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철 칼럼] 여우가 무서워 피했더니 호랑이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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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철 칼럼] 여우가 무서워 피했더니 호랑이를 만나다
  • 이종철 철학박사
  • 승인 2022.02.20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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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철 철학교수
이종철 철학교수

이번 대선은 이해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박근혜 정부의 실정을 탄핵하기 위해 추운 겨울 날 촛불을 들고 나섰던 게 바로 엊그제 같은데 다시 현 정권 교체를 요구하는 드라이브가 아주 강력하기 때문이다. 아직 5년도 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실정으로 퇴진한 정부를 다시 지지한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가능할까? 퇴진한 당이 그 사이 분골쇄신했다는 이야기도 없이 구태를 되풀이하고 있는 것을 보면 그야말로 요상한 수수께끼라고 해도 이상하지가 않을 정도이다. 아마도 이렇게 된 데는 강력한 기대를 걸었던 문 정권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것에 대한 실망이 컸기 때문도 하나의 이유가 될 것이다. 하지만 지난 4년 동안 국민의 기대에 미흡한 면이 있을지 몰라도 문 정권이 크게 실정한 것은 없다. 그럼에도 정권 교체를 강하게 원한다는 데는 아마 다른 이유가 작용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 중 하나는 조국 사태 거치면서 민주당 기득권 세력의 안하무인격 내로남불에 대한 실망과 함께 그 *이 그 * 아닌가라는 판단이 있었을 것이다. 다른 하나는 역시 조국 사태가 키운 불씨지만, 헤성처럼 등장한 윤 석열을 영웅시하는 분위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나는 이 두 가지가 다 잘못 판단한 것으로 보고, 정권 교체라는 것도 허구에 지나지 않다는 것임을 주장하고자 한다.

 

첫째, 조국의 처가 자식을 위해 동양대 문서를 위조한 사실 관계는 이미 그로 인해 대법원 판결을 받아 4년 징역형을 받았으니까 그것 자체를 변호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수사 당시부터 문제가 되었지만 엄청난 인력과 자원을 투입한 것 까지는 인정해준다 해도. 별건 수사로 저인망 훑듯 표적 수사한 결과는 너무나 초라한 것이다. 대학의 입시 당국도 별로 의미 부여를 하지 않는 표창장 하나로 기소를 한 것은 지나가던 소도 웃을 일이다. 이런 식의 수사에서 벗어날 수 있는 사람들이 누가 있을까? 이는 법을 앞세운 횡포나 다름없다. 요리를 하라고 칼을 쥐어 주었더니 뒷골목의 강도로 돌변한 것과 다르지 않다. 사정이 그렇다고 한다면 박사학위 논문을 표절하고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혐의를 받고 있는 처 김건희나 의료보험료를 부정 수급하고 통장 잔고를 위조한 혐의로 재판이 진행중인 장모의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그렇게 관대할 수 있을까? 내로 남불이 따로 없다. 

 

'법은 만인에게 평등하다'는  원칙은 근대 법치주의의 기본 정신이다. 하지만 법은 추상적인 원리와 원칙만을 천명하고 있기 때문에 법 자체가 평등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때문에 법을 다루는 수사기관들이나 법원은 다른 누구들보다 공정성을 위배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형평의 저울을 사법부의 상징으로 삼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런데 조국 일가를 도륙할 때의 검찰의 태도는 과잉을 넘어서 위법적 수준까지 넘나든 정도이다. 그래 놓고도 법을 앞세우니 국민들이 법에 대해, 그리고 사법 기관에 대해 극도의 불신감을 갖는 것이다. 내로 남불이  따로 없고, 귀에 걸면 귀걸이고 코에 걸면 코걸이가 되는 식으로 법이 운용된다면 누가 법은 만인에게 평등하다는 생각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조국 가족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대표적인 공정성 파괴로 역사에 남을 것이다. 사정이 이러한데 그 책임을 조국 전 장관에게만 미룬 것은 이른바 기득권 보수 신문들이 씌워 놓은 프레임일 뿐이다. 현명한 국민은 반드시 이런 진실을 올바로 판단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윤 석열 자신도 공공연하게 이야기하듯 자신을 키운 것은 조국이라고 이야기했다. 그가 검찰에서 수사 검사로 명망이 높았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이름의 영향권은 제한되어 있다. 그런데 조국 사건을 진행하면서 전국적 인물로 등장했고, 이제는 한 나라의 대권을 다투는 유력한 야당의 대표가 되었다. 이쯤 되면 "개천에서 용난다"는 정도를 넘어서 일약 스타의 탄생이라고 할 수 있다. 보수 신문들은 이런 현상을 보면서 약삭빠르게 그를 대권 후보로 치켜 세웠고, 문 정권의 미지근한 태도에 실망한 국민들은 그를 난세를 구할 수 영웅으로 떠 받들기 시작했다. 이런 열풍이 마침내 "차기 대통령은 윤석열이다"는 신화를 창출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과연 윤석열이 그만한 인물이 될 수 있을까? 그를 한 커풀만 벗겨 보아도 이런 신화가 허구적이고 기만적임을 알 수 있다. 

