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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선과 악, 경계선위에서.......연극<나는 형제다>

김미령 | 기사입력 2015/09/14 [16:55]

(공연리뷰)선과 악, 경계선위에서.......연극<나는 형제다>

김미령 | 입력 : 2015/09/14 [16:55]


(사진:윤빛나기자)

[내외신문=김미령기자] 연극

 

영화관에서 형제가 본 것은 무엇이었을까  단지 형과 같이 있고 싶었던 동생과 그런 동생의 절대적인 애정이 필요했던 형. 다만 있는 힘을 다해 손을 뻗었을 뿐인데, 삶은 산산이 부서졌다. 절실할수록, 몸부림칠수록.


연극 는 2013년 미국에서 일어난 보스턴 마라톤 테러 사건을 소재로 한 연극이다. 미니멀리즘의 대가 김광보 연출이 서울시 극단장으로서 처음 선보이는 연극으로 여러 번 함께했던 고연옥 작가와 협업한다. 잠재적 테러리스트에 대한 이야기인 만큼 점점 이기적으로 변해가는 우리 사회의 부조리와 절대적인 기준이 없는 선과 악에 대해 그리고 있다.


 

어려서부터 착하게 살아오며 한 몸처럼 붙어 다니던 형제는 사회에 이바지하고 부모에게 효도하는 평범한 삶을 원한다. 어느 순간 형과 동생은 속한 사회로부터 떨어져 나오게 되고 부모님도 잃게 된다. 버려진 고아였던 아버지를 도와주었다던 회장을 만나 선을 회복하라는 말을 들은 형제는 선을 이루기 위해 각자의 삶으로 흩어진다.

 


가난하지만 착하게 산다. ‘선’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먼저 생각해 보게 된다.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도, 바라보는 시선으로도, 어디에 속해있는가 하는 것으로도 달라지는 것이다. 선과 악이라고 하지만 어쩌면 받아들일 수 없는 불편함을 ‘악’으로 규정해버리는 편리함을 택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연극의 모티브가 되었던 보스턴 마라톤 테러리스트는 체첸 출신의 이민자 형제로 260명이란 사상자를 내고도 자신을 ‘순교자’라고 칭했다고 한다. 어쩌면 그는 희생자들을 구원했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망가진 생각과 마음은 그를 자위시켰다. 그에겐 ‘테러’가 사회를 바로잡는 ‘선’이었고 모두가 피해가려는 길을 스스로 선택한 ‘순교’의 거룩한 행위인 것이다. 끔찍하게도.

 


연극에서의 형제 역시 그렇다. 운동선수임에도 누군가의 약점을 파고들어 승리하기보다 더 강해지고자 했던 형의 좌절은 뼈아프고 서글프다. 잘못된 것이 아님에도 너무 이상적인 그의 소신은 소설에서나 가능한 것이란 생각이 들어서. 결국 운동을 그만두게 되는 형의 좌절은 결과만을 중요하게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잣대를 바라보게 한다.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 좋은 느낌을 주는 착한 동생은 모범생으로 남을 돕고 싶어서, 정확히는 돈이 있다고 해도 할 수 없는 일을 하고 싶어 의사가 되고자한다. 그러나 의대라는 사회에서 그의 고귀한 마음은 웃음거리가 된다. 그래도 그는 상처받았다는 이유로 다른 이들을 미워하고 밀어내려하지 않는다. 다만, 마음을 쏟는 만큼 더 큰 좌절이 돌아올 뿐이다.


 

애쓸수록 외면당한다는 것은 얼마나 두려운 일인가  늘 함께 붙어있던 서로를 놓으면서까지 이루고 싶었던 ‘선’은 왜 두 사람에게만 비켜가는 것인지. 결국 형은 점점 자신만의 이상을 향한다. 정체를 모르는 ‘선’이 전부가 된다. ‘정의’라는 이름으로.

 


“우리 사회는 언젠가부터 나와 다른 이를 인정하고 이해하기보다 무시하고 배척하고 소외시키고 있다.”며 “더 늦기 전에 우리가 회복해야 할 인간성이 있다.”는 고연옥 작가는 조금은 관념적이지만 은유로 가득 찬 대사들로 어려운 문제의식을 풀어놓았다. 생각할 거리가 많은 대사들이 넘치다보니 쉽지 않지만 배우들의 열연을 따라가다 보면 보게 될 것이다. 어쩌면 숨기고 싶었던 내 얼굴을.

 


모든 것은 연결되어있다는 형의 말은 어쩌면 무심코 지나가는 소소한 일들이 모두 누군가에게 닿는다는 것이다. 형의 결심을 바꾸려고 마지막까지 애썼던 동생의 마음조차 닿지 않게 된 결말은 슬프고 한편으론 오싹하다.?


결국 ‘선’이라고 우겨도 증명한 것이다. 시커멓게 자라버린 자신의 ‘악’에 모든 것이 삼켜진 것을. 혼자 남겨진 그 순간 깨달았을까. 늘 함께 있고 싶어 한 동생의 순전한 믿음이 그에게 주어진 최고의 ‘선’이었음을.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 조명과 영상, 독립된 공간을 활용한 미장센이 훌륭하다. 크지 않은 무대임에도 무대변환 없이 배우들의 연기로 자연스럽게 장면이 바뀌는 것이 인상적이다. 두 형제가 함께 다니던 영화관 의자는 작품의 결말과 함께 더욱 서글프다. 형제의 힘겨운 삶에 위로가 되었던 그 작은 공간마저 허락되지 않는 것 같아서.

 


정의롭고자 했던 형 역에 객원 이승주, 그런 형을 참 좋아했던 동생 역에 장석환, 두 형제의 아버지 역에 서울시극단의 이창직, 어머니 역에 천정하, 형제의 삶에 커다란 영향을 끼친 회장 역에 강신구, 이밖에 주성환, 최나라, 유성주, 문호진, 박진호, 허재용, 김동석, 조용진, 유미선, 이지연, 신해은이 출연한다. 9월 20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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