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철 칼럼] 이른바 ‘정권교체론’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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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철 칼럼] 이른바 ‘정권교체론’에 대해
  • 이종철 철학박사
  • 승인 2022.03.04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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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들의 역동적인 변화 요구는 유별나다. 일본은 수십 년 된 자민당이 아무리 문제가 많어도 당명을 바꾸지 않는데 한국은 선거철만 되면 수시로 이합집산을 거듭하고 당명도 너무 자주 바꿔서 특별히 관심을 두지 않는 한 그 정체를 판단하기가 쉽지 않을 정도다. 미국이나 영국 등 대부분의 선진국의 정당사를 보아도 거의 변화가 없는데 왜 한국은 이렇게 여와 야,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당명을 바꾸는지 알 수가 없다. 이것을 한국 정치의 불안정성으로 보아야 할지 아니면 한국인들의 정서 불안으로 보아야 할 것인지, 아니면 한국인들의 다이나믹한 정치의식으로 보아야 할 것인지, 아니면 그것들 모두가 함께 작용해서 그런 것인지 당췌 알기가 쉽지 않다. 아무튼 분명한 것은 한국인들은 끊임없이 바꾸기를 좋아한다는 것만은 진실일 듯 싶다.

 

오래전 대통령 선거에서 로고 송으로 당시 유행하던 가수의 노래가 사용된 적이 있다. 그 당시도 정치 변혁에 대한 욕구가 강해서 그런지 이 로고 송이 선거판의 성격을 규정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바로 이정현의 "바꿔"라는 노래다.

 

모두 제정신이 아니야 다들 미쳐가고만 있어

어느 누굴 믿어 어찌 믿어 더는 못 믿어

누가 누굴 욕하는 거야 그러는 넌 얼마나 깨끗해

너나 할 것 없이 세상 속에 속물들이야.

바꿔 바꿔 바꿔 모든 걸 다 바꿔

바꿔 바꿔 사랑도 다 바꿔

바꿔 바꿔 거짓은 다 바꿔

바꿔 바꿔 세상을 다 바꿔"

 

"바꿔 바꿔 바꿔 모든걸 다 바꿔" 라는 가사는 가수 이정현의 호소력 있는 고음과 함께 그해 선거판의 변화 욕구를 여지없이 채워주었다. 한 마디로 대중가요가 정치판의 욕구를 아싸리하게 풀어준 셈이다.

이종철 철학박사
이종철 철학박사

 

주역의 계사전에도 이런 변화에 대한 기술이 있다. 우리는 흔히 궁즉통이란 말을 사용하는데, 계사전에 표현된 정확한 내용은 이렇다. ”궁즉변이고, 변즉구이고, 구즉통이다.“ 다시 말해 어려움에 처하면 변화와 개혁을 시도하고, 이러한 시도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면 오래 지속할 수 있고, 그 때 비로소 만사가 형통해진다는 의미다. 그런 의미에서 바로 궁즉통이 아니라 중간 과정에서 지속적인 변화와 개혁을 할 때 비로소 궁즉통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중요한 것은 변화와 개혁이 수반되지 않는 상태에서 문제의 해결을 요구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현재 한국의 대선판에서 가장 큰 화두는 정권교체론이다. 야당은 이 '정권교체론'을 전면에 내세워 대통령 후보로서의 자격이나 자질이 크게 미달한 윤석열을 밀고 있다. 앞서 몇 차례의 글에서 지적했듯, 그들은 윤석열이 대통령 깜이 안 되는 후보임에도 불구하고 그를 중심으로 보수 야권과 중간 지대의 회색 집단까지 대거 끌어들이는 전략을 펴고 있다. 윤석열은 과거 조국 사태에서 보여주었듯 거의 편집증 환자처럼 일단 공격 목표가 세워지면 좌고우면하지 않고 돌격하는 멧돼지 스타일이다. 윤석열의 이러한 스타일이야말로 절치부심 정권교체를 바라는 보수 기득권 세력들이 보기에는 자신들의 욕구를 풀어줄 수 있는 화신이나 다름없다. 이런 맥락에서 현재의 대선가도에서 보수 기득권 세력이 말하는 이른바 권교체론이 가장 핵심 주제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결론 부터 말하면 나는 이런 요구가 기득권을 고수하려는 극우 보수주의자들의 탐욕을 위장한 허구적 구실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이미 검찰 개혁을 무산시키려는 수많은 집단적 반발에서 보았듯, 개혁의 화살이 자신들의 심장을 향하고 있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때문에 개혁이 아니라 그저 이 정권을 뒤집어서 다시 옛날로 돌아가고 싶은 욕망을 저 구실 좋은 정권 교체론으로 위장한 것이다. 이런 정권 교체론은 전략적으로도 어느 정도 성공해서 대선 정국에서 정치 지형을 야권의 의도대로 짜는데 유리한 역할을 하기도 했다. ‘정권 교체론은 앞에서 문재인 정권의 경제 정책 실패, 부동산 정책 실패, 최저 임금제의 실패, 방역 대책 실패 등 한 마디로 총체적 실패, 부패와 무능 등 온갖 수식어를 동원해서 현 정권을 바꿔야지만 살 수 있다고 공갈도 치고 협박도 하는 것이다. 오죽하면 중간 지대에서 눈치만 열심히 보던 지식인 집단들도 대거 보수 우파로 이동해서 정권을 바꿔야지만 현재의 고통을 피할 수 있다고 입에 거품을 물고 있는 지경이 되었을까? 한 마디로 보수 기득권의 정권 교체론의 선전 선동 효과는 어느 정도 약발이 미친 셈이다. 그토록 절대 단일화는 없다고 여러 차례 맹세하다시피 한 안철수가 막판 시간에 쫓겨 윤석열의 팔을 들어주면서 한 소리도 정권교체를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공갈을 쳤겠는가?

