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Undefined index: HTTP_ACCEPT_ENCODING in /home/inswave/ins_news-UTF8-PHP7/sub_read.html on line 3
청계하류의 초록 유희:내외신문
로고

청계하류의 초록 유희

이승철 | 기사입력 2010/07/10 [18:29]

청계하류의 초록 유희

이승철 | 입력 : 2010/07/10 [18:29]


꼬리조팝꽃 가득 핀 청계천 하류

 

비가 멈춘 뒤의 청계천 하류는 풋풋한 풀내음으로 가득합니다.

활짝 핀 꼬리조팝꽃의 화려한 자태를 두고 벌과 나비가 그냥 지나칠 수는 없겠지요.

 

영롱한?물방울까지 머금은 꼬리조팝꽃을 렌즈속으로 끌어들이면

미세한 꽃잎과 꽃술의?조합이 아름다움을 넘어 환상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이렇게 작은 꽃들을 카메라에 담아낼 때, 나 같은 아마추어 사진가들이

50mm?점팔 캐논 단렌즈에 매료되는 이유를 조금씩 알아가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개망초, 원추리가 어울어진 풀밭

 

개망초와 가장 잘 어울리는 친구로 샛노란 애기똘풀만 있는줄 알았더니

주황색?원추리가 곱게도 어울어진 풀밭을 보노라면 개망초의 친구가

한 둘이 아님을 깨닫게 되는?생각 속으로 청계의 물소리가 흘러 들어옵니다.

 

 

도심의 도로분리대 화단에 핀 원추리는 수없이 매달린 진드기와 매연으로

인고(忍苦)의 시간을 보내는 동안 이곳의 원추리는 평안속에 자유롭습니다.

단지 향기를 발하지 않는 원추리가 가끔은 애닯습니다.

 

풀숲이 고개를 치켜세우는 청계하류가 비 온 뒤에 유난히 제 빛을 발하는 것은

물소리, 새소리, 바람소리와 함께 사람이 어울릴 수 있는 쉼터 공간이

아낌없이 놓여있기 때문이기도 한데...

 

하동 매실거리 빈 의자에 앉아 흐르는 땀을 훔처내며 숨을 고르다 보면

삶의 군더더기 정도는 얼마든지 떨쳐버릴 수가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어디서 흘러들어 개망초 어깨위에 걸터앉았는지 모를 낙엽 한 조각까지

서정의 깊이에 담아두면 시향이 번져나와 삶에의?여유가 되기도 합니다.

 

여린 개망초의 또 다른 친구 배추흰나비는 이웃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순백의 마음씨까지 닮았으니 개망초가 유난히 좋아하는 곤충이기도 할겁니다.

 

 

?살아있는 것들은 생명 그 자체만으로도 아름답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버드나무 잔영만 간혹 청계천의 침묵을 흔들어 깨우는 그 속에

회색 외가리의 동선도 잠시 멈추어 버렸지만 이 역시 살아있는 자연과 함께 하니

단지 외롭게만 보일 뿐 전혀 외로운 생명체가 아님을 확신합니다.

 

물방울을 닮은 이녀석이 가득 피어난 샛길을 가다가?혼이 나기도 하는데

바지 끝단이라도 스치게 되면 언제 붙었는지도 모르게 달라붙어

때어내는데 애를 먹게 되니 그렇습니다.

 

모습은 영롱한 물방울이 대롱대롱 매달린 듯 한데도 비 온 뒤면

자신을 스쳐지나는 사람을 성가시게 하는?풀꽃인데 이름은 모릅니다.?

 

먼저 피어난 개망초는 그간의 이야기를 빼곡히 적어놓은 일기장을 덮어두려는지

계란후라이 흰자같은 하얀 꽃잎을 떨구어낸 뒤 노란자만 남겨둡니다.

 

초록빛, 그 풋풋함의 여유

빗물도 풀섶에 몸을 누이면 영롱한 아침 이슬이 되나 봅니다.

 

초록을 더욱 초록빛으로 물들게 하고 대지의 목마름까지 보듬는 것은

이처럼 작은 것에서 부터 시작되니 자연의 순고한 약속의 이행(履行)입니다.

잿빛 쓸쓸한 콩크리트벽을 타고 오르는 개머루 덩쿨의 행진을

한참을 걸으며 즐기게 되는데 정말이지 풋풋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가끔은 청계 하류에서 이런 보는 즐거움의 호사도 누려보게 되는데

누가 특별히 보살피지 않아도 해마다 이맘때 쯤이면 알알이 맺힌 열매를 품고는

스스로를 키워나가는 식물의 생명력에 감탄과 경외심이 절로 생겨납니다.

 

습기찬 목피에 기생하며 생명의 끈을 놓치지 아니하는 하찮은 목이버섯도

청계천은 지독한 대결의 대상이 아닌 상생의 동반자로 생각할 것이 틀림없습니다.

 

새들이 날아드는 담양대나무길

 

 

새들이 떠난 숲은 사람에게 외롭고 적막하겠지만?도심의 청계천은 그나마

마지막 희망까지 저버리지 않은걸로 봐서 작은 숲은 살아나고 있습니다.

 

사실, 청계 하류에서 숲을 찾는다는 것은 무모할지도 모르겠지만

신답역사 콩그리트 담장 옆으로 길게 뻗은 담양산 대나무와 하동 매실수,

담쟁이, 머루덩쿨이 뒤엉키어 자라나는 곳이 숲이라면 숲이라 할 수 있을텐데,

 

새들은 잊지않고 이곳을 놀이터로 생각해 주니 고맙기 그지없습니다.

 

새들이 들려주는 청량한 목소리와 날개짓 동선에서 내일의 희망을 읽게 되니

회색빛 주말 오후 나절이 그렇게 감사할 수가 없습니다.

 

여름 코스모스가 벌써 피었다 지는건가요?

 

제 잎을 떨구어내는 코스모스도 있은 것을 보니?꽃을 피운 날수가

제법 지났나 본데 여름 코스모스와 가을 코스모스의 차이는 계절의 느낌에서?나올테니

서정 가득한 가을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뙤약볕에 피곤한 지금의 코스모스도

어여쁘게 쳐다보아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청계 하류 어로(魚路)에는 오늘도 물고기를 잡기 위하여 모여든

고독한 회색 신사 외가리가 조용히 섰는 모습은 여전히 평화롭습니다.

 

세렝게티 푸른 초장을 꿈꾸는 산양의 쉼터이지만 사람의 삶도 함께 머무는 곳,

 

그리고, 어린 오누이의 기다림이 조용히 드리워진 청계천 하류로 가는 길은

징검다리 놓여진 물길과 푸른 풀밭길을 다스리며 지나야 하는데...

 

?살곶이공원에서 뿜어나오는 하얀 물줄기로 한여름날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소리가 가득 채워질 것 같은 청량감이 벌써 부터 시작되기도 합니다.

?뒤돌아 보면 여전히 도시를 떠난 공간이 여운으로 남아 기억을 잡아당기는 곳,

새들과 물고기와 물과 바람과 풀꽃과 버드나무가 드리워진 청계천 하류는

생각만으로도 나를 내려놓고 싶은 곳이기도 합니다.

 

 


이 기사 좋아요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