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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기의 문화산책)국립극단 박정희 연출 ‘시련’:내외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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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기의 문화산책)국립극단 박정희 연출 ‘시련’

편집부 | 기사입력 2015/12/27 [19:07]

(박정기의 문화산책)국립극단 박정희 연출 ‘시련’

편집부 | 입력 : 2015/12/27 [19:07]


사진제공/유슬기

 

[내외신문=박정기문화공연칼럼니스트]명동예술극장에서 아서 밀러(Arthur Miller) 원작, 김윤철 예술감독·번역, 고영범 윤색, 박정희 연출의 ‘시련(The Crucible)’을 관람했다.

 

번역을 한 김윤철(1949~) (재) 국립극단.명동예술극장 예술감독은 용산고, 서울대 사범대학 영어교육과 학사,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연극영화학과 석사, 미국 브리검영대학교 대학원 연극영화학과 박사, 세종대학교 영어영문과 교수(1989),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교수(1994~), 한국예술종합학교 교학처장 및 연극원장(1997~) 국제연극평론가협회 회장(2008~) 국립예술자료원 원장(2013) 등을 역임하고, 극단 맥토를 창단해 연극연출에도 탁월한 기량을 보인 세계적 평론가다.

 

연출 박정희는 1958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고려대학교 대학원에서 독문학을 공부한 뒤, 독일 Frankfurt a/M Goethe 대학에서 영화연극미디어학과 수학(1988-1994)했다. 연출과 배우로 다양한 경험을 쌓아 올린 박정희는 1996부터 2000까지 극단 사다리의 상임 연출을 지냈다. 그녀가 국내 귀국 후, 아동극을 선택한 것은 서정성과 이미지, 신체적 상징을 가장 효과적으로 살릴 수 있는 무대가 아동극임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그 후 2001년 극단 풍경을 창단하고 ‘하녀들’과 ‘평심’을 선보이며 보다 독자적인 행로를 선택하였다. 극단 풍경 대표, 동숭아트센터 연출부, 옥랑문화재단 연기 연구소 연구원을 역임했다.

 

연출작은 ‘타오르는 추억’ ‘피터와 늑대’ ‘공주님의 달’ ‘브레멘 음악대’ ‘해와 달이 된 오누이’ ‘거울 속의 내가’ ‘하녀들’ ‘평심’ ‘발코니’ ‘청혼하려다 죽음을 강요당한 사내’ ‘은하궁전의 축제’ ‘달의소리’ ‘하녀들’ ‘새벽 4시 48분’ ‘기타맨’ ‘응시’ ‘예술하는 습관’ ‘햄릿 업데이트’ ‘철로’ ‘죽음의 집 2’ ‘러브 앤 머니’ ‘가족이란 이름의 부족’ ‘이영녀’ ‘시련’ 그 외의 다수 작품을 연출했다.

 

아서밀러(Arthur Miller)는 1915년 뉴욕에서 출생, 미시간대학교 연극과를 졸업했다. 재학 중에 쓴 몇 편의 희곡으로 상을 받고, 졸업 후 라디오 드라마를 쓰고, 희곡 창작을 했는데, 제2차 세계대전 중의 군수산업의 경영자와 아들의 대립을 다룬, 전쟁 비판적인 심리극 ‘모두가 나의 아들 All My Sons’(1947)로 비평가와 관객의 칭찬을 받았다.

 

이어 ‘세일즈맨의 죽음 Death of a Salesman’(1949)으로 퓰리처상 및 비평가 상을 받고, 브로드웨이에서 2년간의 장기공연에 성공했다. 이 작품은 평범한 샐러리맨의 꿈과 현실과의 괴리(乖離)에 부자(父子)간의 사랑을 곁들여, 회상형식의 교묘한 무대처리로 현대의 불안을 강렬하게 그려낸 걸작이다. 밀러는 이 작품으로 전후 미국 연극계의 제1인자의 지위를 획득했다.

