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투표 전날 새벽에 안철수 후보는 단일화라는 이름으로 대선 레이스에서 또 철수했다. ‘철수’ 정치가 또 철수한 것이다. 보수 언론은 ‘무능하고 무식한 이미지’의 윤석열 후보를 포장하기 위해 단일화라는 포장지를 내세워 끊임없이 여론조사를 통해 여론을 호도하려고 애썼다.

그런데도 촛불시민의 염원과 그들이 내세운 이재명 후보의 역량이 어우러져 지지율이 박빙으로 붙자 애가 타기 시작했다. 그래서 드디어, 윤석열 후보를 노골적으로 홍보하던 보수 언론이 그렇게나 바라던 안철수 ‘보쌈’(친윤 기자 김순덕의 망언)에 성공했다.

하지만 안철수의 철수 정치는 곧바로 여당으로부터 “자리 나눠먹기형 야합”이라고 규정되었다. 안철수 지지층도 배신감으로 극도로 분노에 차서 연이어 탈당하고 있다. 안철수의 행태를 비판하는 댓글이 쇄도하면서 당 홈페이지가 마비되었다.

이번 대선 레이스를 시작할 때 전혀 가능성이 없어 보였던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가 벌인 무능하고 분열하는 정치의 대안으로 기사회생했다.하지만 극적인 화해의 쇼로 다시 윤석열의 지지율이 상승하면서 안철수의 지지율이 하락하자 안철수에게 다시 위기가 시작되었다.

그런데 실상은, 안철수 지지율이 오히려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 상승을 방해하는 역할을 했다. 그래서 이재명은 ‘더 나은 정치개혁’이라는 통합정부론을 제시하면서 상승의 모멘텀을 마련하고자 했다. 상승의 모멘텀이 작용하려고 할 때마다 보수 언론은 안철수와 윤석열의 단일화 프레임을 들이밀며 보수 지지자를 과표집한 여론조사로 여론을 왜곡하였다.

하지만 여론조사로 이재명의 지지율 상승을 더는 막을 수 없게 되자 다 끝난 단일화를 다시 전격적으로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그런데 안철수가 철수함으로써 보수 언론이 기대하던 정권교체 프레임이 강화되는 것이 아닐 것으로 예측된다.

그동안 단일화 프레임으로 억눌린 이재명 후보 지지율이 더욱 상승할 기회가 마련되었다. 최근 발표된 여러 가지 여론 조사를 보면 안철수 지지자 중에서 이재명 후보를 선택하는 유권자의 비율이 높다는 점에서 그 전조가 드러난다.

보수 언론의 윤석열 띄우기 홍보 전략은 단일화라는 정치 공작으로 정점에 도달했다. 하지만 촛불시민의 집단지성아 이 정점을 밟고 미래의 정치를 열 것이다. 촛불혁명을 완수하고자 하는 촛불시민과 다시 과거의 구체제로 회귀하려는 엘리트 세력의 대결에서 안철수의 철수는 오히려 촛불시민에게 미래의 길을 터준 셈이다.

이러한 역사적 과정이야말로 독일의 대철학자 헤겔이 말한 ‘이성의 간지’( List der Vernunft)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