 

앞서도 지적했듯, 검찰 수사를 지휘한 윤석열의 태도는 공정성을 크게 위반한 대표적인 형태이다. 그는 검찰을 바로 세워 달라는 문 대통령의 기대를 저버린 채 엉뚱하게 조국 수사의 파문을 일으키면서 엄청난 물량과 인적 자원을 투입했다. 만일 이런 식으로 개별 수사를 진행한다면 검찰청이 백 개가 되어도 범죄 수사를 제대로 단행할 수 없을 것이다. 때문에 수사 기관은 한정된 자원과 인력을 합당한 사건의 성격에 맞추어 어떻게 효율적으로 배치를 할 것 인지를 고심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조국 사태처럼 무대포식의 수사는 공정성의 위배이자 판단력의 부족이라 할 수 밖에 없다. 아니면 다른 무언가가 개입된 수상한 수사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만일 일국의 대통령이 이렇게 공정성과 형평성을 상실하고 편벽된 통치를 한다면 그 나라의 미래가 불행하게 마감한 박근혜 정부 이상으로 파행을 거듭하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대체로 이런 행동을 보이는 사람들의 유형이 있다. 경험이 작은 우물안 개구리일 수록 그저 자기가 믿는 세상이 세상 자체라고 생각해서 이렇게 행동하는 경우가 많다. 오랫동안 검찰의 특수부에서 활동해온 윤석열의 좁은 시야가 그렇다. 게다가 그의 행동은 오래전 TV 드라마에서도 보여졌던 우직한 돌쇠 이상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일단 결정하면 '앞으로 돌격!'하는 돌쇠의 우직함이 있었기 때문에 그처럼 공정성을 크게 위반한 수사를 단행할 수 있는 것이다. 만일 이런 사람이 일국의 대통령이 될 경우 그 앞날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윤석열은 이미 선거 과정에서도 위험한 발언을 여러 차례 반복했다. 대표적으로 그가 말한 '선제 타격'은 한반도의 특수한 남북간 군사적 대치상황을 감안한다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알 수가 있다. 게다가 군대도 다녀오지 않은 사람이 이런 발언을 했다고 한다면 "무식한 자가 용감하다"는 위험한 인물에게 나라의 명운을 맡기는 도박이나 다름이 없다. 

 

지금 대한민국은 기로점에 서 있다. 미래로 나아갈 것인가, 과거에 발목 잡힐 것인가를 결정해야 할 중요한 시점이 지금이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지도자가 되는냐는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하다. 과거 승승장구하던 대한민국 경제가 IMF를 당했을 때 많은 전문가들은 한국경제의 미래를 비관적으로 보면서 앞으로 20년은 더 걸려야 IMF 체제를 벗어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새로 정부를 맡은 김대중은 대한민국을 이런 위기로부터 벗어나게 했을 뿐더러 미래 성장과 통일을 위한 발판도 마련했다. 덕분에 한국은 몇 년 지나지 않아 IMF 체제를 완전히 벗어날 수 있었고 한국 경제도 새로운 도약 단계를 맞이할 수 있었다. 그만큼 지도자의 역할이 중요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통독 후 독일이 유럽의 중심국가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도 메르켈이라는 걸출한 여성 지도자의 역할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현재의 한국은 그와 비슷한 상황에 있다. 문재인 정부가 촛불 혁명의 결실을 거두지 못한 점에 대해 충분히 실망할 수는 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국민들과의 약속을 수행하기 위해 성실하게 노력을 해온 것은 사실이다. 이런 문재인 정부에 대해 실망을 했다고 해서 과거의 실정에 대한 반성 여부도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치인으로 전혀 검증이 되지 않은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내세운다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도박이나 다름이 없다. "여우를 피하려다 호랑이를 만난다"는 말은 그저 하기 좋은 표현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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