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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기의 문화산책)극단 그룹 동 시대, 오유경 연출 ‘나는 꽃이 싫다’:내외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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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기의 문화산책)극단 그룹 동 시대, 오유경 연출 ‘나는 꽃이 싫다’

편집부 | 기사입력 2016/01/16 [20:53]

(박정기의 문화산책)극단 그룹 동 시대, 오유경 연출 ‘나는 꽃이 싫다’

편집부 | 입력 : 2016/01/16 [20:53]


[내외신문=박정기 문화공연칼럼니스트]서초동 소극장 씨어터 송에서 극단 그룹 動 시대의 김수미 작, 오유경 연출의 ‘나는 꽃이 싫다’를 관람했다.

 

김수미는 서울예대 극작과 출신으로 1997 조선일보 신춘문예 희곡부문 당선, 1999년 제1회 옥랑 희곡상 수상, 2000년 제19회 한국 희곡 신인 문학상, 2002년에는 한국연극협회선정 우수공연 ‘BEST 7’ 수상, 2004년 경기도 연극제 동상 수상, 2005년 대산창작기금 수혜자 선정, 2005년 日本劇作家大會 심사위원상 수상, 2005년 제8회 국립극장 신작희곡페스티벌 당선, 2005년 마포구 (양화진 성지화 사업) 희곡공모 당선, 2006년 거창국제연극제 희곡공모 우수상 수상, 2008년 제1회 동랑 희곡상 수상, 2010년 서울문화재단 문학창작활성화-작가창작활동지원 선정, 2010년 제1회 명동예술극장 창작희곡 공모 당선, 2011년에는 제5회 차범석 희곡상, 2014 대한민국 셰익스피어 어워즈 희곡상, 2015 서울연극제 그룹 動 시대의 ‘그녀들의 집’으로 자유참가작 대상을 수상한 미녀작가다

 

오유경은 이화여자대학교 철학과와 동국대학교 대학원 출신으로 현재 그룹 動시대 상임연출이다. 연극실험실 혜화동1번지 3기 동인으로 ‘원더풀초밥’ ‘듀스’ ‘서글퍼도 커튼콜’ ‘은미노래방’ ‘변태’ ‘아가멤논 家의 비극’ ‘박제 갈매기’ ‘오셀로, 오셀로’ ‘햄릿...유령선’ ‘말하는 고양이’ ‘강철여인의 거울’ ‘오! 발칙한 앨리스’ ‘안전(+)제일’ ‘그녀들의 집’ 등을 집필 또는 연출한 출중한 기량의 미녀연출가다.

 

‘나는 꽃이 싫다’는 30년간 떨어져 있던 모녀의 상봉에서 시작된다. 물론 원인은 부모의 이혼이다. 딸은 여러 명의 새 엄마를 거치며 성장하고, 가정이나 학교에서도 마음을 붙이지 못하고, 교실에서 도난사고가 발생한 것에 대한 누명을 쓰고, 고등학교를 중퇴하게 되니, 아빠는 공부는 더 해서 뭘 하느냐며 일자리나 구하라고 한다.

 

이일 저일 찾으며 다녔으나 그럴 듯한 일자리 하나 얻지를 못하고, 딸은 서른 살을 넘기게 되었다. 아빠가 돌아가시자, 마지막 새 엄마는 짐을 꾸려가지고 행방도 알리지 않은 채 이사를 가버렸다. 그러자 미국에 있던 친 엄마에게 연락이 닿아 엄마는 중국으로의 여정 중 잠시 고국에 머물러 딸과 30년 만에 상봉을 한다는 설정이다.

 

무대는 도심의 한 호텔의 방이다. 거실 중앙에 침실이 있고, 탁자와 의자가 놓였다. 정면 벽 왼쪽에 창이 있어 환기를 할 때에는 창문을 열어놓는다. 정면 벽 가운데에는 그림 액자가 하나 걸려있고, 벽 오른쪽 낮은 탁자 위에는 커다란 여행용 가방을 얹어놓았다. 벽 왼쪽에 옷걸이가 있고 사각의 굵은 무늬가 들어간 상의와 하의가 걸려있다. 오른 쪽 벽에 욕실 겸 화장실로 들어가는 문이 있고 그 오른쪽에 화장대가 놓였다. 하수 쪽에 출입문이 있는 것으로 설정이 되고, 문은 보이지 않고 초인종이 울리면 문을 열고 닫는 것으로 연출된다.

