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의 가상화폐 과세연장 움직임, 온당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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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의 가상화폐 과세연장 움직임, 온당한가?
  • 이호연 논설위원
  • 승인 2021.11.29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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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연 논설위원
이호연 논설위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11일 가상화폐에 대한 과세 시점을 대선 이후인 2023년으로 1년 연기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 다수도 암호화폐 과세를 1년 유예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각각 대표 발의하면서 맞장구를 치고 있다.

 

지난해 통과된 소득세법에

따르면, 20221월 이후 1년간 거래를 모두 합쳐 이익이 난 금액을 기타소득으로 보고, 여기에서 250만원을 공제한 후 20% 세율을 적용해 분리과세하도록 규정했다.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가상화폐 양도차익에 적용되는 세율은 미국 10~37%, 일본 15~55%, 영국 10~20% 수준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그동안 가상화폐 양도차익 과세에 대해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과세 기본원칙과 소득간 형평성, 해외 주요국 과세 동향 등을 고려한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그동안 암호화폐 과세의 조정·유예는 법적 안정성, 정책의 신뢰성 측면에서 어렵다고 주장했었다.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포퓰리즘이 더 큰 것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보자.

 

우리나라의 가상화폐 거래 규모

지난달 14일 국회 정무위원회 권은희 국민의당 의원이 금융위원회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4대 거래소(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의 가상화폐 거래대금은 35841985억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연간 거래금액 5293159억 원보다 6.7배 늘어난 규모다.

 

같은 기간 코스피 거래금액 31258638억 원보다도 450조 원 이상 많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말까지 가상화폐 거래금액은 4500조 원을 훌쩍 넘어설 것이란 예상이다.

 

201951만 명 수준이던 가상화폐 투자자도 올해 5708254명으로 늘어났다. 1~9월 중 투자자 1명당 평균 62790만 원어치의 가상화폐를 거래한 것이다. 상상을 초월하는 엄청난 규모이다.

 

국민의당 권은희 국회의원의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4대 거래소의 올해 1분기 가상자산 투자자 수는 511만명으로 인구의 약 10%, 경제활동인구의 19%에 해당하는 규모다. 가상자산 투자자 연령층은, 30대 비중이 24%(123)로 가장 많고, 20대가 21%(110)로 뒤를 이었다. 거래소 전체 예치금 64863억원 중 50%에 해당하는 31819억원이 20·30세대가 맡긴 돈이다.

 

검은 머리 외국인뭉칫돈이 가상화폐 시장에 흘러들었을 가능성

국가 간 비교자료는 없지만, 우리나라의 인구대비 가상화폐 거래자 비중이나 1인당 GDP 대비 거래 규모는 전 세계에서 압도적으로 가장 클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현상은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검은 머리 외국인뭉칫돈들이 가상화폐 시장에 흘러들어 좌지우지 흔들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

 

영국의 조세정의 네트워크(Tax Justice Network)는 지난 1970년대부터 2010년까지 한국에서 해외 조세피난처로 이전된 자산이 총 7790억 달러라고 발표했다. 절대 금액으로는 중국이 11890억달러로 1위를, 러시아가 7980억달러로 2, 그리고, 한국은 세 번째를 차지했다. 하지만, 인구수나 GDP 규모 대비 상대적 해외 도피금액은 압도적 세계 1위이다.

 

최근 미국을 비롯한 세계 주요 국가들은 탈세를 목적으로 해외로 빼돌린 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해외 은닉재산 확보 쟁탈전을 벌이고 있고, OECD 산하의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도 차명계좌 몰수 강화 및 자금추적 투명성 확보 등을 위해 회원국에 법과 제도의 강화를 종용하고 있다.

 

검은 머리 외국인전주들에게 가상화폐 거래가 익명으로 가능하다는 점, 어느 나라에서나 거래소를 통해 쉽게 현금화가 가능하다는 점, 그리고, 이명박근혜 집권 기간 중 실시한 사모펀드 완화정책 등은 더없이 좋은 투자환경을 제공한 셈이다.

 

우리나라에서 거래되던 잡 코인 수와 거래 규모가 전 세계에서 가장 컸다는 점도 투자자 보호 등의 법적 규제를 받지 않고 시세 조정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기 좋은 환경이었을 것이다.

 

이들은 다수의 전자지갑을 보유하고 해외 가상자산거래소에 통장을 개설하고 재정거래(Arbitrage) 프로그램을 이용해 코인 시세 불균형 차익을 취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해외에서 ICO를 진행했던 잡코인을 이용해 김치프레미엄에 뒤에 숨어 시세조정을 통해 막대한 이익을 창출했을 가능성도 농후하다.

 

국세청은 지난 315"국세 체납자 중 가상화폐를 보유한 2416명을 찾아내 총 366억원을 현금으로 징수하거나 채권으로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관세청도 지난 527일 서울 시내 아파트를 불법 취득한 외국인 61명을 적발했는데 이들은 55채를 840억원에 매수했고, 이중 중국인은 34명으로 가장 많았다고 밝혔다.

 

이런 점은 가상화폐 시장이 검은 머리 외국인뭉칫돈에 불법 탈세 거래의 온상으로 활용됐을 것이란 합리적 의심을 가능케 한다.

