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 기본만이라도 지키는 국회가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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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 기본만이라도 지키는 국회가 돼야
  • 이호연 논설위원
  • 승인 2022.01.21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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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주의가 횡행하는 국회, 예산심사 과정에서의 비밀주의,위원회 구성원들에게 배포된 상세자료의 공개
-대체토론과 축조심사 의무 위반
-RCEP(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을 비롯한 통상 조약의 졸속 처리

대한민국 헌법은 입법ㆍ사법ㆍ행정의 삼권분립을 통해 권력 기관 간의 견제와 균형을 요구하고 있다.

 

삼권 중 입법기관인 국회는 입법과 예ㆍ결산심사 기능, 그리고, 정책이나 예산을 집행하는 행정부를 감시ㆍ견제하는 권한을 보유하고 있다. 이런 까닭에 민생과 관련해 국회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국회가 제 할 일을 하지 못해 민생이 어려움을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느 대선 후보도 국회 개혁과 관련해 아무런 언급도 없다.

 

국회가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한 사례를 짚어보고, 어떻게 고쳐야 할 것인지 살펴보자.

 

이호연 논설위원
이호연 논설위원

국회가 국회법 등을 위반한 대표적 사례

(1) 비밀주의가 횡행하는 국회

국회법에 따르면, 국회의 모든 회의는 원칙적으로 모두 공개하도록 규정돼 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사안을 비밀리에 묻어두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있다.

 

예산심사 과정에서의 비밀주의

국회법에 따르면, 국회의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의 예산 심사는 예산안 제안설명, 전문위원 검토보고, 종합정책질의, 부별 심사 또는 분과위원회 심사, 예산안 조정소위 심사, 찬반 토론의 순서를 거쳐 확정되어야 한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속 국회의원이 50명에 달해, 본격 심사는 통상적으로 여야 의원 15명으로 구성된 예산안 조정 소위에서 이루어진다. 그런데, 예산 심사 마지막 과정은 예결위원장과 여야 간사로 구성된 ()소위에서 결정되고 있다. 하지만, 소소위는 국회법에도 등장하지 않는 비공식 기구이다.

 

소소위가 밀실에서 개최되는 까닭에 회의록도 작성하지 않는다. 베일 속에 가려져 있으니, 지역구 쪽지예산 등을 마구 쑤셔 넣는다. 여야 실세 의원들이 책임은 지지 않으면서 권한만 행사하는 것이다. 이들은 자신의 치적 사항을 담은 문자를 지역구 주민들에게 보내고, 의정활동 보고서에 자랑거리로 싣는다.

 

대한민국 헌법 462항과 국회법 24조에, ‘국회의원은 국가 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고 규정돼 있다.

 

엄격하게 해석하자면, 쪽지예산 처리는 자신의 지역구 이익이 국가 이익에 우선한 것인 까닭에 현행법 위반이다.

 

소소위의 무소불위 비밀 유지 전횡이 꼭 필요한지는 의문이다. 하지만 예산 심사 절차상 소소위가 꼭 필요한 것이라면, 국회법을 개정해 공식 기구화하고 모든 예산 관련 회의 과정을 속기록으로 남겨야 할 것이다.

 

위원회 구성원들에게 배포된 상세자료의 공개

국회법 58조에, ‘위원회는 안건을 심사할 때 먼저 그 취지의 설명과 전문위원의 검토보고를 듣도록규정돼 있다.

 

이에 따라 국회 회의록에는 전문위원이 작성한 검토보고서와 심사보고서가 첨부돼 있다.

 

하지만, 각 상임위 회의 자리에서 위원회 구성원들에게 배포된 상세자료는 공개되지 않고 있다.

 

속기록을 보다 보면, ‘배포된 자료 몇 쪽을 보라는 내용이 많이 등장한다. 하지만, 정작 그 내용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어 답답한 경우가 많다. 회의 진행 과정에서 정부나 전문위원이 추가로 제출한 자료도 마찬가지다.

 

국회는 국회법에 규정된 회의 공개 원칙을 엄격하게 준수해 모든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할 것이다.

 

(2) 대체토론과 축조심사 의무 위반

국회법 58조에, ‘위원회는 안건을 심사할 때 안건의 취지와 전문위원의 검토보고를 듣고 대체토론과 축조심사 및 찬반토론을 거쳐 표결한다고 규정돼 있다.

 

대체토론이란 안건 전체에 대한 문제점과 당부(當否)에 관한 일반적 토론으로 제안자와의 질의ㆍ답변을 뜻한다.

