곁에 있는 것 같지만 사실 이해할 수 없는 가족. 이유 없는 괴롭힘 속에 외톨이인 오스카. 언제부터인지 기억조차 나지 않을 만큼 오랫동안 다른 존재인 인간들 속에 섞여 살아온 일라이. 일라이 곁에는 일생 그녀에게 헌신한 하칸이 있지만 늙어버린 그의 사랑은 서글프고 잔혹하다.?
참으로 독특한 삼각관계. 어쩌면 오스카도 하칸의 삶을 밟게 될까. 지금 소년과 같은 시절이 있었을 테니. 그래서 사랑은 온전하기 어려운 건가보다. 모든 것을 다해도 가질 수 없으니. 손에 닿을 듯 가까웠는데 어느 사이 멀어져버렸다. 그러나 그는 목숨을 걸고 일라이를 지킨다. 가질 수 없어도 여전히 소중하니까. 살아가는 이유도 죽을 수 있는 이유도 오직 ‘일라이’뿐이다.
언젠가 끝이 오리라는 것을 알면서 시작하는 사랑이란 얼마나 잔혹한가. 그 쓸쓸함을 채 알지 못한 날에 모든 것이 결정되고 깨닫게 된 후에는 이미 돌아갈 수 없으니 말이다.?
: : 사진 : 스티븐 호겟의 무브먼트를 시연하는 배우들 / 제공 :유슬기
그래도 그 사랑 때문에 두려움과 고독마저 친구삼아 살아갈 수 있는가 보다. 포기하지 않고 그리 이어온 것은. 핏빛으로 물들어가는 손에 지워지지 않는 비릿한 내음이 남아도 소중한 존재를 지키는 것은 운명인 것이다. 존재 자체가 어둠인 일라이가 소년에게 빛이 되는 아이러니. 두 아이가 주고받는 모스부호가 달콤하게 들릴 만큼 소년과 소년의 사랑은 눈부시게 아름답다. 실제 물이 순식간에 채워지는 수조씬, 예쁜 소녀였던 일라이의 흡혈 장면 등 서늘한 장면이 있는 반면 최고의 안무가인 스티븐 호겟의 무브먼트는 대사만으로 표현할 수 없는 안타까움과 서글픔, 분노까지 절절했으며 이국적이고 아름다운 올라퍼 아르날즈의 음악이 작품 속에 어우러진다. 이 멋진 하나 됨이 작품이 갖는 긴 여운을 돕는다.?
‘검은 사제들’, ‘사도’ 등에서 멋진 연기로 떠오르는 신예 배우 박소담과 이은지가 쓸쓸하지만 천진난만한 존재 뱀파이어 소녀 일라이를, 외톨이지만 주눅들거나 비겁해지지 않고 솔직 당당한 순수 소년 오스카 역에 안승균과 오승훈, 오랫동안 일라이를 지켜온 하칸 역에 중견배우 주진모가 힘을 보태 작품에 무게를 더했다. 이 밖에 박지원, 박시범, 임종완, 안창환, 임희철, 박민규, 장서화가 함께 한다.?
오스카는 하칸처럼 끝까지 헌신하며 살아갈까, 무언가 헌신하고 싶은 존재를 만난 것은 인간에게 기쁜 것일까, 두려운 것일까. 만난다면 삶의 모든 것이 파괴되더라도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외면할 것인가. 외면할 수 있다면 피할 수도 있는 걸까, 피한다면 일생 마음에서도 몰아내고 살아갈 수 있을까?아무 의미 없는 만남이었다는 듯.?
작품을 보고나면 수많은 질문이 떠오를 지도 모른다. 그러나 연극 은 앞으로의 연극이 얼마나 멋질 수 있는지 맛볼 수 있는 매력적인 작품이다. 2월 28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

이 기사 좋아요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