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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나무심리발달센터 오소정 소장, ‘마음 속 감기 참지 마세요’:내외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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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나무심리발달센터 오소정 소장, ‘마음 속 감기 참지 마세요’

편집부 | 기사입력 2014/03/28 [10:51]

[인터뷰] 나무심리발달센터 오소정 소장, ‘마음 속 감기 참지 마세요’

편집부 | 입력 : 2014/03/28 [10:51]


▲ 심리치료를 통해 많은 보람을 느낀다는 나무심리발달센터 오소정 소장

 

"마음 속 나무가 건강한 나무로 자랄 수 있기를"

 

[내외신문 = 와이즈뉴스 發] 윤정로 기자 = 성적 압박에 의한 스트레스로 입을 닫아 버린 아이, 자식들을 대학까지 보낸 뒤 자아 상실감에 빠진 어머니, 직장에서 밀려나고 가정에서 소외받는 아버지. 이와 같은 가정 내 문제뿐만 아니라 우리사회에는 많은 심리적 갈등, 문제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과거 급속한 경제 성장 과정을 겪으면서 어린 시절 가정의 울타리 안에서 제대로 된 사회화 과정을 거치지 않아 자신의 분노·감정 조절을 하지 못하고 이른바 묻지마 폭행 사건이 일어나기도 한다.

이런 사회적 상황 속에서 심리치료에 대한 관심은 더

욱 증폭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24일 서울 강서구 내발산동에 위치한 나무심리발달센터에서 오소정 소장을 만나 그가 말하는 치유와 행복의 길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심리치료의 매력은??"저는 다양한 내담자를 많이 만나 보았어요. 다양한 사람들을 경험하며 변화되어가는 과정을 보니 제 직업에 더 빠져들게 되더라구요. 한 사람이 스스로 마음을 치유하고 편안함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데서 오는 보람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의 매력을 느끼곤 했지요. 또 환자들에게 배우는 것도 많고 제가 자신을 바라보는 시간을 갖게 되니 삶을 대하는 태도가 많이 달라졌습니다.

 

약간 프리랜서 개념으로 아이를 낳고도 일주일에 3일 정도 일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양육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직업이어서 요즘 젊은 친구들에게 더 매력적으로 다가갈 것 같아요."

 

-어떨 때 가장 보람을 느끼시나요?
"어렸을 때부터 안 좋은 기억들이나 여러 가지 문제들로 인해 정신과약을 먹고 오는 친구들도 있어요. 이런 친구들이 상담을 통해 자신의 아픔을 이야기하면서 공감과 지지를 받는 과정에서 변화가 일어나는데 처음 상담을 왔을 때는 얼굴도 어둡고 머리도 청결하지 않고 자신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었던 내담자가 상담을 하면서 얼굴의 혈색이 돌고 조금씩 에너지가 생겨 자신을 돌보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볼 때 보람을 느끼죠.

 

한번은 TV방송에 나간 적이 있었는데 그걸 보고 20대 남자와 그 어머니가 찾아오셨어요. 집안에서 컴퓨터만 하고 사회생활을 전혀 하지 않고 있던 친구였어요. 저를 만나고부터 얼굴도 펴지고 일하려고도 하고 꿈을 꾸고 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뿌듯함을 느낀 적도 있어요.

 

이런 식으로 저와 1년 정도 상담치료를 받은 친구들이?잘 되어?연락이 와요. 결혼한다고도 오고, 재수시절 때 만났던 애들은 대학교에 붙어서 오고, 군대 가서 또 첫 면회도 저한테 오거든요. (웃음)

 

상담치료 이후에는 제가 그 친구들에게 치료사가 아닌 일종의 멘토가 되는 것 같아요. 현대사회를 살아가면서 굉장히 각박하잖아요  아이들이 취업스트레스를 받거나, 연애에서 실패를 하거나 하면 그냥 저를 찾아와요. 제가 친구들한테 그러거든요. 특히 남자애들한테. ‘너네 힘든 일 있다고 술 먹지 말고 술값을 상담실로 가지고와‘ 장난으로 그래요. (웃음)

 

처음에는 치료의 관계였다가 치료가 어느 정도 진행되고 상태가 회복되고 나면 ‘좋은이별’이라고 해서 헤어지거든요. 그 다음부터는 멘토, 멘티의 형식으로?갈?때도 있습니다.?저는 이런 점이 정말 좋아요."

