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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극한까지 체험하는 생생함, 연극<카포네 트릴로지>:내외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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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극한까지 체험하는 생생함, 연극<카포네 트릴로지>

편집부 | 기사입력 2015/09/25 [16:25]

(공연리뷰) 극한까지 체험하는 생생함, 연극<카포네 트릴로지>

편집부 | 입력 : 2015/09/25 [16:25]


사진제공/StoryP

[내외신문=김미령기자]연극

 

카운터를 지나면 빈티지한 벽지로 채워진 복도를 지난다. 마침내 방안으로 들어선다. 시카고 렉싱턴 호텔의 비좁은 방, 661호. 중앙에 커다란 침대가 놓인 방은 침대를 중심으로 객석이 있고 빈자리 하나 없다. 연극 에서 관객은 관람자가 아니라 목격자다.

 

연극는 서울국제공연예술제에서 공식초청작으로 초연된 ‘벙커 트릴로지’의 연출가 제스로 컴튼-작가 제이미 윌크스 콤비의 작품으로, 영국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2년간 매진을 기록하며 세계적으로 호평 받았다. 한국초연도 지난 7월 티켓 오픈 이후 예매 랭킹 1위뿐 아니라 여러모로 화제를 일으키며 사랑받고 있다.

 

시카고 렉싱턴 호텔의 비좁은 방 661호. 마치 그 장소에 들어오면 어둠 속으로 끌려들어가는 힘이라도 있는 것처럼 불길한 장소인가보다. 1923년, 1934년, 1943년 시간차를 두고 벌어지는 세 가지 에피소드는 독립적으로 완성되지만 오브제와 대사 등으로 공통적인 연결고리가 있어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1923년의 이야기, 는 일단 코미디로 인기절정의 쇼걸 롤라 킨이 결혼식 전날 숙박한다. 그녀를 구하려고 가진 돈을 다 써버린 약혼자 데이빗과 그녀의 부모, 그녀의 애인 니코, 추리물을 좋아하는 형사콤비까지 되는대로 뱉어낸 거짓말과 예기치 못한 사건의 전개가 정신없이 진행된다. 그녀는 계획한 바를 이룰 수 있을것인가.

 

1934년은 서스펜스, 시대를 주름잡은 알 카포네가 수감되고 2인자로 막강한 권력을 누리는 닉 니티가 사랑하는 아내와의 행복을 지키기 위해 위험한 계획과 선택을 하는 과정과 파국을 그리고 있다. 루시퍼가 타락한 천사의 이름이라는 것이 상징적이다.

 

마지막으로 1943년 는 하드보일드이다. 사랑하는 아내의 목숨을 앗아간 상사 두스에게 화려한 복수를 계획하며 매일같이 몸을 단련하는 경찰 빈디치. 어느 날, 아내의 친구이자 원수 두스의 딸인 루시가 찾아와 도움을 주겠다는데 과연 저의가 무엇인가, 빈디치는 아내의 원수를 갚을 수 있을까?

영화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든다. 사실 알 카포네라니, 멀고도 먼 이야기다. 그럼에도 흠뻑 몰입하게 되는 건 생생한 현장감 때문이다. 렉싱턴 호텔 661호실로 입실하기 위해 지나치는 카운터부터 이미 연극이 시작, 채 7평이 되지 않는 좁은 무대와 무대를 둘러싼 객석은 완전히 밀착되어 원치 않아도 관객은 연극의 일부가 된다. 실제 영국에서 작품이 올려 졌을 때는 더 좁은 공간으로 밀착시켰다고 한다. 말 그대로 손에 잡히는 현장감은 극한까지 몰아붙인다.

 

그래서인지 빈디치의 나지막한 속마음에 몰입하면 그의 상사 두스가 역겹게 느껴지고, 닉 니티를 함정에 빠뜨리는 경찰이 야속하고, 알면서도 롤라의 거짓말이 들통 날까 조마조마하다. 각기 다른 에피소드지만 이 전 이야기에서 들었던 대사는 즐겁고 같은 장소에 놓여있는 독이 든 작은 병도 반갑다.

 

세 가지의 이야기에는 등장하지 않으면서도 존재감을 나타내는 인물이 있으니 20세기 전반을 주름잡던 알 카포네다. 마치 그의 영향력이 짙게 거리 곳곳을 물들이고 있던 그 때처럼 작품은 독특한 분위기를 팽팽하게 유지한다. 벗어나고 싶어도 결코 놓아주지 않는 세계에 갇혀버린 것처럼.

 

어쩌면 누구도 그 속박에서 벗어날 수 없는지 모른다. 스스로 벗어났다고 생각하는 그 후련함마저 조종당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빨간 풍선으로 연결고리를 둔 지이선 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빈디치에선 풍선만이 그 방을 벗어났고 루시퍼에선 터졌으며 로키에서만 롤라가 들고 나간다. 롤라의 풍선이 무사하길 바라는 것은 사람이기에 포기할 수 없는 끈질긴 희망인지도 모르겠다.

 

다양한 인물들로 멋지게 변신하고 있는 배우들의 호연은 왜 배우예술인가를 증명한다. 김종태, 이석준이 올드맨으로 김지현과 정연이 레이디, 윤나무와 박은석이 영맨으로 대활약한다. 김태형 연출과 지이선 작가가 또 한 번 의기투합했으며 이 작품 특유의 분위기를 만들어준 무대는 영화 ‘명량’, ‘최종병기 활’등 대작들을 통해 웅장하면서 섬세한 감각을 보여준 장춘섭 미술감독이 힘을 보탰다.

9월 29일에 마지막 공연이었으나 관객들의 성원에 힘입어 10월 2일에 전 출연진이 함께 하는 , 10월 4일까지 연장공연한다. 대학로 홍익아트센터 소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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