 

가상자산 규제 관련 특금법 개정

FATF는 파리에서 지난 222일부터 올해 두 번째 총회에서 코로나19의 확산에 따른 암호화폐의 자금세탁과 테러자금 조달을 막을 수 있는 대안으로 자금이동규칙(Travel Rule)을 논의했다. 트래블룰이란 암호화폐 거래소 내 지갑이 외부 지갑과 암호화폐를 주고받을 때, 발신자와 수신자의 신원과 거래명세를 가상자산사업자(VASP)가 보관하게 의무화하는 제도다. 발신자(Originator)와 수신자(Beneficiary)의 이름과 트랜잭션에 사용된 양측의 계정 그리고 발신자의 주소지, 주민등록번호(national identity number) 등의 정보를 각국 정부로부터 제출받아 글로벌 암호화폐 거래명세를 추적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는 FATF 권고안을 수용해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하 특금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지난 35일 국회는 본회의를 열고 원안대로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특금법 개정안은 암호화폐를 매수·매도·교환·보관·중개하는 사업자(가상자산 사업자, VASP)를 규제하는 법으로, 불법적인 암호화폐 거래를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VASP는 사업을 영위하기 위해 일정 요건을 갖추고, FIU(금융정보분석원)에 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VASP는 고객확인·의심거래보고 등 금융기관에 준하는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부담해야 한다.

 

특금법 개정안 시행에 따라 VASPISMS(Information Security Management System, 정보보호 관리체계) 인증을 받아야 하고, 실명확인 입출금계정을 개설(단 암호화폐와 금전의 교환 행위가 없는 사업자는 예외)해야 하며, 대표자 및 임원의 자격요건 구비 등의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9일 가상자산사업자 신고심사위원회를 열고 빗썸에 대한 신고 수리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실명확인 계좌 서비스를 확보해 원화 거래가 가능한 거래소는 업비트, 코인원, 빗썸, 코빗 4개사이다.

 

가상화폐 과세 연기 논쟁에 느닷없이 끼어든 NFT 과세 여부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8일 국정감사에서, "국세청에서 가상자산과 가상화폐 용어를 혼용해서 쓰는 등 과세 체계가 정비되어 있지 않다", 그리고, "시장참여자와 과세대상자가 500만명이 될 것으로 보이는데, 시스템 정비가 되지 않으면 과세대상자 불만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도 "국세청의 과세시스템도 결국 자료제출 의무가 부과된 가상자산 거래소들에게 수집한 거래자료를 활용해 과세하는 것인데, 거래소들이 준비가 안 돼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내년부터 과세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고, "NFT는 가상자산인지 여부가 불분명한데 기재부는 과세 검토, 금융위원회는 결정된 바가 없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김대지 국세청장은 "NFT는 금융위나 기재부에서 과세 대상으로 확정돼야 한다""기재부와 협의해서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그런데, 지난 23일 금융위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따르면 도규상 부위원장은 지난주 국회 정부위원회 법안소위에 참석해 "현행 규정으로도 NFT에 대해 과세가 가능하다는 게 정부 입장"이라고 주장했다.

 

그동안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NFT가 가상자산에 포함되는지 논란이 있으며, 현재는 가상자산이 아니다"라는 의견을 제시했었고, 정은보 금융감독원장도 국정감사에서 비슷한 의견을 냈었다.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가 최근 NFT에 대해 "지불이나 투자 수단으로써가 아니라 수집품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주장한 것과 같은 맥락이었다.

 

NFT 과세 여부 논란이 가상화폐 과세 연기주장의 방편으로 활용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국세청은 먼저 과세자료 확보 준비가 완료된 가상화폐 과세부터 실행하고, NFT에 대한 과세 여부는 늦추는 것이 옳은 정책 방향일 것이다.

 

국세청의 가상화폐 거래 과세자료 확보를 위한 준비

지난 5월 국세청은 서울지방국세청장 직할 첨단탈세방지담당관실에 가상자산TF를 올해 초 신설하고 가상자산 관련 검증, 과세 정보 수집, 과세를 위한 준비 등을 할 것임을 밝혔다.

 

지난 813일 국세청이 전국관서장 회의에서 발표한 ‘21년 하반기 국세행정 운영방안 하반기 추진 내용에 따르면, 가상자산 거래소득 과세제도 시행을 위한 철저한 준비를 위해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양도·대여 소득에 대한 과세제도 시행에 대비하여 내부협의체를 구성하는 등 선제적체계적 대응 방안을 강구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는 가상자산사업자의 거래자료 제출 편의를 위한 프로그램 개발, 수집된 가상자산 거래자료를 기반으로 인명별 거래자료 구축, 홈택스를 통해 쉽고 편리하게 신고할 수 있도록 시스템 등 가상자산 세원 관리시스템을 마련하는 것 등이다. 그리고, 가상자산사업자의 가상자산 거래명세서 및 거래집계표 제출 의무 부과 등 가상자산 거래자료 수집, 신고 안내 등을 위한 세부 지침도 마련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8일 김대지 국세청장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인력과 전산시스템 구축이나 주요 거래소와 협업 관계, 인력 확충 등을 통해 내부적으로 차질 없이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세청이 촉박한 일정에도 불구하고 과세자료 확보 시스템 구축에 쏟은 노력과 VASP들의 협조 노력을 헛되게 만드는 것은 옳지 않다.

 

과세 연기와는 별도로, 국세청의 과세에 필요한 정보는 확보해야

가상화폐 과세는 조세부과의 기본원칙 구현보다는 불법 탈법 거래를 차단해 금융거래의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적과 깊은 관련이 있다.

 

따라서, 정치권의 가상화폐 과세 연기 결정은 옳지 않다.

 

설령 정치권의 가상화폐 과세 연기가 불가피하더라도, 국세청이 가상화폐 과세자료 수집 작업은 내년 초부터 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허용해주어야 할 것이다.

 

이런 조치는 가상화폐 과세와 관련해 취득원가 산정에도 도움이 될 뿐 아니라 불법 거래의 감사증적(Audit Trail)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어렵게 FATF 요청을 수용해 마련한 Travel Rule을 조기에 적용하는 것도 국제규범 준수 차원에서 간과해서는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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