 

자아형성의 뿌리 되는 ‘초기양육’이 중요해

 

-‘나무심리’라는 말이 좀 특별한데 설명 좀 부탁드릴게요."심리치료에서 ‘나무’는 ‘자아’를 얘기해요. 아시다시피 나무를 그려봐라 하는 검사도 있잖아요. 예를 들어 나무의 기둥 같은 것을 얇게, 축축 늘어지는 버드나무 같은 그림을 그리면 자아의 힘이 약한 편이에요. 반면에 내면의 힘이 있는 사람은 조금 단단하고 풍성한 나무를 그려요. 이처럼 나무가 자아를 잘 반영하고 있죠.

 

또 뿌리가 좋은 나무는 기둥이 자라고 잎이나 꽃을 피울 수 있는 힘이 있잖아요  그런데 뿌리가 좋지 않으면 아무리 환경을 잘해줘도 사실 잘 자라지 못해요. 그래서 저는 심리치료가 뿌리를 단단하게 하는 작업이라고 봐요. 특히 초기양육을 그 뿌리로 보고 있어요. 아이들의 뿌리를 잘해주어서 좋은 나무로 자랄 수 있도록 돕는다는 의미에서 나무심리라고 했어요."

 

   
▲ 오소정 소장은 초기양육의 중요성을 무엇보다 강조한다.

-초기 양육이 중요하다는 말씀이시네요?
"맞아요. 그래서 저희가 상담을 할 때 어린 시절로 돌아가 그 시절에 무엇이 힘들었고 엄마와의 애착관계에서 어떤 실패를 겪었는지 확인하고 다시 좋은 애착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돕고 있어요.

 

엄마랑 안정적인 관계를 이룬 애들은 신뢰가 있어요. 믿음이 있어요. 사회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에 학교라는 무대에 나가서도 사실 두려움이 없어요. 근데 엄마하고 믿음이 없는 아이들은 사회가 불안한 거죠. 그리고 엄마가 계속 ‘안전해야 돼, 밖은 위험해, 네가 조심해야 돼’ 이런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보내게 되면 아이들도 처음 사회를 접할 때 사회라는 것은 무섭고 두려운 곳이라고 느낄 수 있거든요. 그런데 오히려 엄마가 ‘사회는 안전해, 실컷 즐기다 오거라’ 이런 태도를 취한다면 아이는 사회가 두렵지 않은 거죠. 그래서 엄마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또한 초기양육에서 안정감이 아동기, 청소년기, 성인을 이를 때까지 영향을 주므로 심리치료에서는 초기양육을 중요하게 보는 것입니다.

 

-다양한 심리치료가 있는데 ‘모래놀이치료’는 어떤 건가요?
"사실 꿈을 분석하거나 어린 시절을 분석하는 것은 정신분석적인 접근으로 들어가는 거예요. 그림을 그려보는 것도 그 사람의 자유연상을 통해 무의식을 보는 작업이거든요. 그런데 경직된 사람들은 꿈도 안 꿔지고 그림 그리는 것도 불편해 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럴 때 ‘모래놀이치료’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모래상자가 어찌 보면 마음의 상자라고 볼 수 있거든요. 상자 안에서 모래를 가지고 자신의 무의식을 표현하게 되기 때문에 '눈을 뜨고 보는 꿈'이라고도 합니다. 처음 이것을 소개할 때는 모래 속에 손을 집어넣고 좀 만져도 보고 느껴도 보게 해요. 그래서 스킨십하고도 연관이 되어있어요. 성인들은 모래를 만지며 어린 시절을 연상하기도 합니다.

