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존재했던 것은 흔적을 남긴다, 연극<살짝 넘어갔다 얻어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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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존재했던 것은 흔적을 남긴다, 연극<살짝 넘어갔다 얻어맞았다>
  • 편집부
  • 승인 2015.11.16 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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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유슬기 [내외신문=김미령기자] 없었던 때로 돌아갈 수 없다. 한번 그어진 선은 지워지지 않는다. 가시적으론 없앨 수 있지만 거기에 있었다는 기억은 사라지지 않으니까.
연극는 2014년 헨릭 입센의 로 관객과 평단의 큰 사랑을 받았던 LG아트센터와 김광보 연출의 2015년 협업 작품이다. 연극 '억울한 여자'와 일본 TV드라마 '도쿄 타워' '로스 타임 라이프' '사이토씨' 등의 각본으로 잘 알려진 작가 츠치다 히데오(土田英生)의 희곡이 원작이며 장난으로 시작된 해프닝을 통해 변해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경범죄 죄수를 가두는 ‘제45 갱생시설’. 죄수와 간수의 구분마저 불분명할 정도로 평화로운 교도소이다. 어느 날 나라가 ‘꾸리아’와 ‘동꾸리아’로 갈라졌으며 그 국경선이 시설의 휴게실을 지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장난으로 선을 긋고 편을 나눈 그들은 선을 넘어가면 ‘해외여행’이니 ‘귀국’이니 ‘국빈’따위의 실없는 장난을 치며 낄낄거린다. 그러나 점차 ‘선’은 그들을 변하게 만드는데.......
분명 장난으로 시작된 일이다. 하지만 반복될수록 장난이 아니다. 어느 새 진심으로 배척하고 편을 가르며 마음이 상한다. 결국 시설에 대한 권리를 두고 힘으로 억압하며 권력을 행사하게 된다. 그러지 말자며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사람들도 휩쓸려 들어가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버린다.
사회의 시스템 속에서 개인이 살아간다는 것은 원치 않는 흐름에 휩쓸려버리는 것인지도 모른다. 외부에 나갔다가 급격한 사회 부조리를 만나 갑자기 변해버린 한 사람으로 인해 시스템에 변화가 생기자 그 변화를 환영하는 사람, 반대하는 사람, 그 사이에서 눈치만 보고 있는 사람 등 각자의 입장이 달라져버린다.

보이지 않는 선은 간수와 죄수 사이의 경계마저 불분명할 만큼 평화로웠던 그들 사이를 완전히 갈라놓았다. 옳지 않다는 걸 알아도 돌이킬 수는 없는 사람들. 그래서 극의 마지막은 더 씁쓸하다. '온 세상이 하나가 되면 싸우지 않겠지' 라는 말에 '그럼 저 하늘의 별들이 싸우겠지' 라는 대답. 살아간다는 것은 나와 다른 것에 대적해야만 하는 것인지.
늘 붙어 다니던 이구 허와 자수 탁의 변화는 능동적인 다른 인물들에 비해 소극적이지만 극이 끝난 후 긴 여운으로 남았다. ‘선은 분명히 있었어. 내 마음 속에 있었어.’ 그들은 모두 선이 없었던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아무리 후회해도, 돌이킬 수 없다.
다 같이 열중했던 것처럼 함께 노력한다면 희미해질 수도 있을까, 희미해져서 오래된 상처처럼 흔적만 남기고 아무 힘도 없게 될까, 아니면 어느 날 선명해지는 기억처럼 갑자기 되살아나 버릴까? 분명한 건 존재했던 것은 실체가 사라진다 해도 흔적을 남긴다는 것 뿐이다.
그래서 ‘생각해볼게’라는 대답과 물기 묻은 혼잣말이 그렇게 길고 짙은 안타까움으로 내려앉았나보다. 단순하고 간단해 보이는 사건과 영향력은 우리 사회, 사람들 간의 관계도 암시하고 있다. 중의적인 장면과 대사는 웃으면서 보다가도 문득 한 대 맞은 느낌을 준다. 단지 개인은 휩쓸려 상처받는 것 이외에 다른 선택이 가능한지 생각해보게 한다.
웃음으로만 끝나지 않는 이유는 시간과 공간을 넘어 인간으로서 살아가는 모습은 근본적으로 다를 것이 없는 '관통'때문일지 모르겠다. 연극에 비해 무대가 다소 큰 느낌은 아쉽지만 무대 활용이나 극적으로 치닫다가 힘을 빼고 여운을 남기는 극의 구성이 절묘하다.
코믹하면서도 중의적인 대사와 행동들은 단순하기 때문에 더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탁월한 호흡과 배려의 끈끈함, 넘치는 긴장감과 진정성이 누구한사람 빠지지 않는 배우들과 그들을 기가 막히게 찾아낸 김광보 연출의 힘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마음 약하고 소심한 선배 간수 경보 안 역에 유연수, 선이 그어진 후 가장 능동적인 인물이 되어버리는 후배 간수 대기 곽 역에 한동규, 갈등을 증폭시키는 수철 용 역에 김영민, 장난이지만 선을 언급하고 만들어 버린 양갑 성 역에 유병훈, 늘 중립을 지키려는 긍정 안 역에 유성주, 단순하고 다혈질이지만 순수한 장창 우 역에 이석준, 진지하고 상처가 많은 인물 이구 허 역에 이승주, 온화하지만 속이 단단한 자수 탁 역에 임철수, 여덟 명의 배우가 눈부신 호흡을 자랑한다.
선이 그어지고 기준과 경계가 세워지면 어떻게 될 것인가, 현재 우리 사회에도 꼭 필요한 질문이 아닐지. 연극는 11월 18일까지 LG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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