 

연극은 도입에 어머니가 딸을 기다리며 초조해 한다. 딸이 등장해 초인종을 누르고 보이지 않는 문을 통해 집안으로 들어선다. 모녀는 30년 만에 만나 서로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친모 친자 관계를 확인하는 장면이 마치 숲속에서 서로 떨어져 있다가 다시 만난 사슴 모녀가 눈을 깜박이고, 코를 벌름거리며, 귀를 쫑긋 세우고 다가서는 모습이다. 두 마리의 예쁜 사슴은 어미와 새끼임을 확인하고 꽁지를 흔들기도 한다, 그러나 사슴이 아닌 인간이기에 반가운 마음 이후에 따라오는 상대에 대한 야속함과 원망이 서서히 터져 나오기 시작한다.

 

사슴 숲속에 차가운 바람이 불어 닥치고, 주변 공기의 냉랭함이 엄동설한을 연상시킨다. 그러나 그것이 어찌 모녀 두 사람 때문에 일어난 일이겠는가  남편이라는 남성의 동물적 수컷 본능으로 저지른 외도, 다시 말해서 불륜이 결혼생활의 파국을 일으키고, 결국 이혼으로 마무리를 한 결과인 것을.... 그리고 갈라선 두 사람에게서 태어난 여식이 30년 동안 냉대와 등한시 속에 성장해 온 운명의 쓰라림이 연극으로 생생하게 재현되고, 남북 이산가족 상봉장면처럼 울고불고 떠들썩하지 않게 숲속의 두 마리의 예쁜 사슴이 되어 조용히 다가간다. 그러나 사슴은 분명 아니기에 어머니는 딸에게 신상에 관한 질문을 시작한다.

 

전공이나 학교는 어디까지 다녔으며 무슨 일에 종사했는지를 어머니는 하나하나 캐묻기 시작한다. 그러나 딸의 대답이 신통치가 않다. 무책임한 아버지 밑에서 여러 명의 새 어머니에게 냉대를 당한 기억과 자포자기에 가까운 딸의 성장과정이 차례로 노출된다. 어머니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 그림 사진을 보이면서 딸에게 예수의 모습과 행적을 일러주며, 교회에 나가라고 권하고 평생 책을 손에서 놓지 말라고 일러준다.

 

휴대전화 소리가 들리고, 어머니의 통화로 어머니의 오라버니, 그러니까 딸에게는 외삼촌이 되는 인물이 가족과 함께 조카딸을 보려고 오고 있다는 전갈이다. 어머니는 딸에게 옷걸이에 있는 사각무늬 옷을 가져다주며 입도록 권한다. 딸은 멈칫거리며 자기 취향이 아니라고 이야기 한다. 현재 입고 있는 옷도 빌려 입고 온 듯싶은 눈치다. 딸이 들고 온 가방도 어머니는 신통치 않다는 이야기를 한다.

 

당연히 딸은 그 소리에 섭섭함을 드러낸다. 어머니는 아버지와의 첫 만남을 이야기 한다. 간호사 로 일하던 시절, 우연히 일과 후에 들른 카페에서 아버지와 만나게 된 일을 딸에게 들려준다. 아버지는 학벌은 없었으나 노래를 잘 불렀고, 그 노래에 반해 결혼을 했는데, 결혼 후에 어찌나 바람을 피우는지 갈라설 수밖에 없었다는 사연을 털어놓는다. 이혼가족과...어미와 자식 간의 헤어짐....이것이 어찌 극중 모녀들만의 일이겠는가  서울 외곽에 즐비하게 늘어선 러브호텔, 간통죄의 폐지, 불륜상대를 찾으려는 충혈한 눈길이 세계 술 소비국 1위라는 오명과 어우러져 불륜의 천국이 되어가는 풍토..... 딸은 환기를 위해 창을 활짝 열어놓는다.

 

심호흡을 하다 호흡곤란을 호소한다. 어머니는 종이봉투를 딸의 입에 대고, 숨을 들여 마시고 내뿜도록 권한다. 잠시 후 딸이 정상을 회복하자, 어머니는 딸의 흡연습관을 지적하고, 금연을 하도록 권한다. 딸이 배가 고픈지 접시에 놓인 과자를 입으로 가져가니, 곧 외삼촌일행이 도착하면 함께 식사할 것이라며 많이 먹지 말라고 하는 등 향후 사소한 일 하나하나에 이르기까지 딸에게 참견을 하는 모습이 진정한 어머니와 딸의 모습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딸이 학교는 제대로 못 다녔지만 아버지를 닮아 노래를 잘 불러 노래로 생활을 했다고 하니, “술집에 나갔구나?” 하며 앞으로는 교회에를 나가라고 권하며 구원을 받으라는 소리까지 한다. 딸이 참다못해 어머니의 잔소리에 거부반응을 나타내기 시작한다. 어머니의 소리가 높아지면 딸도 언성을 높이고, 딸이 소리를 지르면, 어머니도 함께 소리를 지르기 시작한다.