 

모래를 젖히면 바닥에 바다가 나와요. 바다를 꾸며도 되고 대지를 꾸며도 되요. 피규어들 중에 마음에 드는 것을 올려놓게 하면 그 안에서 이 사람이 어떤 메시지로 얘기하는지를 알 수 있기 때문에 그 사람의 무의식적 동기를 찾을 수 있어요.

 

성인들의 경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방법으로 다양한 감정의 방패 막을 만들거든요. 그래서 성인들을 대상으로는 이성과 무의식의 통합을 중시하는 융(Jung,1875~1961)의 분석심리학을 주로 이용해 상담을 하고 있어요."

 

-사례가 있을까요?
"한번은 우울증을 8년 넘게 앓아 온 친구가 찾아왔어요. 처음에 왔을 때는 말도 한마디 없이 화난 사람처럼 앉아 있었죠. 그런데 저랑 자연스럽게 모래로 작업하면서 자기가 좋아하는 것들을 가져다 놓고 어린 시절부터 본인의 이야기를 제가 하기도 전에 하더라고요.

 

예를 들면, 한 피규어를 내려놓으면서 ‘태권도를 하고 있는 아이가 있어요. 이 아이는 제 동생이에요. 어릴 때 엄마, 아빠가 맞벌이하느라 너무 바빴기 때문에 제가 동생을 태권도학원에 데리고 다니고 공부도 가르쳤어요.’라고 말하면서 동생과 자신의 관계 이야기도 하고, 또 나루토를 가져다 놓더라고요. 그래서?‘나루토가 여기에 있네요?’ 그랬더니 ‘사실은 제가 사람들하고 사회관계를 다 끊었을 때 유일하게 즐겼던 것이 만화를 보는 거였어요’라며 자신의 환상세계에 대해서 이야기를 꺼내죠. 그럼 거기서 이 친구가 점점 자기 자신을 멀리 떨어져서 다시 보고 느끼고 하거든요. 그러면서 눈물을 흘리고 그 시절에 왜 거기에 빠질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요. 자기도 모르게 무의식중에 올려놓은 것이 자기일 때도 있죠."

 

   
▲ 모래놀이치료. 피규어를 모래 위에 늘어 놓으면서 숨겨진 무의식의 자아가 표현된다. 30대 여성의 '남동생과 나의 일과'(우측상단), 40세 여성 '행복이 가득한 가족파티'(우측하단)

-요즘 이혼율이 빠른 증가 추세에 있는데 특히 커플부부상담도 눈에 띄네요.?
"얼마 전에 상담한 커플은 남자친구가 유학가기 전에 본인들의 마음을 알고 싶어 시작했지만 나중에는 서로 가지고 있는 양상, 바뀌지 않는 패턴을 확인하고 그것이 어디에서부터 비롯되었는지 알게 되요. 결국엔 둘이 왜 사랑을 하게 됐는지 까지도 찾게 되죠. 각자 어느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서로를 찾게 되었는지를 알게 되는 거에요.

 

예비부부들의 경우에는 결혼하기 전에 3개월 동안 상담치료를 받기도 해요. 한 커플이 할 때도 있지만 보통 5쌍이 그룹으로 하게 됩니다. 그럼 서로 비교하며 울기도 하고 헤어져야겠다고도 하는데 이런 과정들이 이혼율을 줄일 수 있다고 봐요. 보통 결혼을 환상을 가지고 하기 쉽잖아요  하지만 결혼 전에 상담을 통해서 상대방의 저 행동은 어렸을 때 어떤 것에서부터 비롯된 것이고 또 자신은 어떤 연유에 의해서 상대방을 원하게 되는지를 이해하게 되는 거죠."

 

심리치료, 스스로 해답 찾을 수 있도록 돕는 것

 

-느끼신 점은 무엇이고 어떤 식으로 상담을 진행하시나요?"요즘 성인들 커플 치료를 하면서 느끼는 것은 연애가 건강하게 움직이지 않고, 뭔가 챙겨주고 선물해주고 전화해주는 등의 서로 간에 보상을 해주는, 그런 것이 사랑으로 고착되어 버린 것 같다는 점이에요. 사실 이것은 건강하지 않은 사랑일 수도 있거든요. 자기 소중함이나 존재감 같은 것들을 스스로 찾을 수 없기 때문에 이성친구로부터 그것들을 채우려고 하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결혼 후 그런 보상들을 안 하게 되면 변했다는 소리를 듣게 되기도 하는 것이구요.