사진제공/유슬기

 

‘도가니(가혹한 시련) The Crucible’(1953)는 리얼리즘의 수법을 버리고, 17세기 뉴잉글랜드에서의 마녀재판(魔女裁判)을 주제로, 그 당시 미국전체를 휩쓸었던 매카시 선풍을 풍류(諷喩)한 희곡이다. 그 후 여배우 M.먼로와 두 번째 결혼을 했으나 이혼했다(1960). 그밖에 ‘다리에서 바라본 풍경 A View from the Bridge’(1955, 퓰리처상 수상), 먼로를 모델로 한 ‘전락(轉落) 후에 After the Fall’(1964) 등의 희곡과 소설.라디오 드라마.평론이 있다. 그는 T.윌리엄스와 함께 미국 연극의 발전과 실험에 크게 이바지했으며, 그의 희곡은 대부분 미국인의 공통된 비극적 생활을 주제로 삼아 큰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그의 작품으로 ‘행운을 잡은 사나이’(The Man Who Had All the Luck, 1944) ‘모두 내 아들’(All My Sons, 1947) ‘세일즈맨의 죽음’(Death of a Salesman, 1948) ‘도가니’ (The Crucible, 1953) ‘다리에서의 조망’(A View From The Bridge, 1955)을 썼고, 이어서 M.몬로의 일대기 ‘전락 이후’(After the Fall)와 제2차 세계대전 중 나치의 잔혹상을 묘사한 ‘비시에서 생긴 일’(Incident at Vichy)을 썼다. 1968년 봄에는 ‘프라이스’(The Price) 1972년 가을에는 ‘천지창조와 다른 일들’ (The Creation of the World and Other Business)을 완성 공연했다.

 

‘시련(The Crucible)’(1953)은 1692년 메사추세츠 주 세일럼에서 실제로 있었던 전대미문의 ‘마녀 재판’사건을 모티브로 1950년대 미국에 몰아친 메카시즘의 집단적 광기와 폭거에 의해 자행되었던 개인의 인권유린을 신랄하게 비판한 문제작이다.

 

실제로 아서 밀러는 주인공 존 프락터와 마찬가지로 매카시 광풍의 희생자였다. ‘非 미 활동 조사위원회 (The House Committee on Un-American Activities)의 조사를 받으러 청문회에 소환되어 다른 혐의자의 이름을 댈 것을 강요받았으나 거절했고, 그 결과 1차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세일럼의 ‘마녀 재판’은 아주 사소한 사건에서 출발한다. 인간 본능이 철저하게 통제받는 청교도적 신권통치의 작은 마을인 세일럼에서 어느 날 밤 숲 속에서 어린 소녀들이 발가벗고 춤을 추며, 주술을 외우고 혼령을 불러내는 금기된 놀이를 벌인다. 패리스 목사에게 발각된 소녀들은 처벌이 두려워서 악마에 사로잡힌 듯 연극을 하게 된다. 거짓 연극을 하고 있는 소녀들을 본 주민들은 이성을 잃고 정말 마을에 악마가 있다고 믿어버린다.

 

억제된 청교도적 규범 속에서 거친 환경을 상대로 투쟁하듯 살아야 했던 마을 주민들에게는 서로에 대한 오랜 앙금과 현실적 이해관계가 폭발 직전에 다가와 있었다. 오랫동안 억압되어 온 욕구불만은 악마와 대항해서 싸운다는 명분으로 추악한 속내를 드러내며, 잔인하고 비열한 복수심은 정당화된다. 소녀들의 금기된 장난으로부터 시작되어 마녀 색출이라는 명분으로 위장한 고소, 재판, 급기야 교수형에 치닫는 극한의 과정을 통해 사람들은 평소에 품고 있던 욕망과 질시, 불만, 이기심 등 악의 요소를 드러내 보인다.

사진제공/유슬기

 

초기의 희생자는 거지나 술주정뱅이처럼 힘없고 평소 마을의 골칫거리들이었으나, 점차 집단적 광기가 가열되며 개인적인 이권이나 원한에 얽힌 사람들이 고발되기 시작한다. 이미 명분은 복수를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고 만다. 재판 또한 공정하게 이뤄질 수 없는 지경이 된다. 죄를 묻는 재판이 아니라 자신이 죄를 짓지 않았음을 증명해야 하는 재판으로 변질되고, 정의를 상실한 힘은, 누구라도 처형할 수 있는 절대 권력을 얻게 된다. 이 과정에서 많은 죄 없는 사람들이 처형되었고, 권력의 편에서 폭거를 자행하던 자들마저 공포에 휩싸인다. 그래서 이번에는 피소된 사람을 구명하려는 명분을 다시 날조하려 들지만, 무릇 정의의 편에 섰던 인간상들이 보여주었듯 그들은 타협을 거부하고 정의로운 증인으로서 명예로운 죽음의 길을 택하게 된다.

