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Undefined index: HTTP_ACCEPT_ENCODING in /home/inswave/ins_news-UTF8-PHP7/sub_read.html on line 3
[서은영의 네 글자로 보는 세상]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구나!:내외신문
로고

[서은영의 네 글자로 보는 세상]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구나!

편집부 | 기사입력 2013/12/18 [14:24]

[서은영의 네 글자로 보는 세상]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구나!

편집부 | 입력 : 2013/12/18 [14:24]


 

兎死狗烹

(토끼 토, 죽을 사, 개 구, 삶을 팽)

[출전] 史記(사기) 淮陰侯列傳(회음후열전)

토사구팽은 토끼사냥이 끝나면 사냥개는 삶아 먹힌다는 뜻으로, 쓸모가 있을 때는 긴요하게 쓰이지만 쓸모가 없어지면 미련 없이 버려진다는 말이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는 ‘甘呑苦吐(감탄고토)’와 뜻이 유사하다.

초패왕 항우를 멸하고 한나라의 고조가 된 유방은 한나라를 세우는 데에 업적이 큰 한신을 초왕에 책봉했다. 그런데 이듬해, 항우의 맹장이었던 종리매가 한신에게 몸을 의탁하고 있다는 사실을 안 유방은 한신에게 당장 압송하라고 명하였다. 그러나 종리매와 오랜 친구사이인 한신은 유방의 명을 어기고 그를 숨겨 주었다.

그러자 유방에게 한신이 반역을 꾀하고 있다는 상소가 올라왔고 진노한 유방은 한신을 칠 계획으로 제후들에게 운몽호로 집결하도록 명했다. 그제야 한신은 예삿일이 아님을 직감하였고 반기를 들 생각도 하였지만 죄가 없는 이상 별 일 없을 것이라 믿고서 순순히 유방의 명령에 따르기로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교활한 신하가 한신에게 종리매의 목을 유방에게 가지고 가 환심을 사도록 권했고, 이 말을 한신이 종리매에게 하자 종리매는 크게 화내며 말했다.

"고조가 초나라를 치지 않는 것은 자네 곁에 내가 있기 때문일세. 그런데도 자네가 내 목을 바치겠다면 당장 내 손으로 잘라 주지. 하지만 그땐 자네도 무사하지 못할 것임을 잊지 말게나." 하고는 종리매가 자결하자, 한신은 그의 목을 가지고 유방을 배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적으로 포박 당하자 한신이 통탄하여 말하길,

“교활한 토끼를 사냥하고 나면 좋은 사냥개는 삶아 먹히고,

하늘 높이 나는 새를 다 잡으면 좋은 활은 곳간에 처박히며,

적국을 쳐부수고 나면 지혜 있는 신하는 버림을 받는다고

하더니, 한(漢)나라를 세우기 위해 분골쇄신한 내가,

이제는 쓸모없게 되니 죽게 되는구나.”

이 말을 들은 한고조 유방은 한신을 죽이지는 않았으나 회음후(淮陰侯)로 좌천시킨 뒤 주거를 도읍인 장안으로 제한했다.

세계 각국의 역사를 보더라도 개국공신들이 찬밥 신세가 되거나 숙청당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평소에는 인간의 믿음과 의리를 강조하다가도 이권만 개입되면 사정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특히 정치판에서 권력 다툼이 일어나면 더욱 살벌해진다.

1인자가 되기 위해서 꼭 필요했던 인물도 1인자가 된 후에는 오히려 걸림돌이 되어버리기도 하니, 어려움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람과 기쁨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다 따로 있다는 말도 이래서 나온 것일 게다.

현명한 이들은 혁혁한 공을 세운 다음에는 미련 없이 정계를 물러났기에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었으니, 본인의 소임을 다 한 후에는 보상에 대한 기대도 빨리 벗어던지는 것이야말로 천수를 누릴 수 있는 길일 것이다.

‘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말도 있듯이 새 시대에는 새 인물도 필요할 법도 한데, 이미지 쇄신을 위해 필요했던 신선한 인물들도 이용가치가 없어지면 토사구팽이 되기도 하니 정말이지 정치판은 요지경 속이 아닐 수 없다.

이 기사 좋아요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