 

한 사람의 연애 패턴은 거의 비슷해요. 만나고 헤어지는 방식이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말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어떤 문제 때문에 헤어짐이 반복되는지 스스로 고찰해보고 느끼는 게 가장 중요해요. 그래서 융 심리학의 아니마(Anima) 와 아니무스(Animus)를 이야기해요. 남성 안에 있는 여성성(아니마)을 탐색하기도 하고 여성 안에 있는 남성성(아니무스)을 탐색하게 하는 작업들을 하는 거에요. 이런 작업들을 통해서 자신의 존재감 확인이 가능해질 뿐만 아니라 상대방에 대한 이해의 폭도 넓어지게 되는 거죠.

 

상담을 하러 오시는 분들 중에서는 결정론적인 해답을 원하시는 경우가 있어요. ‘내가 이혼해야 하는지, 같이 살아야 되는지 얘기해 달라.’ 또는 ‘당신이라면 이런 남자와 살겠느냐?’ 이런 식의 이야기를 듣기도 해요. 하지만 저희들은 답을 주지는 않아요. 가이드라인만 해주고 본인들이 찾아갈 수 있게 도와주는 거죠.

 

‘선택권은 본인에게 있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대신 해줄 수 없다. 자신만이 그것을 해결 할 수 있다’고 말을 해줘요. 해답을 원했던 분은 그 답을 얻지 못해 답답해해요. 그러면 이렇게 말해 줘요. ‘답을 얻지 못해도 상담을 통해 스스로 찾는 법을 터득하는 사람들은 여기서 상담을 종결해도 스스로 방법을 찾아 가는데, 저랑 수십 년 할 건가요?’ 그럼 조금씩 마음이 바뀌어요. 상담을 통해 스스로 판단할 수 있을 때, 자신의 판단에 따른 책임도 질 수 있는 역할까지 할 수 있거든요."

 

   
▲ 심리치료는 가이드라인을 제공해 본인 스스로가 판단하고 해답을 찾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어떤 분들이 주로 찾아오시나요?
"요즘은 사람들의 사고가 많이 바뀌어서 부부끼리 문제가 생기면?네가 잘못했다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기 보다는 같이 오시는 경우도 있어요. 그래서 함께 대화법을 배우고 공감연습도 해요. 그리고 여자들의 경우에 초산을 하고 나서 산후우울증이 오는 경우가 있거든요. 그런 이유로 부부가 함께 아기를 낳고 오시는 분들도 있어요.

 

예전에는 심리치료를 하면 꼭 병에 걸려야지만 하는 것으로 여겨졌는데 요새는 ‘나를 탐색하고 싶다’ 이런 요인으로 많이들 찾아오세요. 일을 하면서 이런 부분이 잘 안 되는데, 혹은 화를 내는 게 잘 조절이 안 되는데 그것도 뭔가의 이유가 있지 않을까 하는 의문을 가지고 오시면 함께 그 이유가 무엇일지 탐색해 보는 거죠. 그래서 의식 속 어린 시절로 다시 돌아가 부모의 양육태도를 살펴보며 탐색하다 보면 ‘나를 돌보지 않은 엄마’ 이런 것들이 나오죠. 왜냐면 그게 정서적 고리로 작용하니까요."

 

인생의 2부, 중년에는 내려놓는 연습 필요

 

-예전보다 심리치료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들었다는 말씀이네요?"우리가 감기가 걸리면 당연히 내과를 가는데 그동안은 마음의 감기가 걸리면 숨기기 급급했던 거죠. 10여년전만 해도 심리치료를 받으러 가는 아이들은 판정을 받았거나 학교선생님이 가라고 해서 가는 경우, 또 성인들도 우울증판정을 받았거나 공황장애 때문에 심리치료를 받곤 했는데 요즘에는 그냥 ‘나를 좀 살펴봐야 되겠다.’ 이런 이유가 많아지고 있어요.