 

국회법 해설서에 따르면, 축조심사(逐條審査)'의안을 한 조항씩 낭독하면서 심사하는 것'으로 설명돼 있다.

 

하지만, 상당수의 주요 법안이 대체토론이나 축조심사 없이 소위원회, 상임위, 법사위를 거쳐 본회의에서 통과되고 있다.

 

대형마트의 골목상권 입점을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변경한 사례나, ‘민식이 법또는 주택 임대차 3등을 포함해 이런 절차를 생략한 경우는 일일이 열거하기가 힘들 정도로 많다.

 

어떻게 국회의원들이 민생과 관련이 깊은 법안을 한 번 제대로 읽어보지도 않고 통과를 시킬 수 있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

 

RCEP(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을 비롯한 통상 조약의 졸속 처리

대한민국 헌법 601항에, ‘국회는 상호원조 또는 안전보장에 관한 조약, 중요한 국제조직에 관한 조약, 우호통상 항해조약, 주권의 제약에 관한 조약, 강화조약,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 또는 입법사항에 관한 조약의 체결ㆍ비준에 대한 동의권을 가진다고 규정돼 있다.

 

우리 정부는 RCEP 협정문에 201911월 최종서명을 했지만, 국회에 제출된 날짜는 지난해 101일이었다. 정부가 작업에 착수한 지 10, 그리고, 최종서명 일로부터 2년 가까운 시간이 흐른 뒤였다.

 

국회사무처가 지난해 1111일 열린 외통위 법안소위에 제출한 심사보고서에, ‘협정의 문안확정 및 서명일 이후 상당 기간이 경과하여 국회에 제출되었고, 그 과정에서 국회와의 소통이 없었으며, 지연 제출로 인해 협정 발효가 지연되게 된 것에 대한 반성적 고려 필요라는 내용이 적시돼 있다.

 

그리고, 법안심사 소위 속기록에서, 조태용 국민의힘 의원이 "15만쪽이 되는 협정문을 갖고 와서 불과 30분 토의하고 통과시키는 건 불합리한 부담"이고, 이어 그는 "FTA 비준 동의안을 한 달 만에 처리를 해야 하는 상황은 전례도 없고, 졸속이라는 비판을 들을 우려도 있다"는 내용이 등장한다.

 

국회가 RCEP 체결로 농어민과 중소상공인의 피해와 관련해 최소한 법에 규정된 피해 영향 조사나 적절한 보상대책도 외면한 채 일사천리로 졸속 처리한 것이다.

 

대다수의 통상 조약이 이렇듯, 국회는 관련법을 위반하면서 구렁이 담 넘어가듯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어 통과시켰다.

 

행정부가 조약의 국회 비준처리를 요식행위로 여겼다는 오만한 태도도 비난받아 마땅하겠지만, 국회가 핫바지로 전락해 행정부의 엉터리 행정을 제대로 견제하지도 못하고 졸속 처리를 했다는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국회가 스스로 현행법을 어기는 것을 우습게 여기면서, 법을 제ㆍ 개정하고 국민에게 준법정신을 강요하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법사위의 무소불위의 권능

국회법 제861항에, ‘위원회에서 법률안의 심사를 마치거나 입안을 하였을 때에는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하여 체계와 자구에 대한 심사를 거쳐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하지만, 법사위원장을 맡은 정당이 국회법을 무시하고 무소불위의 권능을 발휘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19대 국회 회기 중 당시 법사위원장은 외국인투자촉진법 상정을 거부해 예산안이 해를 넘겨 통과되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여야 원내대표가 일괄타결을 합의한 쟁점법안이었지만 위원장의 반대를 막아내지 못했었다.

 

20대 국회 회기 중 당시 법사위원장은 야당과 합의 없이 처리된 법안은 법사위에서 처리하지 않고 돌려보내겠다는 발언을 했다. 그러자, 당시 민주통합당은 이런 발언이 체계·자구심사의 범위를 넘어, 의원들의 입법권을 침해하는 위헌·위법적 행위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어떤 국회의원은 법사위가 상원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지만, 이는 분명 헌법을 위반한 잘못된 생각이다.

 

18대 국회 회기 중 201228, 지식경제위원회 법안 소위가 열려 소프트웨어산업 진흥법 개정안을 두고 2시간여에 걸쳐 심도있는 논의를 했다.