 

‘시련’의 서두 작가 노트에서 아서 밀러는 "이 연극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역사상의 역할과 유사한, 어떤 경우에는 아주 똑같은 역할을 한다"며, 그래서 관객들은 "이 연극 속에서 인류역사상 가장 괴이하고 또 가장 무서운 사건들 중의 하나가 갖는 본질을 찾아내리라 믿는다."고 말한다. 적어도 이 작품을 쓴 작가의 의도 중 하나는 인간사회에서 시대나 상황에 따라 빌미가 되는 명분은 다를지라도 정의가 없는 힘의 폭거는 저질러져 왔고 앞으로도 그럴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한 인식의 환기이며 양심에의 부르짖음일 것이다.

 

무대는 배경 막 앞에 관객좌석을 마련해 영미법계 법정에서처럼 배심원 석으로 설정하고 공연 전에 관객을 무대 위로 입장시켜 착석을 하도록 한다. 연극이 시작되면 희미한 조명 속에서 속살이 들여다보이는 얇은 흰색 옷차림의 처녀들이 신 들린 듯 춤추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그때 돌연 검은 복장의 목사가 모습을 드러내면, 처녀들의 비명과 함께 암전된다.

 

마을사람들은 악령을 찾아내야 한다고 말한다. 악령을 찾기 위해 목사를 부른다. 악령을 찾기 위해서 헤일 목사는 의식을 행한 소녀들을 하느님의 이름으로 심문한다. 두려워진 소녀들은 자신들이 행한 의식에서 악령들이 나타났다고 거짓증언을 한다. 그래서 그들에 의해 호명당한 사람들을 재판하기 위해 법정이 선다. 마을에서 떨어져 살고 있던 프록터는 마을 사람들의 이름을 대고 있는 애비게일이 자신의 아내로 들어앉기 위해 마을 사람들을 상대로 복수를 벌이고 있다는 사실을 감지한다. 그리고 그녀의 목표가 자신의 아내인 엘리자베스를 죽이기 위한 것임을 깨닫는다. 악령을 쫓아내기 위해 마을로 들어온 헤일목사는 여기저기 마을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사실여부의 진위를 묻기 위해 프록터의 집에 들른다. 그때 프록터의 하녀인 메어리가 준 인형이 문제가 된다.

 

애비게일은 엘리자베스가 마술을 써서 자신을 괴롭힌다고 하며 배에 꽂힌 바늘을 보이며 발작을 한다. 메어리가 준 인형에도 바늘이 꽂혀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메어리가 꽂아 둔 바늘이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를 믿지 않고 엘리자베스를 체포해 간다. 프록터는 분노한다. 헤일목사도 뭔가 수상함을 눈치 채기 시작한다. 재판을 주재하는 부지사에게 프록터와 마을 사람들이 찾아와 감옥에 있는 사람들의 무죄를 주장한다. 특히 프록터는 자신의 아내가 모함에 빠졌다고 주장한다. 그의 아내는 애비게일의 질투와 복수심에 피해를 당하고 있다고 호소한다. 프록터는 애비게일이 전에 자신과 통정을 한 일이 있기에, 자신의 아내가 애비게일에게 하녀 일을 그만두게 하고 집에서 내쫓았던 일로, 그에 대한 복수를 계획하고 그의 아내에게 마귀의 누명을 씌우려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의 아내가 인형을 갖게 된 경위를 소상히 밝히고, 현재 자신의 집 하녀인 메어리를 통해 애비게일이 누명을 씌우려고 벌인 일임을 증명하려 하지만, 애비게일은 악령이 메어리를 통해 자신을 죽이려 한다고 연기를 펼친다. 그로인해 부지사와 판사가 혼란을 일으키게 된다. 그때 프록터에게 감정이 있었던 마을 사람이 프록터가 예전부터 악마와 교통하고 있었다고 고발한다.

 

부지사와 판사는 프록터를 역으로 심문한다. 하녀 메어리 또한 자신이 악령의 사주를 받고 있노라고, 애비게일과 그녀에게 동조하고 있던 다른 소녀들의 행동으로 인해 궁지에 몰리게 되자, 프록터가 자신을 밤마다 목을 조르며 악마의 명단에 서명하라고 했다고 거짓증언을 한다.