 

그리고 심리파트에서 제일 위기의 시기가 아이들의 사춘기, 그 다음이 중년기거든요. 부모들의 오춘기, 중년의 위기 찾아오면 아이들과 심리적으로 부딪히는 경우가 많아요. 우리나라는 사회적으로 불안정하다 보니 경쟁 구도에 내몰린 구조 속에서 부모와 자식이 서로를 공격하는 상황이 많이 발생하게 되요.

 

이런 시기에 상담을 받으러 오시는 분들이 많아요. ‘아이가 공부를 해야 되는데 안하고 있으니 숨이 안 쉬어진다.’ 특히 부모의 직업군이 좋을 때 ‘나는 이만큼 쌓아서 되게 열심히 살았는데 아이가 집에서 게임만 하고 아무것도 안 하고 무기력하게 지내고 있다. 그걸 보고 있는 내가 너무 힘들다.’ 이런 식으로 오시기도 하거든요.

 

주목할 점은 엄마도 변하려고 한다는 게 놀라운 사실이죠. 이전에는 아이들만 보냈거든요. 제가 상담할 때 이런 이야기를 해요. ‘어머님이 편해지면 아이들이 편해질 수 있다. 어머님이 지금 불안이 높으신 것일 수도 있다. 자신이 안정적이고 행복해야지 아이들을 행복하게 키울 수 있다’라구요. 자기 자신이 불안하고 분노에 차있다면 아이들은 늘 불안을 같이 경험하는 거니까요. 아이들이 매번 와서 ‘우리 엄마 아빠는 내가 잠시 화장실만 가도 뭐해  이렇게 얘기한다. 내가 볼 때는 엄마의 불안인 것 같다.’ 그렇게 얘기하거든요.

 

아무래도 엄마가 내려놓는 게 좀 되어야 되겠죠. 심리학자 융도 중년기 때는 내려놓아야 하는 게 무엇인지, 또 거기에 채워져야 되는 게 무엇인지에 대해서 고민하라고 이야기해요. 왜냐하면 한 45~50세 정도까지의 인생의 절반을 산 인생 1부에서는 뭔가 취득하는 것에 매진을 해 성공궤도를 그리지만 그 이후 인생의 2부에서는 내려놓고 베풀어야지 뭔가 취득하고 얻으려고 하면 그것은 욕심이라고 하는 거죠. 인생의 절반은 취득하는 데 애쓰지만 그 후 절반의 삶에서는 내려놓고 베풀고 놓아 지는 게 좀 돼야 밸런스가 맞다고 보거든요. 하지만 쉬운 일은 아니죠. 상담을 해 보면 엄마들이 내려놓는 게 제일 힘들다고 하시더라고요."?

 

   
▲ "중년기에는 내려놓아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또 거기에 채워져야 되는 게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이 필요해요"

-심리학 이론들이 어떤 식으로 실제에 적용이 되나요?
"예를 들어, 아이들을 너무 과잉보호를 하고 절대 절망시키려 하지 않는 엄마들에게 이론적인 것을 설명해줘요. 위니캇의 절대적인 의존기라는 것이 있어요. 엄마가 수유를 해 주는 어릴 때 아기가 전능감을 경험한다는 거죠. 아이가 우유를 먹고 싶을 때 엄마가 딱 수유를 해주고 똥을 싸면 바로 기저귀 갈아주는 식으로 엄마가 아이의 욕구에 바로 답할 때 아이는 마치 자신이 전능해서 그 욕구를 충족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거에요.

 

이후 6개월이 넘어가면 상대적 의존기가 오게 돼요. 아이가 뭔가를 원했지만 얻지 못할 때,이건 약간의 좌절이잖아요  이런 점진적인 좌절을 하면서 아이들은 ‘좋은 엄마도 나쁜 엄마도 둘 다 내 엄마구나’라는 경험을 통해 욕구도 생기고 창의성과 공격성도 살아나면서 발달이 시작돼요.