 

하지만 조금만 정신을 차리고 보더라도 보수 기득권 세력의 정권 교체론은 허구적인 기만에 불과하다. 도대체 무엇을 위해 바꾸자는 것이 분명하지 않고, 왜 바꾸는가에 관해서도 근거가 너무나 희박하기 때문이다. 최저 임금을 빠르게 올려서 자영업자들을 힘들게 했다, 부동산이 가파르게 올라서 청년 세대와 집 없는 서민들의 희망을 꺽었다, 실패한 방역 대책 때문에 자영업자들의 생존을 벼랑 끝으로 몰아갔다는 등 여러가지 이야기가 많다. 남북 관계는 도로 옛날이고, 한미 관계도 예전같지 않다 등등이다. 하지만 그 내력을 상식적으로 따져만 보아도 지나치게 현상을 과장하고 호도한 측면이 많다. 많은 이들이 급격한 부동산 가격의 상승을 가장 큰 정책적 실패라고 지적하지만, 이 문제는 부동산을 투기의 수단으로 간주하는 국민 대다수의 욕망과 관련이 깊어서 단순하게 판단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기대 욕망이 급격하게 늘어나면 정책적으로 잡는 데도 한계가 있다. 이런 현상은 주식 판에서 벌어지는 현상과 비슷해서 꼭대기를 찍지 않는 한 결코 막을 수가 없는 일이다. 결국 이런 투기판에서 희생 당하는 자들은 안타깝게도 뒤늦게 뛰어든 초짜들만 당하는 것이다. 정부는 이런 투기판을 막기 위해 각종 부동산 정책을 썼지만 한 번 달구어진 투기 수요를 바로 차단하기는 어렵다. 이런 정책들의 효과는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야지만 나타나는데, 금년 들어 꺽인 부동산 가격 조정이 바로 그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것 자체를 부동산 정책의 실패라고 본다면 그것은 시장을 거시적으로 보지 못하는 피상적인 분석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부동산 문제는 인구 절벽 현상을 고려해야 하고, 각종 세제 및 제도개혁 문제와 국토균형발전 문제를 총체적으로 고려해서 풀어야 할 과제이다. 덧붙여서 하나 더 지적을 한다면 왜 노무현 정권이나 문재인 정권에서 보듯, 진보 정권에서 더 부동산 투기 심리가 발흥하는가를 풀어줄 필요는 있겠다. 문제는 이런 것들을 막무가내 정치적으로 해석하려는 보수 기득권 세력의 음모가 더 크다고 하겠다.

 