사진제공/유슬기

 

결국 프록터는 무고한 사람에게 살인누명을 씌우려 한다는 명목으로, 재판정에서 교수형을 받게 된다. 하지만 헤일목사와 프록터 그리고 다른 몇몇 사람들은 그런 판결이 하느님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폭력의 하나라고 강력히 맞서지만, 그들까지 결국 악마로 낙인찍힌다. 헤일목사는 하느님의 이름으로 악마를 만들어내는 신권정치에 대해 비판을 가하면서 법정을 떠난다. 애비게일과 정치적 야욕으로 뭉쳐진 사람들에 의해 고발당한 사람들은 교수형을 당했거나 교수형을 기다리는 상황에서 마을 사람들을 고발했던 소녀들이 마을에서 하나 둘 사라지기 시작한다. 파리스 목사의 딸도 돈을 훔쳐 집을 떠나 버린다. 이러한 상황에 파리스 목사와 마을 사람들은 의심을 품는다. 헤일 목사는 다른 마을에 있다 다시 세일럼 마을로 돌아와 감옥에 있는 사람들을 구해내려 한다.

 

그는 프록터에게 찾아가 그가 결백을 주장하며 교수형을 당하는 것은 결국 자신을 버리는 일이라고 설득한다. 하지만 프록터는 자신은 악마가 아니므로 절대 자신이 악마라는 거짓고백을 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마을의 소녀들이 사라지는 것과 관련해서 재판을 주재했던 부지사도 그의 판결에 대해 회의를 느끼고 되도록이면 감옥에 있는 사람들에게 자백을 할 것을 요구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자백서를 쓰지 않는다. 헤일 목사는 프록터의 부인 엘리자베스에게 프록터를 만나 자백서를 쓰도록 하라고 설득한다.

 

엘리자베스는 프록터를 만난다. 하지만 엘리자베스는 프록터에게 강요하지는 않는다. 프록터는 엘리자베스의 소망이 자백이 아닌 살아남기를 바라는 마음임을 알고 거짓자백서를 작성한다. 그리고 자백서에 서명하지만 그것을 공개화 시키는 것을 바라지는 않는다. 그가 서명한 것은 곧 자신을 스스로 파는 행위인데다가 거짓자백이기 때문이다. 결국 프록터는 마지막 번민 끝에 서명서를 찢어버리고, 죽음의 길을 선택하는 장면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이순재.이호성이 댄포스 부지사로 출연해 눈부신 기량으로 무대를 채운다. 지현준이 존 프락터를 출연해 절제된 연기와 성격창출로 갈채를 받는다. 채국희가 엘리자베스 프락터로 출연해 성격창출과 호연, 그리고 단아한 용모로 남성관객의 시선을 집중시킨다. 정운선이 미모와 폭발적인 연기로 그녀의 발전적인 장래를 예측케 한다.

 

최광일의 존 헤일 목사 역은 그의 호연과 열연으로 배역이 100% 살아난 느낌이다. 이문수가 자일즈 코레이로 출연해 동양 제일의 매력적인 저음으로 관객의 시선을 집중시킨다. 이현순이 레베카 너어스로 출연해 고품격 고수준의 연기와 귀부인 같은 용모로 극적분위기를 상승시킨다.

 

정재진이 프랜시스 너어스로 출연해 독특한 성격창출로 무대를 빛낸다. 김효숙... 이토록 성격창출에서 탁월함을 드러내는 여배우가 있었다니...  이 여배우의 발전적인 장래를 예측하게 된다. 정혜선, 정은경, 심완준, 문경희, 강진휘, 김정환, 이기돈, 유정민, 노창균, 박민지, 정지영, 얀츠카, 경지은 등 출연자 전원의 성격설정과 호연, 그리고 열연은 국립극단 출연진으로서의 기량을 제대로 드러내, 관객의 우레와 같은 같은 갈채를 이끌어 낸다.

 

공연기획 박현숙, 미술 신선희, 조명 김창기, 의상 이윤정, 음악 장영규.김 선, 분장 백지영, 안무 금배섭, 음향 최환석, 무대감독 김승철, 조연출 변혜훈, 기술가독 김무석, 무대제작감독 최슬기, 조명감독 신동선, 그 외의 제작진과 기술진의 열정과 기량이 조화를 이루어, (재) 국립극단의 아서 밀러(Arthur Miller) 원작, 김윤철 예술감독.번역, 고영범 윤색, 박정희 연출의 ‘시련(The Crucible)’을 연출력이 감지되고, 출연진의 기량이 제대로 드러난 고품격 고수준의 걸작연극으로 창출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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