 

딸이 욕실로 들어갔다가 나오니, 담배를 끊으라며 어머니가 향수를 뿌려준다. 어머니는 십자가가 달린 목걸이를 끌러 딸에게 주고, 목에 매어주기까지 한다. 딸은 어머니가 거울을 보라고 하니, 목걸이가 자신에게 어울리는지 거울을 들여다본다. 그것도 잠시, 모녀의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다시 이어지고, 딸은 참을 수가 없는지 어머니가 마련한 옷까지 바닥에 팽개쳐버린다. 어머니가 분노를 자제하려 애쓰며, 그러한 젊은 시절 아버지의 사랑의 배신으로 해서 쌓인 분노와 절망의 축적이 현재 유방암 발병 원인이 되었다며, 가슴을 잘라낸 경위를 딸에게 들려준다. 딸은 그 소리에 충격을 받은 듯 비로소 진정하는 자세를 보인다.

 

다시 휴대전화소리가 들리고 통화로 외삼촌 가족이 도착했음을 알린다. 어머니는 피로해 잠시 따뜻한 물에 몸을 담가야겠다며 딸을 먼저 내려 보낸다고 전화로 이야기를 한다. 어머니가 딸에게 혼자 내려가 외삼촌과 식사를 하라고 이른다. 삼촌이 네 모습을 금방 알아볼 것이라는 말을 하고는 욕실로 들어간다.

 

딸은 자신이 팽개친 옷을 다시 집어 의자에 걸쳐 놓는다. 그러다가 멈칫한다. 그리고 욕실로 귀를 기울인다. 어머니의 울음소리가 작은 소리지만 욕실에서 들려나온다. 억제하지 못한 울음소리가 차츰 커진다. 그 소리에 딸은 욕실로 다가가 귀를 가까이 한다. 울음소리가 계속되자 딸도 눈물을 방울방울 쏟는다. 그리고 욕실에 대고 “등을 닦아드릴까요?” 한다. 어머니의 울음소리가 잠시 멈추니, 딸은 욕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려는 동작이 마치 예쁜 사슴새끼가 어미사슴에게 다가가는 모습에 방불하다. 욕실로 딸이 들어서는 장면에서 암전이 되면서 연극은 끝이 난다.

 

지영란이 어머니, 이혜진이 딸로 출연해 연기의 진수를 보인다. 그것도 정통연기의 진수를 유감없이 발휘한다. 지영란... 이화여고, 연세대학교 69학번...세란극회와 연희극예회에서 닦은 연기로 배우생활을 한지 40년 만에 적역을 맡아 연기의 진수를 유감없이 발휘한다. 이혜진...성격배우인데다가, 탁월한 연기력 소유의 팔등신 미녀배우... 그녀가 하는 역할마다 작중인물을 100% 살려내는 출중한 기량... 이런 두 여배우가 한 쌍이 되어 연기의 불꽃을 피운다..... 두 여배우의 열연과 호연은 향후 한국 연극사에 길이 남고, 기록될 듯싶다는 생각은 필자만의 느낌일까 

 

김화영과 송인성이 어머니와 딸로 더블 캐스팅되어 출연해 역시 출중하고 탁월한 연기의 진수를 보였기에, 이 연극 ‘나는 꽃이 싫다’를 다시 한 번 관람을 한 것에 필자는 보람을 느낀다.

 

작곡 이호근, 음향 임서진, 무대 김원현, 의상 오수현, 조명 김상호, 기술감독 조성한, 조연출 신소이 김정은, 기획홍보 인아크(한재호 이혜인) 김진솔 등 제작진과 기술진의 열정과 기량이 일치되어, 극단 그룹 動 시대의 김수미 작, 오유경 연출의 ‘나는 꽃이 싫다’를 작품성, 연출력, 연기력 세 가지가 조화를 이룬 한편의 명품연극으로 탄생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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