방역 대책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한국의 대 코로나 방역 대책은 OECD 내의 그 어떤 국가들에 비해 성공적으로 잘 이루어진 편이다. 이런 경우는 다른 국가들과의 비교 분석을 하면 잘 드러난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영향과 관련해 가장 주목할만한 면은 이른바 선진국이라 생각했던 영미권과 유럽권이 초토화되면서 그들의 의료제도와 국민들의 방역 의식의 민낯이 완전히 드러났다는 점이다. 과거 이런 질병 문제는 의료 서비스 제도의 수준이 떨어지고 국민들의 예방 의식도 낮은 저개발 국가들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던 현상이었다. 그런데 코로나 바이러스는 그런 일반적 상식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세계 최선진국이라 할 미국과 유럽의 각국은 코로나 바이러스 정국을 거치면서 수십만의 인명을 상실했고, 그로 인한 사회적 혼란과 천문학적 비용을 댓가로 지불했다. 과거에는 상상도 하기 힘든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전쟁으로 치면 이것은 완전한 패배에서 기사회생한 상황이라 할 수 있는데, 아직도 그 여파를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다. 한국은 그런 상황과 비교 자체가 의미가 없을 정도로 사망자 숫자나 확진자 숫자가 절대적으로 작다. 이런 점은 전 세계 언론이 인정을 해서 오죽하면 K-컨텐츠와 빗대서 K-방역이란 신조어까지 만들어졌을까? 그런데 이런 차이를 외면하면서 국내의 보수 언론들은 국민들을 바보 취급하듯 허구헌 날 방역 실패 타령만 하고 있다. 언론은 무엇보다 팩트에 기초한 공정한 비판을 사명으로 삼아야 할텐데, 오로지 비판을 위한 비판만 일삼으니 그런 언론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극에 달하고 있다. 물론 방역과 관련해 문 정부가 무조건 잘했다는 것은 아니다. 당장 생계 의 벼량 끝에 내몰린 자영업자들의 현실을 제대로 살폈는지, 왜 그들만 코로나 방역의 짐을 일방적으로 지게 되었는지의 문제를 생각하면 정책 판단의 미스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지나치게 획일적으로 방역 기준을 적용하다 보니 산과 들 그리고 해변과 같은 지역에서도 똑같은 기준을 적용한 점과 확진자 숫자 위주의 기계적 판단으로 인해 질적인 정성 판단을 하지 못해 좀 더 세심하게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면도 적지 않다. 하지만 이런 문제들은 인류가 처음 경험해 보는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충분히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이지, 그것 자체를 영미권이나 유럽권에서 빚어진 최악의 상황과 비견될 수 있는 것처럼 비난하는 것은 비판의 과녁을 벗어나도 한 참 벗어난 것이다. 이제라도 중요한 것은 코로나를 거치면서 가장 큰 피해를 본 자영업자들의 영업 수준을 회복시켜주고 제도적으로 보상해주는 대책에 있다. 그들이 피부로 느끼는 개선이 없다면 문 정권을 향한 원성이 하늘을 찌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정책적 문제들 역시 야당이 주장하듯 아전인수격으로 정권 교체론을 내세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다른 문제들도 오십보 백보다. 오히려 문정권은 경제 문제와 관련해서 볼 때 실보다는 득이 훨씬 많다고 할만큼 선방했다. 일본의 반도체 공격에 대해 적극 방어함으로써 오히려 일본의 공급망 채널이 무너지고 한국의 반도체 부품 산업을 키운 것이 그렇다. 또한 견고한 수출 드라이브를 배경으로 한국의 수출 규모는 코로나 이전을 넘어서 가장 큰 무역 흑자를 냈다. 이런 현상은 OECD 내의 어떤 국가들보다 앞선 것이다. 결국 그들이 주장하는 정권 교체론이라는 것은 그저 바꾸기 위한 막무가내식 요구일 뿐 전혀 합리성이나 대안이 없는 정치적 선전에 지나지 않는다. 보수 야권은 명박-근혜 10년을 거치면서 4대강 사업의 삽질로 국토를 뒤집고 사대 강을 오염 천지로 만들어 놓았고, 피로 이룩한 한국의 민주주의를 무너뜨렸고, 최순실 비선과 같은 실정으로 인해 마침내 추운 겨울날 국민들이 거리에서 촛불을 들고 이게 나라냐라고 분노하는 상황까지 만들었던 세력들이다. 그럼에도 그들이 석고대죄를 하고 자신들의 정치적 과오에 대해 철저하게 반성을 했다는 이야기를 나는 들어보지 못했다. 그런 세력들이 어느 날 갑자기 어벙이 강화 도령 같은 윤 석열을 앞세워 정권 교체를 요구하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고 국민을 호도하는 행위다. 그것은 기득권 세력의 탐욕과 무능을 감추는 정치적 선전 선동이고 비열한 술책이나 다름이 없다.

 

하지만 저간의 한국 정치의 문제를 조금이라도 반성을 했다고 한다면 작금의 대한민국에서 요구되는 것은 5년마다 단임제 대통령 선거 제도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과 비용, 승자독식을 부추기는 선거제도, 기득권의 세습을 가능케 하는 각종 제도들, 군부 통치가 끝나자 마자 법을 앞세워 여전히 국민 위에서 군림하는 법조 세력들 등을 둘러싼 낡은 법적, 정치적 제도들, 낡은 교육과 사회 시스템들을 뜯어고치는 일이다. 사실 이런 문제야말로 이 시대의 진정한 개혁의 화두이자, 미래를 향한 대한민국호의 순항하기 위한 선결 조건이다. 이런 정치 개혁’, ‘사회 시스템 개혁을 외면하고 그저 선동과 선전에 불과한 정권교체를 주장하는 것은 한국의 정치 현실을 바꾸는 것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다. 그것은 개혁의 초점도 없고, 대안도 없고, 목표도 없는 공허한 구호일 뿐이다. 왜 보수 기득권 세력이 윤 석열을 앞세웠겠는가? 자신들의 공허한 막가파식 정권 교체론을 선무당처럼 떠들기에 윤 석열 만큼 적합한 인물이 어디에 있겠는가?

이제 우리는 좀 더 냉정해져야 한다. 지금 우리 시대가 요구하는 가장 큰 과제는 산적한 정치 개혁사회 시스템개혁을 통해 미래의 혁신적 대한민국호를 만드는 일이다. 이제 더는 과거처럼 정확한 목표도 없고, 그것을 이끌어갈 역량도 갖추지 못한 체 달톰한 말로 국민의 귀를 속이는 정권 교체론이 얼마나 허무맹랑한 선거 구호에 불과한 것인지를 직시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정치 개혁을 어떤 세력이 맡고, 어떤 지도자가 가장 어울리는가를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만이 기로점에 서 있는 대한민국호를 구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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