 

법안 쟁점 요지는 대기업 참여를 허용하는 예외 조항에 자를 포함시킬 것인지의 여부이었다. ‘국방ㆍ외교ㆍ치안ㆍ전력(電力), 그 밖에 국가안보와 관련된 사업자를 포함시키자는 주장과 삭제하자는 주장이 팽팽히 맞선 것이다. ‘자 포함 여부에 따라 소수의 대기업과 수많은 중소 IT 기업 간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갈리는 상황이었다.

 

당시 산자위 법안소위는 장시간의 논의를 거친 후에 자를 삭제하기로 결의했고, 해당 법안은 산자위 전체회의를 거쳐 법사위에 상정됐다.

 

하지만, 법사위에서 자를 포함하기로 법안을 수정 결의를 했고, 이후 수정된 법안은 본회의를 통과했다.

 

산자위 법안소위에서 여야 의원 모두가 참여해 무려 2시간이 넘는 열띤 토론을 거쳐 자를 빼자고 결의한 내용이 물거품이 된 것이다.

 

법사위가 체계·자구심사의 범위를 넘어 위법적으로 법안을 수정한 것도 문제지만, 재벌기업들의 집요한 로비에 휘둘렸다는 의혹을 받았다는 의혹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국회법에 규정된 행정부의 행정입법 월권방지를 위한 책무 불이행

국회는 2019228일 국회법을 개정해 행정입법 통제 절차를 한층 더 보강하면서, ‘행정입법의 분석·평가 업무 처리에 관한 규정을 개정했다.

 

국회법에 규정된 행정입법의 월권 현상을 막기 위한 절차는 다음과 같다.

정부가 행정입법을 제정ㆍ개정 또는 폐지했을 경우, 10일 이내에 이를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제출

수석전문위원은 행정입법의 분석·평가를 국회 법제실장에게 의뢰

상임위원회는 위원회 또는 상설소위원회를 정기적으로 개회하여 정부가 행정입법의 법률 위반 여부 등을 검토

상임위원회는 검토 결과 행정입법이 법률의 취지 또는 내용에 합치되지 아니한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검토의 경과와 처리의견 등을 기재한 검토결과보고서를 의장에게 제출

의장은 제출된 검토결과보고서를 본회의에 보고하고, 국회는 본회의 의결로 이를 처리하고 정부에 송부

정부는 송부받은 검토결과에 대한 처리 여부를 검토하고 그 처리결과를 국회에 제출

상임위원회는 검토 결과 부령이 법률의 취지 또는 내용에 합치되지 아니한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소관 중앙행정기관의 장에게 그 내용을 통보

검토내용을 통보받은 정부는 통보받은 내용에 대한 처리계획과 그 결과를 지체없이 소관 상임위원회에 보고

 

하지만, 국회 홈페이지를 보면 국회의 모든 위원회가 오래전부터 행정입법 사항을 검토한 사례가 없다.

 

국회가 기껏 법률을 만들어봤자, 행정부가 행정입법으로 현행법을 마음대로 뒤집는 경우가 난무하는 이유다.

 

개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부조리 방지를 위해 국회가 국회법을 개정해 놓고도, 행정부의 행정입법 남용에 대해 손을 놓고 있었던 셈이다.

 

국회가 차려준 밥상도 찾아 먹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아도 싸다.

 

이기심의 극치를 보여준 상가임대인 세액공제

국회는 2018년 산자위에서 상가임대차 기간 연장을 위한 상가임대차 보호법 개정안이 논의되던 중, 기획재정위원회가 느닷없이 임대사업자에게 세제 혜택을 제공하기 위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발의해 단 하루 만에 기습 처리했다.

 

물론, 비용추계서 작성과 법안 축조심의 생략 불가 등의 국회법 규정도 무시했다.

 

수백만 상가임차인의 권리보호를 위한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몇 해 동안 상정조차 되지 못했었던 것과 극명하게 비교된다.

 

당시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한 국회의원 재산변동 공개목록에 따르면, 여야 의원 60명이 본인 또는 가족이 상가건물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입으로는 민생을 외치지만, 국회의원 자신들의 경제적 이익 챙기는 것이 더 중요했던 셈이다.

 

최소한 국회법을 비롯해 법률은 준수하는 국회가 되어야

다산 정약용 선생은 정치야말로 바르게 함이요, 우리 백성들을 고르게 살도록 해주는 일이다(政也者正也 均吾民也).”라고 주장했다.

 

이런 이상적 담론이나 헌법과 국회법에 규정된 양심이란 단어까지 거론하지는 않더라도, 국회의원들이 최소한 현행법에 규정된 의무만이라도 이행해 주길 바란다.

 

대선 후보들의 깊은 관심을 촉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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