 

그래서 발달이 늦게 오는 아이들 중에는 엄마가 아이에게 전혀?좌절 경험을?안 시킨 경우가 있어요.?적절한 좌절 경험은 성숙해가는 과정인데 그 경험을 못한 아이는 계속해서 전능감에 살고 있는 거죠. 아이가 아직도 전능감에 살고 있는 거죠. 자신의 통제대로 안 되면 못 견디는 아이들이 있거든요. 이를테면, 걸음마를 배울 때 넘어졌다 일어졌다 무릎이 조금 아파야지 아이가 좌절감도 느끼고 발달이 이루어지는데, 넘어지려고 그러며 안아주고 이런 식으로 절대 절망감을 안겨 주지 않는 거죠. 그렇게 되면 아이는 걸음걸이부터 다 늦어지거든요.

 

이런 이론적인 설명을 해 드리면 엄마들은 그것에 따라서 ‘내가 이런 부분에서 아이를 너무 과잉보호를 하고 있구나, 아이들은 적절한 시기에 실패의 경험도 필요하구나’ 이런 점들을 실생활에서 느끼고 배우게 돼요. 그렇기 때문에 이해도 빠르세요."

 

심리치료에 대한 편견, 조금씩 사라지길 희망

 

-앞으로의 계획, 바람이 있다면?
"지금보다 폭 넓은 사랑을 하고 싶어요. 그 동안은 제 공부나 저희 치료실 이런 쪽에 에너지를 주로 썼다면 이제는 범위를 조금 넓혀서 재능기부 같은 봉사도 더 많이 하고 싶은 마음이에요. 요즘 치료사들분들이 함께 책을 써서 그 기금으로 청소년들에게 후원을 해준다든지 보이지 않게 조용한 곳에서 파급효과를 내고 있는 경우가 많거든요. 저도 사실은 그런 것에 동참하고 있지만 이런 부분들이 좀 더 활성화되어야 사회에 조금이나마 더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제가 봤을 때는 그래도 저희 같은 치료사들이 사람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힘이 조금이나마 더 있으니까 소외된 분들에게 따뜻한 말 한 마디라도 해 드릴 수 있다고 봐요. 물질적으로 뭘 해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냥 그분들의 이야기만 들어드려도 마음이 후련하다고 하시는 경우도 많거든요. 그 만큼 이야기할 사람이 없고 사회가 많이 소외됐다는 이야기죠.

 

   
▲ "마음 속 감기 참지 마세요" 거리낌 없는 편한 마음으로 심리치료를 받을 수 있는 풍토가 조성되길 희망한다고

저는 사실 사람들이 심리 치료실에 좀 가벼운 마음으로 오셨으면 좋겠고 힘들 때는 누군가가 요청하는 것들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얼마 전 출연했던 ‘아버지, 길을 묻다’라는 제목의 KBS다큐에서도 소외받는 50대 아버지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정말 짠했어요, 국가에서도 아이들에 대한 지원은 많지만 중년기 퇴직자들을 위한 것은 거의 없거든요. 아버지들이 너무 힘든 시기에요. 대부분 남성들이 술로 풀잖아요  왜냐하면 어려서부터 우는 것에 많은 제약을 받은 영향이죠. 치료실에 편하게 와서 실컷 울고 다시 마음을 추스를 수 있는 상황으로 변해갔으면 좋겠어요.

 

아직까지 성인들을 위한 치료실들이 많지는 않아요. 앞으로는 성인들도 자연스럽게 마음의 감기가 걸리면 편하게 치료를 받으러 올 수 있는 그런 환경이 조성되기를 희망해요. 보통은 그 감기가 곪고 곪아서 정말 죽음으로 왔다 갔다 할 때 저희를 찾아오시거든요. 그게 제일 안타까워요. 감기는 초기에 관리를 잘하면 금세 좋아지잖아요  근데 암이라는 것은 잘라내야 할 뿐만 아니라 치료도 장기간이 될 수밖에 없죠. 심리치료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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